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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연어의 꿈

2021.01.30





                      연어의 꿈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오르고 올라 자신이 태어난 곳에 돌아와 드디어 알을 낳은 뒤 기진맥진하여 죽고 마는 연어의 행동양식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떤 비장감마저 들게 한다. 바다에서부터 수만리를 거슬러 자신의 고향을 찾아가는 연어는 회귀하는 과정 중 수 없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큰 물고기들의 습격에 그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이러한 연어들의 회귀 본능을 용케도 이용하여 그때만 되면 여우나 늑대, 수달 특히 곰이 연어가 돌아오는 강가나 개울가 길목을 지키고 사냥을 한다. 거센 물살을 이기고 겨우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또 새로운 위험이 도사리고 그곳을 극복하면 그 다음 장애물이 기다리는 등 ‘산 너머 산’의 수없이 많은 어려움을 이기고 결국 고향에 회귀하여 산란한 뒤 죽는 성공한(?) 연어는 전체 연어의 채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작은 가능성에 생명을 걸어야 하는 연어의 숙명은 슬프기까지 하다. 이러한 연어의 행동 양식을 보며 필자의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는 登龍門(등용문)이다. 中國 黃河(황하) 상류에 용문이라는 계곡이 있다. 이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어변용성(물고기가 변해서 용이 된다) 이라 하여 수없이 많은 물고기가 몰려드는 곳이기도 한데 물살이 워낙 거세니 좀처럼 계곡을 거슬러 오르지 못한다고 한다. 따라서 치열한 경쟁 속에 극한 어려움을 이기고 성공하는 것을 ‘등용문에 오른다’ 고 하였고 훗날 이 말은 과거급제를 의미하게 되었다. 따라서 각 분야의 전문가로 등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로 널리 사용되기에 이른다. 이와 관련하여 한 사연이 생각난다. 


필자의 오랜 고객이신 이 사장님은 오렌지카운티와 LA, 샌디에고 3곳에서 전통한국음식점을 운영해 오신분이다. 음식이 정갈하고 솜씨가 좋아 많은 단골 고객이 있어 늘 음식점은 만원이다. 30여 년 전 한국에서 하던 사업이 쫄딱 망해서 ‘거지꼴’로 미국에 와서 수없는 고난 끝에 이루어낸 결실이다. 미국에 올 때 부인에게 이혼당하고 홀 홀 단신 이었는데 이곳에서 재혼하여 딸을 하나 두게 되었다. 늦둥이 딸에 대한 이 사장님의 정성은 대단했다. 남들이 보면 손녀딸 인 줄 착각하게 하는 어린 딸에게 금지옥엽 정성을 다했다. 박 세리의 골프 신화가 교포사회를 흔들고 많은 부모들이 ‘혹시 우리 아이에게도 저런 재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아이에게 골프를 시키는 부모가 한 둘 늘어나기 시작할 때 이 사장님도 어린 딸에게 골프를 가르쳤다. 


처음에는 혹시나 해서 시켜본 운동인데 아이에게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년기 아이들의 시합에 나가 등수 안에 들기 시작하더니 몇 년 후 유소년 대회에서 준우승까지 하였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이 사장님은 딸의 후원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다. 3곳의 음식점에는 믿을 만한 매니저들이 있어 관리에 크게 걱정이 없었고 젊은 부인이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통이 커서 직원들을 잘 다루니 믿을만했다. 딸과 함께 미국 여기저기서 열리는 대회에 쫓아다니는 유목민 같은 생활이 시작된다. 비싼 돈을 들여서 전문코치에게 골프레슨을 받게하고 운동하려면 기운이 좋아야 하니 어디 좋은 약이 있다하면 거리를 불문하고 쫓아가 가격불문하고 사다 먹이다보니 이 사장님에게 좋은 보약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보약 브로커’가 따라 붙을 지경이었다. 이러다보니 레슨비에 보약비, 대회 쫓아다니는데 드는 여행숙박경비 등이 엄청나게 들었다. 이에 불구하고 이 사장님의 정성은 계속된다. 


경기가 좋았을 때는 어떻게 어떻게 하여 그 경비를 감당 할 수 있었는데 불경기가 수년간 계속되고 3곳의 식당 매출이 일제히 줄어들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식당 영업이 더욱 어려워져 어려움이 가중되자 이 사장님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동안 모아 놓은 돈으로 노후대비 용으로 장만해둔 APT를 팔아서라도 식당을 정상화시키고 딸의 운동을 계속 할 것이냐? 아니면 식당 중 가장 적자 폭이 큰 곳을 정리하고 최소의 인원으로 버티기 작전으로 나가고 딸의 운동을 잠시 쉬게 할 것이냐? 를 놓고 고민하던 중 필자를 찾아와 의논을 하게 되었다. 필자가 당시 이 사장님의 운을 짚어보니 ‘소축지가인’의 운이었다. 이를 풀이해보면 “갈 길은 먼데 장애가 많다 잠시 물러나 쉬어야 한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은신하라!” 로 해석 될 수 있는 운이다. 


필자 왈 “지금은 모든 몸무게를 줄이고 살금살금 살어름 판을 건너야 하는 시점입니다. 무리하면 살얼음이 깨져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됩니다. 축소경영, 방어경영을 해야 할 때입니다.” 라고 하니 깊은 생각을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신다. 잠시 후 하시는 말씀이 “우리 딸을 과연 골퍼로써 성공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여유 있을 때는 최선을 다하고 되면 좋고 안 되도 딸과 함께 전국을 돌며 즐길 수 있으니 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선생님께 가능성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또 한참 열을 내고 있는데 혹시 나쁜 소리라도 들으면 김이 샐 것 같아서 문의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제 형편상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라고 하신다.


필자가 이 선생님 따님의 사주팔자를 풀어보니 예체능계의 재능은 있어 실력을 발휘 할 수는 있으나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는 운은 약해 보여 프로선수는 겨우 될 수 있겠지만 두각을 나타내기는 어려워보였다. 있는 그대로 설명을 해 드리니 이 선생님 조금 전과는 달리 불쾌하고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자식에 대한 이야기이니 그럴만하다고 생각되었다. 또 그동안 쏟아 부은 자금과 정성이 아까웠으리라. 특히 아빠로써 딸에게 쏟아 넣은 정성이 크게 빛을 못 본다하니 많이 속이 상 하셨으리라 고 본다. 부모는 본능적으로 자식에 대한 좋지 않은 진단은 믿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필자처럼 역학을 공부한 이들도 자신이 풀이한 쾌에 자기 자식의 운이 나쁘게 나오면 자기 자신의 풀이조차도 스스로 믿지 않으려하고 좋은 쪽으로만 풀이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는 식으로 자신이나 가족 특히 자기 자식에 대한 운명 풀이는 제대로 풀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다. 자식에 대한 이야기이니 충분히 그럴만하다. 어찌되었든 이 사장님 따님의 운은 ‘등용문’에 오를 운은 아니었기에 나온 대로 이야기해 줄 수밖에 없었다. 내 뜻대로 안되는 게 자식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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