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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병신 짓만 한 남자

2021.04.08




  


              병신 짓만 한 남자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희생하는 부모님들을 씁쓸하게 하는 신문기사가 예전에 모 조간신문에 실렸다. 중국의 한 남성노인분이 딸네집 앞에서 3일간 노숙을 하며 딸네 집에 들어가려다 결국 양로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기사다. 자식이 6명이나 있다했지만 서로가 부양을 거절해 결국 이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 노인네가 결국 양로병원으로 실려 가면서 한 말이 ‘내가 지들 키워주었는데 나에게 이럴 수가 있나!’ 는 탄식이었다 한다. 요즈음 우스개 소리 중에 ‘3대 병신’이라는 말이 있다는데 첫째가 모든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자식이 자신을 극진히 모셔주길 바라는 사람. 둘째가 통장(경제권)을 아내에게 다 맡기고 눈치보고 타 쓰는 사람. 셋째가 돈이 아까워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하고 쩔쩔매다 정작 써 보지도 못하고 죽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는 돈이라는 것은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는 꼭 붙들고 내 놓지 않아야 자식이나 마누라에게 홀대 받지 않고 살다 죽을 수 있으며 자신을 위해 돈 쓰는데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세대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세상에는 자신을 위해서는 돈 한 푼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자식을 위해서라면 아까울 게 없는 부모들이 대다수라 할 수 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이것저것 계산할 수 있는 약삭빠름을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리라! 이와 관련하여 한 사연이 있어 여기에 소개코저 한다. 


예전에 필자와 상담을 한 적이 있는 K씨는 한국의 꽤나 탄탄한 중소기업체의 임원으로 근무 중인 50대 초의 남성이다. K씨의 부인은 필자의 오래된 고객이신데 아이들이 초등학교때 부터 아이들 데리고 조기유학을 와서 아들인 큰 아이는 대학을 보내고 작은애인 딸애는 11학년으로 대학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K씨가 휴가를 이용하여 부인과 아이들을 보려고 이곳 LA에 왔을 때 부인과 동행하여 필자를 찾은 것이 K씨와 필자의 인연이 되었다. 그 후 K씨는 일 년에 한 두 차례 휴가를 이용해 LA를 찾을때 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필자를 찾았다. K씨는 약간 소심하면서 세심한 성격을 지닌 여린 감정의 소유자였다. 성격이 대범치 못하여 부인과 자녀들에게 잔소리가 많은 편이었고, 부성애가 무척이나 강하여 자식이라면 꺼벅 죽는 아빠였지만 대범하고 과묵한 부인과의 성격이 맞지 않아 다소거리가 있어 보였으나 서로 노력하는듯 했다. 


중소기업체 임원이라 하지만 수입은 연봉 1억 미만 수준이었고, 그것도 세금과 이것저것 떼고 나면 실제 수입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런데 두 아이가 유학생 신분이다 보니 학비가 만만치 않았고, K씨 부인이 알뜰한 사람도 아니어서 사치하지는 않지만 손이커서 이것저것 소비하는 통에 늘 돈이 부족했다. 받는 월급은 전부 즉시 미국에 송금해주고 100만원 정도를 남겨서 생활했다한다. 방값이 아까와 중국교포나 무주택 일용직 근로자, 대학생 등이 주로 이용하는 한 평 남짓한 고시원 생활을 하였고, 식비를 아끼려 식사는 주로 구내식당을 이용했으며 아주 급한 일이 아니면 절대 택시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정도로 철저히 절약했다. 검소한 평소의 성격 탓도 있지만 백 만원 남짓한 생활비로는 달리 방도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한다. 하지만 매년 가족을 만나러 오는 미국행 비행기 값은 어쩔 수 없었다. 


사는 목적이 자식에 대한 희생과 헌신인 그에게 삶의 유일한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가족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매년 빼놓지 않고 오는 아버지를 아이들은 그다지 기뻐 맞이하지 않는 눈치였다. 세심한 성격 탓에 이것저것 아이들에게 캐묻고 알고자 하며 또 잔소리를 해대는 그를 반길리 없기 때문이다. 부인은 싫어하는 기색이 아주 노골적이었다. “뭐 하러 매년 비싼 비행기를 타고 그래?” 하면서 눈 꼬리를 치켜뜬다. 혼자서 외롭게 생활하며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 대해선 눈꼽만치도 배려하는 것이 없다. 원래 성격이 매정하고 말수가 없는 여자이지만 이건해도 너무한다 싶어 “가족을 위해 외롭게 분투하는 남편의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것 아냐? 내가 외롭게 생활하며 고생하는거 안됐다는 생각을 눈꼽만치라도 해 준적 있어?” 라고 역정을 내면 즉시 반격이 돌아온다. “다른 남자들도 다 그렇게 애들 위해 희생하고 살어! 당신만 그러는 게 아냐! 그리고 다른 남자들은 당신처럼 그렇게 찡찡(?) 거리지도 않아! 뭐 대단한 일 한다고 유세야? 유세가!” 이런 형편이니 K씨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알아주는 이 하나 없어 보람이 없었다. 그래도 하는 수 없이 같은 생활을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K씨가 필자를 방문하였다. “미국에 언제 오셨습니까?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필자의 인사에 침통한 표정으로 말이 없던 K씨가 어렵게 괴로운 듯 찡그린 표정으로 “마누라가 이혼하자고 합니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 문제니 엄마 아빠가 알아서 하라고 무관심하고... 남자가 있었던거 같아요!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저만 혼자 죽어라 하고 일만 했던 거죠! 제가 병신 새끼죠!” 라고 하더니 굵은 눈물을 떨군다. 죽어라 하고 돈 벌어서 마누라 오입 비용대고 자식들 유학파 오렌지족 흉내 내게 해 준 남자의 말로였다. 그나마 있던 APT마저 처음 애들 유학 보낼 때 팔아서 마누라가 지니고 있었다 하니 죽 써서 개 준 꼴이다. 완전 알거지가 된 것이다. 세상에 나쁜 년들 참으로 많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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