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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된장 할머니

2021.03.02

 



                  된장 할머니 

 


 김 할머니는 40여 년간 된장 공장을 운영하고 계신분이다. 미국에 이민 오자마자 특이하게도 된장을 담궈 한인마켓 등에 납품하시는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널리 알려져 심지어 알래스카의 작은 섬 시골마을에 한인 분들까지도 김 할머니께 된장을 정기적으로 주문하곤 할 정도이다. 고향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가 끓여 주시던 구수한 토종 된장 맛을 이곳 미국에 와서도 맛볼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작은 행운이기도 하다. 40여 년간 오로지 한길로 전념해온 사업인지라 매출도 안정적이고 고객도 거의 고정적이며 나날이 증가해서 된장사업은 매우 번성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사업이 되었다. 매달 벌어들이는 순수익만 3만~4만 불에 달할 정도이니 황금 사업임에 틀림없다. 김 할머니는 매우 부지런 하시고 성격도 깔끔하고 일처리도 똑 소리 나게 공정하여 어느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 듣지 않는 올곧은 양반이신데 이분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으니 바로 자식들 문제였다. 2남 2녀를 슬하에 두었는데 제대로 된 자식이 하나도 없다. 


첫째는 나이 50이 되도록 지금도 어머니에게 매달 생활비를 받아쓴다. 직업도 없다. 며느리도 아무 하는 일 없다. 돈이 필요하면 시어머니 눈치만 본다. 결혼 한지 20년이 가까이 되는데 20년 다 되도록 부부 둘 다 실업자다. 부유한 실업자! 매달 5천불을 생활비로 받아간다. 자식이 많은 것도 아니다. 외동아들 하나이니 교육비가 많이 나가는 것도 아니다. 5천불로 집세내고 공과금 내고 식료품비 등으로 빠듯이 산다. 부부 둘 중에 하나라도 나가서 파트타임 일이라도 하면 훨씬 여유로울 텐데 둘 다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욕심도 별로 없다. 그냥 어머니가 주는 5천불로 그냥 산다. 어머니가 그동안 모은 돈으로 장만해 놓은 APT며 한국에 사 놓은 땅 등이 어차피 어머니 돌아가시면 자기들 에게 올 것을 예상하기에 느긋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큰 욕심 없이 신선처럼 유유자적 산다. 책이나 읽고 가끔 등산가고 골프 치면서... 예전에 한 번 이렇게 사는 꼴들이 보기 싫어서 김 할머니가 큰아들 내외에게 식당을 하나 차려준 적이 있는데 부부가 똑같이 영업에 신경을 쓰지 않고 건성건성 운영해서 매니저란 놈이 돈 다 빼먹고 가게를 말아 먹었다. 괜히 목돈만 왕창 없어진 것이다. 차라리 지금 방식대로 5천불식만 계속 주었어도 한 십년은 버틸 수 있는 큰돈이 없어진 셈이다. 


둘째 아들은 독신주의자다 40대 중반이 넘어선 나이인데도 여직 결혼을 안 하고 있다.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다. 마누라 얻고 자식새끼 나아서 구속되는 것이 싫단다. 지금 나이에도 머리는 허리까지 닿게 장발을 하고 음악에 빠져 산다. 일주일에 몇 번 클럽 등에 나가 자기 패거리들과 함께 쿵쾅 거려주고 지 먹을 것은 그래도 벌어먹고 산다. 형하고는 다르다. 어머니에게 절대 신세를 지질 않는다. 돈을 억지로 쥐어주어도 싫단다. 자신은 돈이 필요 없고 또 필요한 돈은 자기가 벌 수 있다고 하면서! 문제는 가정을 꾸려 정상적으로 살 생각이 전혀 없다는데 있다. 선이라도 보라고 하면 펄쩍 뛰며 성질을 낸다. 자꾸 이러면 아예 집하고 담을 쌓겠다고 협박 하면서!


큰 딸은 시집을 갔다가 다른 남자와 눈 맞아서 바람 피다가 이혼 당했다. 이혼하고 난 뒤 엄마 집에 얹혀 사는데 끊임없이 돈을 요구한다. 매일 돈 달라고 징징거린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 고 바람 피다 이혼당한 것이 무슨 염치가 있다고 명품으로만 쫙 빼입고 다닌다. 할머니 표현을 빌자면 ‘세상에 미친년’이다. 좋은 명품이 새로 나왔다 하면 몸살이 난다. 그것을 손에 넣지 못하면 몇날 며칠을 안절부절 못한다. ‘미친년’ 처럼! 그러다 그것을 갖게 되면 좋아서 펄쩍펄쩍 뛴다. ‘미친년’ 처럼! 이것도 병중에 큰 병이라고 할머니는 말씀하신다. 마약중독 증세와 비슷하다고. 최근에는 열애에 빠져 있는데 유부남이다. 할머니가 조마조마 해서 아무리 야단을 쳐도 소용이 없단다. 아무래도 큰 사단이 날 것 같다며 김 할머니만 안절부절 이시다. 


막내딸은 다행히도 정상이다. 유일하게 자식들 중 잘 된 자식이다. UCLA 졸업 후 법대에 진학하여 변호사가 되었다. 상법전문 변호사 인데 실력이 뛰어나 꽤나 널리 알려진 재원이다. 인물도 예쁘고 돈도 무척 잘 번다. 오직 문제라면 사주팔자 속에 ‘음양착살’ 이 있어 결혼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막내딸의 사주를 처음 접했을 때 김 할머니에게 “막내 따님은 얼굴도 예쁘고, 머리도 총명하고 돈 복도 많고 명예도 높으니 무엇 하나 빠질게 없는데 문제라면 오직 사주 속에 ‘음양착살이’ 있어 결혼이 어렵다는 점이네요” 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막내딸 본인도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데 이상 하게도 인연이 닿질 않았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여지껏 미혼이다. 


필자에게 찾아와 하시는 김 할머니의 한탄은 늘 이러했다. “아이고 하늘도 무심하시지! 평생 열심히 일하고 자식 키운 죄 밖에 없는데 어쩌면 자식들 모두 이 꼴인지 전생에 죄가 많은가 봐요! 이꼴저꼴 안 보게 그냥 빨리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요. 아이고 이년의 팔자야!” 김 할머니의 심정이 백번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 오로지 자식들 잘 되라고 희생하며 살아오신 분이 얼마나 낙담이 크시겠는가! 지금은 속상하시겠지만 ‘살다보면 좋은 날도 오겠지...’ 라고 하는 희망을 가지시고 좋은 날을 기다려 보시라고 위로해 드리고 싶다.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활기찬 모습을 보여 주시길 기원해 본다. 할머니 화이팅!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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