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 하지 말랬잖아요!
예전에 겪었던 상담 내용이다. 공 여사님은 필자의 오랜 고객이시다. 20대 초반에 청상과부가 되어 아들하나 키우며 평생을 홀로 사신분이다.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이 아들하나 남기고 사고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남편 묘 앞에서 입술을 굳게 깨물고 남편에게 약속했다 한다.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해서 라도 당신이 남긴 씨앗을 소중하고 훌륭하게 키워 내겠다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젊은 청춘을 재혼도 않은 채 오직 아들하나 의지하여 흘려보냈다. 노력이 헛되지 않아 아들이 동부 아이비리그 명문대를 졸업 후 유명한 금융회사에 취직이 되었을 때 펄쩍 뛸 듯이 기뻐했다. '이제 아이 아빠에게 약속을 지킨 것 같습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라고 하며 필자 앞에서 기뻐 울음 짓던 공 여사님 이시다.
그 후 아들 장가들인 다며 기뻐 상기된 표정으로 모 아가씨와 아들의 궁합을 보러 오셨을 때 궁합을 맞춰보다가 두 사람의 월령에 원진살이 들어있어 이에 대한 설명을 하며 주의를 준일이 있다. 필자 왈 "두 사람은 정신적인 合을 뜻하는 겉 궁합도 합이 들어 매우 좋고 육체적인 합을 뜻하는 속궁합도 매우 좋습니다. 거기다 자손궁을 뜻하는 시지에도 合이들어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나는 자손도 매우 귀하게 될 궁합 이여서 매우 궁합이 좋으나 단 한 가지 시어머니 궁에 원진살이 들었으니 이게 걱정입니다." 라고 하니 공 여사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라고 하신다. 필자가 좀 더 세심히 "월령에 원진이 들면 며느리하고 시어머니가 원수처럼 미워하고 다투거나 시어머니로 인해 아들, 며느리가 사이가 나빠져 화합을 깨트릴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에 두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된다면 여사님은 절대로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지 말 것이며, 가능한 한 아들 집에 자주 드나들지 말고 될 수 있으면 아들집 가정사에 참견하지를 말아야 둘이 구순하게 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서운하시겠지만 꼭 명심하셔야 할 내용입니다." 라고 설명을 하니 공 여사님 망설임 없이 즉답을 하시기를 "아이고~ 그게 뭐 어렵 습니까? 지들끼리 잘 살기만 한다면 저는 아무 상관없어요! 아무튼 제가 그 점만 명심하면 둘은 궁합이 잘 맞는거죠?" 라고 하신다.
그 후 아들을 장가보내고 공 여사님은 살던 집을 아들 내외에게 주고 자신은 조그만 콘도를 하나 사서 나왔다. 나오긴 나왔는데 그 콘도가 집에서 걸어서 5분도 채 안 걸리는 곳에다가 집을 샀다. 아무래도 아들과 멀리 떨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웠나보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아들집에 가서 참견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불쑥 솟아올랐다한다. 집은 제대로 잘 치우고 사는지? 앞마당 잔디는 잘 관리하는지? 화단에 있는 화초들은 잘 관리하는지? 집에 심어놓은 유실수에서 제때 과일을 따다먹는지? 아들 아침밥은 잘 차려주는지?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을 제대로 알아서 차려주는지? 빨래할 때 세제는 잘 가려 쓰는지? 아들에게 알레르기 있는 세제나 음식을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물은 어떤 회사 물을 먹이는지? ? ? ? ? ?...... 한도 끝도 없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지만 필자의 강력한 충고가 생각나 혀를 깨물며 참고 있다고 오셔서 말씀하셨었다.
처음 1년은 그럭저럭 잘 지냈고 언젠가 한번은 며느리를 대동하고 자랑 하듯이 필자를 찾아 상담하고 가신일도 있다. 이때 보니 다행스럽게도 고부간에 사이가 매우 좋아보였다. 친엄마와 딸처럼 다정해보여 필자도 적잖이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좀 흐른 뒤 공 여사님이 필자를 찾았다.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아무래도 우리 며느리가 좀 문제가 있는 애 같아요! 어찌나 게으른지 아침에 아들 아침밥도 제대로 해먹이지 않는것 같아요. 아들은 말은 안하는데 제가 슬쩍슬쩍 "아침에 뭐 먹었어?' 라고 물어보면 콘프레슨가 뭔가를 우유에 말아먹고 나오는 눈치예요! 어쩌다 가끔 그런다고 하는데 눈치를 보니 거의 매일인거 같아요. 그리고 어쩌다 집에 가보면 어찌나 지저분하게 해놓고 사는지 젊은 애가 그게 뭐예요? 세상에? 텔레비전 위에 먼지가 수북하고 씽크대 하고 렌즈위에는 기름때가 잔뜩 끼였고 세면대에는 머리카락이 잔뜩 빠져있어 물이 잘 안내려갈 지경이고 샤워실 바닥에는 때가 둥둥 떠 다녀요. 옷장 속에는 산더미 같은 옷들이 이것저것 구별 없이 마구 뒤엉켜있고 속옷장에 보니 남자 여자 팬티가 뒤섞여 있어요! 어머나? 망측해라!
보다 못해서 애들 출근하고 난 뒤 내가 슬쩍 집에 들어가 씻고 닦고 옷장 정리하고 애를 썼더니 며느리라는 년(?-이때부터 흥분하셨는지 욕이 막나온다)이 저에게 뭐랬는지 아세요? 제발 집에 와서 이것저것 들춰보지 말라는 거예요. 왜 남의 살림에 손을 대고 옷장 속을 다 뒤지고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남의 일기장 까지 들춰보냐고 지랄을 하는 거예요. 제가 설마 지 일기장까지 읽어 보았겠어요? 일기장이 있으니까 그냥 누구건가 한 번 열어보고 닫았을 뿐이지 뭐? 세상에 그런 막돼먹은 년이 어디 있어요? 시애미에게 남의 살림 뒤지지 말라니? 시애미가 남이예요? 법사님! 한 번 말씀을 해 보세요!" 라고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하려한다.
처음 궁합을 볼 때 예측한 문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필자 왈 "참견하지 말랬잖아요! 애초에 자신이 없었으면 결혼을 시키지 말았어야 지요! 같이 살지 말라고 했더니 바로 옆집에 집을 구해놓고 그게 멀리 떨어져 사는 겁니까? 내가 요전에 들은 바로는 하루에도 아들 며느리에게 수 십 번씩 전화 하신다고 하던데 그게 참견 안하는 겁니까? 또 아무리 아들집이라고 해도 미리 아무 말도 없이 몰래 불쑥 들어가서 이것저것 손을 대놓으면 며느님이 퇴근하고 집에 와서 얼마나 섬짓하겠습니까? 물론 도와주시려고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런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또 속옷까지 뒤적여서 정리해 놓는다면 같은 여자 입장에서 얼마나 황당하고 민망하겠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공 여사님이 잘못하고 계신것 같습니다." 라고 힐난하니 공 여사님 입이 댓발을 빠진 채 댓구가 없더니 나가 버리셨다. 외아들을 둔 홀시어머니가 참으로 어렵다 더니 공 여사님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나오는것 같아 안타까왔다. 아들의 사랑을 며느리에게 빼앗겼다고 머리가 아닌 감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이런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공 여사님도 배울 만큼 배우신 분이고 합리적인 분이신대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참으로 걱정스러웠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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