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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입바른 소리하다 한 대 맞을 뻔한 사연

2020.09.04




               입바른 소리하다 한 대 맞을 뻔한 사연 

 

 필자의 고객이신 오 여사님은 평탄치 않은 인생길을 걸어오신 분이다. 흔히 하는 말로 ‘팔자가 박복’해서 험한 인생의 굴곡을 수없이 겪어 왔다. 필자가 처음 오 여사님의 사주팔자를 보고서 건넨 첫마디가 “꽁꽁 얼어붙은 외롭고 힘든 사주팔자이군요.” 였다. 이분은 62年 음력11월22일생으로 이른 새벽인 丑時生이다. 하여 사주팔자는 壬寅年 壬子月 庚寅日 丁丑時가 되며 운로는 역행하여 辛亥ㆍ庚戌ㆍ己酉ㆍ戊申ㆍ丁未ㆍ丙午로 흐르고 있다. 庚金日住(경금일주)가 동지 달에 태어나 눈덥힌 겨울들판에 바위가 홀로서서 눈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이 사주에는 따라서 火의 기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이 사주에 火는 관성으로 남자복ㆍ남편복을 뜻하는데 다행히도 시(時) 천간에 丁火가 있다. 하지만 약한 한 점의 불인 丁火가 꽁꽁 얼어있는 습기를 머금은 丑土 위에서 가물가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꺼져가고 있다. 


이 꺼져가는 불을 살리려면 불을 지필 수 있는 木의 기운이 필요한데 연지(年支)와 일지(日支)에 寅木(인목)이 있어 다행이다 싶지만 이 나무가 겨울철 눈을 맞고 얼어있는 나무라 태양의 따뜻한 기운이 없어 불을 피우기에 적당치가 않다. 寅木은 이분 사주팔자에 있어 편재(재물)인데 꽁꽁 얼어 있으니 있으나 마나한 ‘빛 좋은 개살구’격이다. 먹을 수 없는 그림의 떡이 되고 만 것이다. 남자 복이 없으면 돈 복이라도 있어야 할 터인데 이 모양이니 고립무원의 팔자가 되고 만 격이다. 운로를 살펴보아도 크게 발복하는 시기가 눈 씻고 찾아보아도 어려우니 설상가상 격 사주팔자가 되었다. 이분은 남한의 최 북방인 백령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어부였는데 젊은 나이에 고기잡이에 나섰다가 배가 풍랑을 만나 물고기 밥이 되었고 청상과부인 어머니 밑에서 두 살 어린 여동생과 세 식구가 어렵게 살았다. 그래도 생활력 강한 어머니 덕분에 배를 주리지는 않았지만 생활은 곤궁함 자체였다.


교육열이 높은 어머니 덕에 인천에서 자취를 하며 학교를 다녔고 주말에는 집에 내려가 어머니 일을 도우며 성장했다. 어려부터 꿈이 학교선생이어서 이 꿈을 위해 나름 부지런히 노력했으나 공부에 소질이 없어 고등학교졸업으로 꿈을 접고 말았다. 인천에 있는 작은 제철회사에 경리로 근무하며 방송통신대에 등록하기도 했지만 공부는 계속 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여 때려 치고 말았다. 친척 어른의 소개로 서울에 있는 큰 회사로 자리를 옮길 수 있어 급여도 오르고 생활이 안정되는 듯 했는데 한 남자를 만나면서 파란이 왔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청년과 만나 사랑에 빠져 방 한 칸을 얻어 동거생활을 했는데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돈을 이 남자친구가 경마로 다 날려버리고 말았다. 결국 이문제로 티격태격하다가 첫 사랑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애까지 임신했다가 중절수술로 지운 뒤여서 그 상처는 더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동거남 이였던 남자를 직장에서 마주치기가 껄끄러워 직장을 그만둔 뒤 동대문시장에서 점방을 열어 옷 장사를 하던 고향언니 가게에서 장사를 배우며 심기일전한다. 3평 남짓한 콧구멍만한 가게에서 고향언니를 도와 일을 하기 3년 만에 알뜰히 돈을 모아 자신도 인근에 작은 가게를 열수 있었다. 이때 엄마의 도움이 큰 힘이 돼주었다. 열심히 장사를 하며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고향언니가 계주가 된 계에 가입하여 열심히 계를 부었는데 계를 탈 순서가 가까워지자 고향언니가 돈이 아주 급한 계원이 있는데 이자를 아주 후하게 쳐서 줄 테니 순번을 바꿔 달라고 한다는 말에 이자에 욕심이 나서 그리해 주었는데 그만 계가 깨지고 말았다. 나중에 들으니 고향언니가 여기저기 사채까지 끌어대며 구멍이 난 계를 매꿰 가며 끌어가다 도저히 힘들었는지 어느 날 곗돈을 챙겨 야밤도주를 하고 만 것 이였다. 


꽤나 큰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계여서 여기다 희망을 걸고 모진고생을 이겨내 왔는데 하늘이 노래지는 좌절에 빠지고 만 것이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지쳐서 장사고 뭐고 다 때려 치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에 내려가 한동안 페인처럼 지내다가 지인의 소개로 시장에서 어물좌판을 벌리게 된다. 온몸에 생선 비린내가 베이고 손은 얼어붙어 터지는 고생 이였지만 이게 의외로 수입이 짭짭했다. 여기서 돈을 모으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 당시 시장상인들 사이에 파이낸스인가 뭔가 하는 금융회사에 투자하면 매달 이자가 3부씩이나 나오고 원금도 보장해 준다는 곳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은행이자가 뻔한데 이런 고수익을 주는 회사가 있다 해서 시장동료 상인 몇 명이서 그 회사를 찾아가 보았다. 으리으리하게 큰 빌딩에 호화집기로 차려진 회사 상담실에 들어서자 괜히 위축이 되면서 이정도 회사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 상인들 생각도 같았다. 


커피를 내온 뒤 상담원인 직원이 투자하고 싶은 돈이 얼마이냐고 물어 오백만원만 우선 투자해 보려 한다고 하자.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최소 천만 원 이상은 되어야 투자를 받아 준다고 하며 천만 원 투자도 잘 안 받아주는데 처음이시니까 경험삼아 시작해 보시겠다고 하면 특별히 받아 주겠다며 선심 쓰듯이 이야기를 하는데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도하지 않아 자존심이 조금 상했지만 오히려 믿음이 갔다고 한다. 천만 원으로 시작된 투자는 이자가 칼같이 딱딱 입금되자 점점 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통장에 들어오던 이자 지급이 끊겼고 놀라서 투자회사(00파이낸스)를 찾아갔더니 사람들이 벌 떼처럼 모여서 난리를 치고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경영진이 모두 도망갔다는 거였다. 피해액만도 천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라 했다. 또다시 빈털터리가 되고 만 것이다. 이것저것 한국이 너무 정 떨어져 이모가 사는 LA에 오게 된다. 


LA에 와서 이모의 성화에 소개로 이런저런 남자들을 만나 봤지만 다들 여자에게서 ‘뭐 뜯어 먹을 거 없나?’하는 양아치들 뿐 이였다. “LA에는 죄다 사기꾼 놈들만 사는 거 같아요. 어쩌면 만나는 남자마다 죄다 그런 놈들뿐인지 모르겠어요!” 이 여사님 말에 필자 왈 “미꾸라지 한 마리가 진흙탕 물을 만든다고, 문제 있는 양아치 놈들이 이곳저곳 들 쑤시고 다녀서 죄다 그런 놈들만 보일뿐이지, 그런 놈들보다는 성실하고 양심적인 남자들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이런 성실한 남성 독신자 분들은 자기 생활에 충실 하느라 돌아다니지 않을 뿐, 그 숫자는 훨씬 많을 겁니다. 거기다가 여사님 팔자에 남자 복이 도대체 없으니 그런 똥파리들이 끼어들게 되는 거지요! 자기 팔자를 탓하는 게 맞을 겁니다.” 필자의 말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쌜죽하고 필자를 째려보는데 눈매가 매섭다. “솔직히 말해서 여사님은 차라리 외로워도 혼자 사는 게 좋을 겁니다. 그리고 투자나 돈거래는 앞으로 절대 하지마세요. 지금까지 사시면서 좋은 꼴 한번 본 적 있습니까?”라고 하니 더더욱 인상이 찌푸려진다. 이러다 한 대 맞을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지독히도 남자복ㆍ돈복 없는 한 여인의 사연 이였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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