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고부간 격렬한 투쟁사-
고부간 이신 김 할머니와 박 여사는 두 분 다 필자의 오랜 고객이시다. 필자와 상담을 시작한 이래 10년이 가깝도록 함께 필자를 찾은 적은 한 번도 없으시다. 꼭 다른 날 다른 시에 예약을 하고 각기 홀로 들리신다. 간혹 같은 날 예약이 잡혔어도 시차를 두고 각각 상담하고 가신다. 같은 집에 살면서도 그렇다. 한마디로 서로가 ‘꼴 보기 싫어서’이다. 김 할머니의 아드님이자 박 여사의 남편은 타운에 꽤나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이고 치과병원을 운영하고 계시다. 병원 운영 외에도 사회적인 관심이 많아 여러 단체장 직을 역임했고 지금도 몇 몇 단체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적극적인 성격에 시원시원한 달변을 지녀 여러 사람들의 고민거리들에 대해 충고도 해 주고 해결 방안을 제시해 주는 맏형 같은 역할을 좋아해 이 분을 따르는 여러 친구 후배들이 많건만 정작 자신의 어머니와 처의 관계에 대해서는 완전히 ‘두 손 두 발’ 다 들고 방임자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결혼 초기 아무것도 아닌 일로 어머니가 부인을 너무 심하게 나무라시는 것 같아 아내 역성을 들었다가 날벼락을 맞을 뻔했다. 대성통곡을 하시며 “아~이고 내 팔자야~ 나이 30에 청상 과부 되서~금이야 옥이야 저하나 잘되라고~ 손발이 부르트게 고생고생하면서 ~ ~ 키워놨더니 이제 애미가 늙고 쓸데없어졌다고~ ~지 예편네 편만 드니 살아서 뭐하겠는가~ 남편복 없는년 자식복도 없다더니... 억울해서 못 살겠네 아이구 어머니~ ~” 완전히 남도 창법으로 음률까지 넣어가며 한 시간을 넘게 신세한탄을 하시더니, 그 다음날 수면제 한 줌을 삼키고 자살하려는 것을 다행히도 발견해서 살려놨는데 부인이 말하기를 “그게 다 어머니 쇼예요! 쇼! 왜 작은 아가씨에게 전화를 해서 이제 애미 못 볼테니 잘 살아라 우시며 전화를 끊어서 아가씨가 집에 뛰어오게 하셨겠어요? 의사 선생님 말로도 그 정도 수면제는 생명에 아무지장이 없데요” 라고 했다.
한번은 박 여사가 시어머니와 한 참 다투고 있는데 버릇없이 대드는 것 같아 어머니 편을 들어 야단을 쳤더니 격하게 대드는지라 확 밀었는데 뒤로 쾅! 하고 자빠지더니 대성통곡을 하며 난리치더니 그 길로 트렁크에 짐 사가지고 친정으로 가 버렸다. 지엄마 편드느라고 아내에게 폭행까지하는 남자하고는 못살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보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아 처갓집에 아내를 데리러 갔다가 장모님에게 욕만 실컷 먹었다. “자네 그러는게 아니네! 아무리 홀 시어머니라고해도 경우가 있는 법인데, 무경우하게 며느리를 몰아치시니 어느 누가 말대답하지 않겠나? 그런데 자네는 애를 집어던지기까지 했다며? 그러다 애 머리라도 다치면 어쩌려고 폭력을 행사하고 무대뽀로 엄마 역성만 들어! 이럴꺼면 우리 애 데려갈 꿈도 꾸지 말어!” 빌고 또 빌어서 겨우 장인 장모님 용서를 받고 아내를 살살 달래서 겨우겨우 집에 데려왔는데 오자마자 이때부터 또 신경전이다. 아이가 생기면 두 사람 사이가 조금 나아지려니했는데 첫 아들이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전쟁은 더욱 격화된다.
옛날식으로 손주를 키우려는 시어머니와 현대식으로 과학적이며 위생적으로 키우려는 박 여사 사이의 견해 차이였다. 아이 씻기는 방식, 아이 분유 타는 방식, 아이 옷 입히는 방식, 심지어 트림시키는 방식까지 사사건건 의견이 다르니 언쟁이 다반사다. “ 아니? 내 새끼 내 방식대로 키우겠다는데 어머니가 왜 그렇게 참견이 많으세요? 좀 적당히 참견하세요. 내아들이예요! 내아들!” “아니 니 새끼만 되냐? 내 새끼도 된다. 내 손주 새끼란 말이다! 얘는 니하고 성이 달러! 막말로 이혼하면 너는 남남이야 우리 집 대를 이을 아인데! 아이고~ 니 새끼라기보다 우리집안 새끼야? 이거 왜이래!” 늘 이런 식으로 부딪쳤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아이가 좀 커서 이빨이 나오려고 하자 할머니는 큰 오징어 다리를 삶아서 목걸이 모양으로 만들어 손주 목에 걸어주었다. 막 이빨이 나려는 잇몸으로 다치지 않고 냥냥하고 씹을 수 있는게 옛날 방식으로 김 할머님이 방법을 생각해 내었는데 외출에서 돌아와 이것을 본 박 여사 펄~쩍 뛰었다. 방바닥에 질질 끌려서 먼지가 다 묻은 오징어 다리를 아이가 침을 질질 흘리며 빨고 있으니 위생개념 철저한 박 여사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어머니! 세상에 애기에게 무슨 짓을 한거예요? 어머 징그러워라! 이게 무슨 짓이예요? 어머니 벌써 노망 나신거예요?” 또 한바탕 전쟁. 한번은 김 할머니 입에 물고 있던 먹을 것을 손주 이쁘다고 입에 넣어주다 며느리에게 딱 걸려 또 한 바탕 전쟁. 이들의 투쟁사는 끝이 없었다. 이렇듯 전쟁을 치룬 이후에는 이들은 꼭 필자를 찾는다.
반드시 각각 혼자서. 와서는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신세한탄을 한다. 김 할머니는 표독한 며느리를 만난 자신의 불운을 한탄하며, 박 여사는 하필이면 세상에서 제일 무식하고 극성스러운 시어머니를 만난 것을 한탄하며 신세타령을 한다. 필자가 여러 가지 중재노력을 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라고 두 분에게 아무리 충고해도 이들은 듣지 않는다. 결국 필자가 김 할머니께 해드린 최종적인 충고는 이렇다. “앞으로 살날이 구만리 같은 젊은 부부를 갈라 놓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세상을 하루라도 더 많이 사신분이 양보하는 수밖에요! 이게 세상의 이치 아닙니까? 외로우셔도 나가서 방을 하나 얻어 혼자 사세요! 내가 외롭고 괴로운게 낫지 아드님이 이혼하고 혼자 외로우면 어머니 심정이 어떠시겠어요?” 라고 말하니 김 할머니 한참동안 침울한 표정으로 말이 없으시더니 휴! 하고 한숨을 내 쉰 뒤 힘없이 대답을 하신다. “선생님이 꼭 그렇게 하라시니까 그렇게는 해야겠는데 왜 이렇게 서러운지 모르겠어요. 이제 제가 늙기는 늙었나봐요” 라고 하신 뒤 눈물을 찍어 내신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