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찬설(金餐薛)옹전
김 찬설은 고려 의종 때 사람이다. 당시 동북면 병마사를 지냈는데 무인란이 터져 무인들이 정권을 장악하자 이에 저항하다 실패한 인물이다. 새로 들어선 정권에 의해 목숨이 위태로와 지자 야반도주를 하여 평관산이라는 깊은 산속에 몸을 감췄다. 그리고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다. 그 산속에서 그는 사람들이 먹는 곡식은 전혀 먹지 않은 채 온 산에 지천인 솔잎과 솔 씨만을 먹고 살았다. 그리고 그를 알고 있는 이들 중에 생전에 그를 본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후로 수 없는 세월이 흘러 임진년에 왜구들이 침범해 온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임진년 난리가 끝난 이듬해 조선왕조 선조 시절에 중년의 한 나무꾼이 평관산 깊은 산속에 특별히 질 좋은 나무를 구하러 들어갔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지체 높은 양반집에서 특별히 질 좋은 나무를 구하고 있었고 제시한 금액이 좋은지라 그만 욕심을 낸 것이 화근을 부른 셈이다. 평소에 나무를 하러 다니던 인근에서는 그런 특별한 나무를 구할 수 없자 욕심을 부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산속 깊이 들어섰다가 길을 잃은 것이다. 그렇게 종일 산속을 헤매이다 발이 미끄러져 깊은 계곡에 떨어지게 되어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죽기 직전에 이르렀다.
자신의 과욕을 자책하며 할 수 없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중 긴 수염을 하얗게 늘어뜨린 웬 노인네가 나타나 ‘어쩌다 이리 깊은 산중에까지 오게 되었으며 어쩌다 이리다쳤는가’ 를 물은 뒤 나무꾼의 대답을 듣고 난 뒤 혀를 ‘쯧쯧쯧’ 하며 차더니 가지고 있던 보퉁이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서 가지고 있던 물 조롱박과 함께 주면서 먹으라고 하였다. 나무꾼이 이를 받아보니 한 움쿰의 솔 씨였다. 노인이 건네준 솔 씨를 먹자 신기하게도 통증이 서서히 가라 앉고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기 시작했다. 나무꾼이 하도 신기하고 감사하여 수 없이 절을 하며 누구시냐고 물었다. 그리고 노인장께서는 어쩐 일로 이 깊은 산속에 계시냐고도 물었다. 생명의 은인이시니 어떤 분인지 알아야 생명을 구해준 보답을 할 수 있을 것이 아니냐고 조르고 졸라 묻자 말없던 노인께서 보답은 필요없으니 나를 이곳에서 보았다는 말만 하지 않으면 그것이 보답이라고 하며 자신은 세상이 하수상하여 산속으로 피해 들어온 김 찬설 이라고 하며 아주 오래전이여서 해를 헤아리지 않은지가 오래니 얼마나 되었는지는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하였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노인은 무려 4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다는 이야기여서 처음에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는데 김 옹이 준 솔 씨를 먹고 하루 만에 스무 살 젊은이처럼 변해서 돌아온 그 중년의 나무꾼 말을 의심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해서 사람들은 관청에다가 이 믿어지지 않는 사실을 알렸다. 관청에서는 백성들이 수군거리며 소란이 일자 관리를 시켜 기록을 조사시키니 고려 의종 때 김찬설이라는 위인이 실제로 동북면 병마사 노릇을 한 적이 있다는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놀라운 사실은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가 김 옹의 불로 장생법이 부러웠던 왕은 수많은 인원을 동원하여 평관산 전체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김 찬설인지 또는 김찬설이라고 사칭했는지 모를 이 노인네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선가(仙家)에서는 둔갑법이 있어 주문통령(呪文通靈)으로 은신(몸을 숨김), 장신(몸을 감춤), 취물(물건을 가져옴), 분신(몸을 여럿으로 나눔) 등의 여러 술법들이 있는바 아마도 위급한 상황에서 이를 모면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몸을 다른 물체로 보이게 하는 변신술을 써서 사람들이 김 옹을 찾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간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최근래에 이르러서도 200년 300년이 넘게 세상을 살아 왔다는 믿을 수 없는 인물들을 보았다는 증언들이 국내에서나 중국 특히 히말라야 인근 등에 만연해 있어 무조건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바다. 아무튼 산이 좋기는 좋은가 보다. 큰 공부나 수련을 하는 이들은 주로 산으로 들어갔다. 바다로 가서 공부하고 수련하는 이는 없다. 산속에는 생기(生氣)가 가득해서 일것이다. 자연의 氣(기)가 사람을 정화시키고 산속에는 사람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 약초나 나물, 열매, 뿌리 등 사람의 건강에 좋은 모든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다. 필자도 산에 가고 싶다. 속세의 모든 부담을 벗어 버리고 산속에 들어가는 것이 필자의 유일한 소원이다. 화투도 칠 줄 모르고 바둑도 못두고 춤도 못추고 즐길 수 있는 장기라고는 한 가지도 없는,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는 오직 일과 책 그리고 술 밖에 없는 멍충이가 즐길 수 있는 인생의 가장 큰 유일한 도락은 도를 닦는 길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의 오래된 손님 중 설 선생이라는 분이 있다. 몇 년 전 이 분이 암에 걸려 죽을 상을 하고 필자를 찾은 일이 있다. 몇 개월 안 남았다는 진단을 받은 설 선생의 얼굴은 말 그대로 죽을 상이였다. 해서 필자가 권유하기를 한국에 나가서 깊은 산속에 들어가라고 했다. 생식만 하며 버텨보라고 권유했는데 금방 죽을 듯 했던 이분이 아직도 살아 있다. 병원에서 기적이라고 했단다. 암 세포가 다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유는 필자도 모른다. 산만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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