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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神筆占 (신필점) 대가 이금옥

2020.08.31



           神筆占 (신필점) 대가 이금옥  


 일제시대에 함경남도 북청에서 신필점으로 유명한 이가 있었다. 신필점이란 신령의 계시로 글을 써서 길흉화복을 점치는 것으로 이런 방식으로 미래를 예견하는 이는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물었다. 이금옥은 가난한 산골 화전민의 딸로 23세라는 당시로는 매우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된다. 신랑은 중 늙은이로 상처한 오씨성을 가진 이였는데 아들을 간절히 원했으나 금옥이 아이를 낳지 못하자 금옥을 친정으로 쫒아낸다. 하지만 식구들 호구지책도 어려운 금옥의 부모는 금옥을 받아주질 않았다. 


오갈 대 없는 금옥은 방황을 하다 어느 마을 객주집 식모살이로 겨우 밥을 얻어먹게 된다. 이렇게 몇 년을 지내다 장돌뱅이로 이곳저곳을 떠도는 몰락한 양반 자손인 장씨성을 가진 이와 눈이 맞아 재혼하게 된다. 재혼한 시집은 비록 몰락한 양반 집안 이지만 대대로 자손이 귀한 집이여서 아이 갖기를 간절히 바랬으나 장씨와의 사이에서도 아이가 없자 걱정과 실의가 날로 깊어만 갔다. 이렇게 애가 타하는 금옥을 보고 이웃집 아낙이 그 동리에서 아주 유명하다는 한 역술인을 찾아가보라 권하였다. 금옥은 그 역술인을 어렵게 찾았다 금옥과 마주한 역술인은 금옥의 사주팔자를 뽑아 보고서는 팔자에 자식이 없으니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식을 보지 못할 것이며 사주팔자를 보니 무속인이 될 팔자라 하여 금옥을 경악과 실망에 빠지게 한다. 


자식이 없을 것이라는 것만 해도 크게 낙담한 일인데 무당이 될 팔자라니 앞이 깜깜하였다. 이렇게 더 큰 실의에 빠져있던 금옥이 어느 날 희한한 꿈을 꾼다. 꿈속에 옥황상제가 나타나 “너는 북해 흑룡의 인연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너에게는 아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무녀가 되지 않으면 39세 되는 해에 죽을 것이다. 이 액을 면하려면 무녀가 되어 매일 새벽2시에 나에게 치성을 드려야한다.” 고 하였다. 이 꿈을 꾸고 난 뒤 금옥은 원인 없이 몸이 죽을 듯이 아팠다. 여기저기 용하다는 의원을 찾아다녀도 소용없었다. 금옥은 미친 듯이 기도에 매달렸다. 하루에도 2~3 백번씩 미친 듯이 뜨거운 기도를 했는데 기도할 때만큼은 이상하게도 몸이 아픈 것을 잊었다. 


열과 성을 다해 기도를 드리자 먼저의 옥황상제가 꿈에 다시 나타나 “oo산 깊은 곳에 보물이 있으니 그것을 찾도록 하여라.”라고 하며 이런저런 위치를 짚어 주었다. 이에 그 말대로 산속을 뒤졌더니 어느 산에서는 볼 수없는 훌륭한 돌이 나왔다. 크게 기뻐하고 이 돌을 가지고와 수호신으로 삼고 늘 곁에 두고 기도했더니 이상하게도 그때부터 신령이 신자(柛字)를 쓰게 함과 동시에 그 신자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이처럼 고마울 수가 있나싶어 더 한층 기도에 매진하니 정오와 한밤중에 옥황상제가 내려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그들이 무지몽매함 때문이니 너는 이문자로 신의 뜻을 해석하여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는 이들을 구해주라!”고하며 길흉화복을 계시한 문자를 그녀의 오른 손을 빌어 종위 위에 쓰게 하였다. 


몇 날 며칠을 계속해 신자를 종이위에 써댔고 이렇게 쓴 글들을 서책으로 묶어 신점책자로 쓰게 하였다. 금옥은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옥황상제님은 정직하고 정결한 것을 좋아하고 더럽고 거짓된 것을 몹시 싫어하므로 문복자가 오더라도 만약 그 사람이 옥황상제님을 믿지 않거나 장난삼아 온 것이라면 신이 그녀의 몸에 내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필자에게도 장난삼아 오거나 필자를 시험하기 위해 거짓된 정보를 주고 희롱하는 자들이 오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런 경우 제대로 된 상담이 불가한 것은 이와 같다할 수 있다. 아무튼 금옥의 점복은 너무나 신통하여 북청일대에서 아주 유명해졌고 아주 멀리 타지방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는 이가 많아 금옥의 집 앞은 인산인해를 이룰 지경 이였다. 


아무려면 멀리 내지(일본)에서까지 방문객이 올 정도여서 주재소 순사가 금옥의 동정을 파악해 보고할 정도였다 한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많이 벌자 금옥은 기와집도 크게 짓고 신당도 크고 화려하게 꾸몄으며 의식주가 풍족하여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단 한 가지 자신의 몸을 정결히 해야 하므로 남편과의 잠자리는 적극 피했다. 남편과 잠자리를 하고나면 신이 노했는지 신이내리지 않았기 때문 이였다. 남편이 아직 젊은데 부인이 잠자리를 절대 해주지 않으니 남편 장씨는 살림이 풍족해진 것은 좋았지만 생홀아비 생활을 해야만 했다. 금옥은 꽉 막힌 여자가 아니였다. 슬기로운 처신을 한다. 이러 저리 다리를 놓아 똥구멍 짖어지게 가난한 늙은 홀아비가 혼자 키우는 곱디고운 처녀를 점찍어 놓고 그 영감에게 논과 밭 몇 마지기와 늘그막을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집까지 사주고 영감을 설득하여 영감의 딸을 집에 데려와 남편의 첩으로 삼았다. 


불평불만에 늘 상을 찌푸리고 다녔던 장씨는 부인의 후덕한 마음씨에 감복했다. 금옥은 투기하지 않고 첩으로 들어온 어린 여자를 자식처럼 동생처럼 여기고 화목하게 잘 지냈으며 첩이 낳은 자식들을 친자식같이 사랑하여 화목한 일가를 이루어 냈다. 슬기로운 처신이 아닐 수 없다. 이리하여 첩도 금옥을 큰댁으로 깍듯이 대했고 아이들도 금옥을 친 어미같이 따랐다. 당연히도 남편 장씨도 금옥을 본부인으로 끔찍이 위하며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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