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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불쌍한 수전노 영감

2021.02.27





                       불쌍한 수전노 영감  



 필자와 수년 째 가끔 상담하시는 박 여사님께서 좀 오랜만에 필자를 찾으셨다. 이번에는 연로하신 자신의 아버지 사주팔자를 보고 싶어 왔다고 하신다. 올해 86세가 되시는 병자년 생으로 사주를 풀이 해 보니 월지에 정재가 있어서 검소하고 저축심이 강한 성격의 분이라고 짐작 해 볼 수 가 있는데 아뿔싸! 정재와 묘가 동주하고 있는 형국이니 이것이 문제점으로 보인다. 정재와 묘가 동주하면 역학상 검소하고 저축하는 기질이 너무 강해서 과유불급이니 수전노가 되기 싶다고 해석 할 수 있기에 그러했다. 필자 왈 “아버님 사주팔자를 보니 젊은 시절부터 매우 성실하셨을 것 같고 스스로 자수성가 하는 운명이니 부모 형제 덕 없이 어렵게 자라서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는 분이라 판단되는데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 주위에 비난을 사기는 하겠지만 아무튼 큰 재물을 모으신 재산가라고 보여 집니다. 


허나 안 된 것은 이런 분은 자신이 모은 재산을 자신을 위해서 단 한 푼도 쓸 수 없으니 어찌 보면 불쌍한 분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라고 하니 박 여사님 한 숨을 크게 내 쉬더니 “역시나 그렇군요! 지독해도 우리 아버지처럼 지독한 사람은 아마도 이 세상에 없을 겁니다. 스크루지 영감도 우리 아버지 에게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 겁니다.” 라고 한 뒤 머리를 절래절래 흔드신다. 박여사 아버님 박 영감님은 이북 원산이 고향이신 분이다. 6.25 전쟁 통에 부모 형제와 떨어져 홀로 월남하신 분인데 혈육 한 점 없는 남한에서 통일 되면 고향으로 돌아갈 꿈 한가지를 키우며 금의환향 하기위해 악착 같이 돈을 모았다. 점심 먹는 돈이 아까와 수돗물로 배를 채우며 한푼 두푼모아 남대문 시장 바닥에 조그마한 점방을 차렸고 이곳에서 모은 돈으로 염색 공장을 차렸는데 이것이 제대로 맞아 주어서 떼돈을 벌었고 이것이 방직업으로 발전 대한민국에서 몇 번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현금 동원력이 많은 알부자가 되었다. 


이분은 사업을 하면서 한번도 은행 돈을 써 본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 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지닌 분이었다. 은행 돈 왕창 빌려서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 하는 다른 재벌과는 다르게 이 분은 오로지 한 가지 사업에 한길로만 매달렸고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절대 외상으로 어떤 것을 들여놓지 않았고 또한 외상도 절대 주지 않았다. 따라서 남에게 빚지기도 남에게 돈을 꿔주지도 않는 철저함을 지켜나갔다. 이러니 주변에서 ‘왕 소금 박 영감’ ‘스크루지 박’ ‘중국 놈 빤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올 독종’ 등등 여러 가지 별명으로 불리우며 지탄의 대상이 되었으나 이런것에 눈 한번 깜빡하지 않았다 한다. 


슬하에 8남매를 두었는데 다행스럽게 잘 성장해서 큰 아들은 국회의원, 둘째 아들은 고위 공무원, 셋째 아들은 대학 교수, 넷째 아들은 외교관, 다섯째 아들은 개인 사업, 여섯째 아들은 LA 인근 도시에서 리커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고, 일곱째이자 외동딸인 박 여사님은 얼바인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남편을 도와서 병원 일을 하고 있으며, 여덟째 막내아들은 공부가 길어져서 미국에서 박사 학위 과정 중이다. 이렇듯 형제 모두가 잘 되었는데 형제 모두 대학 등록금 이상은 아버지에게 지원을 받은 바가 없다. 학비만 대 줄 뿐이지 생활비는 스스로 각자 벌어가며 공부를 마쳤다. 자식들에게 아무리 급한 일이 생겨도 절대 도와주지 않았다. 


언젠가 개인 사업을 하는 다섯째가 사업이 잘못 되서 부도를 내고 도망 다닐 때에도 모른체 했고 이아들이 죽는다고 유서를 쓰고 음독을 해서 사경을 헤매일 때도 “죽고 사는 것은 다 자기 팔자다” 이 한마디 하고 아들이 누워있는 병원을 들여다 보지도 않았다. 박여사님 부부가 얼바인에 치과를 개업할 때 돈이 꼭 필요해서 아버지에게 난생 처음으로 조금만 도와달라고 부탁했을 때 ‘너 미친 년 아니냐?’ 며 시집간 딸년이 왜 친정집에서 돈을 빼갈려고 하냐며 길길이 날뛰는 바람에 본전도 못 찾고 서러움에 눈물콧물 쏟은 생각만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하며 흥분했다. 지금도 아버지는 손발 씻은 물을 절대로 그냥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걸레를 빨거나 화장실에 변기 물로 재활용 한다. 이빨 닦는 치약도 아깝다며 지금도 왕소금으로 양치질을 하신다는 대목에서는 필자도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노인분이 진실로 불쌍한 것은 자식들 여덟명과 며느리, 사위, 손주 등 그를 바라보는 모든 식구들이 표현을 안 할 뿐이지 ‘이 노인네가 언제 돌아가시려나!’ 하는데 관심이 모아져 있다는 점이었다. 아버지가 빨리 돌아가셔서 그 많은 재산을 일부나마 상속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걱정이 아니라 기대 속에서!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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