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 -억세게 운 없는 R군.
R군의 어머니가 필자를 처음 찾은 것은 몇 년 전의 일이다. 아들인 R군의 사주팔자를 보고 싶다하여 생년월일시를 물어 사주기둥을 세워보니 甲子年 丁丑月 己未年 甲子時로 나왔다. 이 R군의 당시 운세를 필자가 짚어보니 ‘귀매지진’의 쾌다 ‘형야재야 경인지혜’의 운이니 ‘가까운 자가 나를 음해한다. 작은 일이 크게 번진다. 경거망동 하지 말고 은인자중 하라 관재구설이 닥치리라’는 것으로 해석 될 수 있어 매우 불안해 보였었다. 필자 왈 “최근에 아드님 신상에 좋지 않은 시비수가 닥치고 그로인해 관재구설이 발생하는 운세인데 그런 일이 있었나요?” 라고 한 즉 R군 어머니 ‘휴!’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좀 체로 말이 없더니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우리아들이 그 짝이 났지 뭐예요?” 라고 하며 사연을 이야기한다.
R군은 당시 모 명문대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다. R군에게는 그해 여자 친구가 생겼는데 이 여자 친구가 성질이 대단한 아가씨였다. R군을 노상 들볶고 잔소리를 해대면서 툭하면 달려들어 R군을 꼬집고 깨 물기까지 했다. 자기 마음에 조금만 들지 않으면 이런 짓을 해대니 R군은 견딜 수가 없었고 온몸은 늘 할퀸 자국과 멍투성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길가에서 R군과 여자 친구가 시비가 붙었다. 평소대로 R군에게 달려들어 꼬집고 할퀴고 깨무는 여자 친구의 공격을 방어하느라 여자 친구의 두 손을 꽉 붙잡고 실랑이 중 이였는데 마침 지나치던 순찰차가 이 광경을 보고 남자가 여자를 폭행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R군에게 수갑을 채워 경찰서로 연행했고 R군의 여자 친구는 R군이 자신을 폭행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손끝하나 대지 않고 오히려 당한 쪽은 R군이었고 상처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R군을 폭행 범으로 취급하고 여자 친구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일단 풀려난 R군은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어 여자 친구를 만나 따지려고 그녀의 집을 찾아갔다. 이때 그녀의 어머니가 그를 보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 자리에서 체포되어 경찰에 끌려갔고 일정기간 구금된 후 풀려났지만 법원으로부터 정식 ‘접근 금지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너무도 억울하였지만 여자 친구 집에는 가지 못하고 전화로 여러 번 여자 친구와 다투었는데 어느 날 경찰이 집에 찾아와서 체포해 갔다. 법원 명령을 어긴 중 죄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여자 친구에게 일체의 접촉을 하지 말 라고 명령 했는데 전화로 수차례에 걸쳐 여자 친구를 협박까지 했기에 그 죄질이 무겁다 하였다. 변호사의 이야기였다. 결국 감옥 에 수감되어 몇 달 있다가 이런저런 손을 써서 일단 풀려나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한 번의 감옥 생활에서 어찌나 혼이 났던지 다시 그곳에 가는 것이 죽기보다 두려웠다. 이런 와중에 R군의 어머니가 필자를 찾은 것이다.
당시 필자가 R군의 운세를 살펴보니 ‘수옥살’이 심하게 들어 있어 무사하지는 못할 것 같았고 그대로 설명했다. 그 후 몇 년 동안 그 일을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R군의 어머니가 몇 년 만에 필자를 찾은 것이다. 필자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이들을 상담하기에 R군의 어머니를 기억할 수 없었으나 R군의 어머니 설명을 들으니 그제야 어슴프레 기억이 났다. 와서 R군의 운을 다시 한 번 보아 달라 요청하신다. 필자가 다시 쾌를 짚은바 ‘소축지가인’ 의 쾌다 ‘지중지어중무활계’ 이니 ‘주위의 냉대 속에 생기는 것은 관재구설 시비요, 이성으로 인한 시비와 낭설에 시달리게 되리라!’ 는 것으로 해석 될 수 있는 역시나 불안한 쾌이다. 이 쾌를 설명해 드리니 예전처럼 R군 어머니 길게 한숨을 내쉰 뒤 잠시 말이 없다가 사연을 이야기한다.
당시 R군은 재판을 앞두고 감옥에 갈 것이 두려워 한국으로 도망을 쳤다. 한국에 가서 요즈음 추세가 그렇듯이 영어 선생을 했다. R군은 아버지가 백인이고 아버지 쪽을 많이 닮아 한국인과의 혼혈이지만 전형적인 백인 외형을 지녀서 학원가에서는 오히려 이점이 장점이 됐다했다. 이렇게 몇 년간 지내며 안정되게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비슷한 처지의 미국인 친구가 찾아와 R군의 수입을 물어보았다.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자 ‘간단한 방법으로 그 급여의 두 배 이상 받을 수 있는데 왜 순진하게 그러고 있냐?’ 고 했다한다. R군의 경우 대학 졸업장이 없어 대학 졸업자보다 급여가 훨씬 적었는데 미 명문 대학 졸업장을 위조하여 영어 강사로 취업하면 지금보다 배 이상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다들 그렇게 하고 있는데 왜 바보처럼 너만 그러고 있냐고 하면서 졸업장과 성적 증명서를 위조해 주는 사람을 소개해 주고 일자리도 소개해 주겠다고 꼬득이는 바람에 결국 그렇게 했다한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한국 나가서 2-3년간 계속 사귀어 온 아가씨가 있는데 최근에 R군이 마음이 변해서 다른 아가씨와 데이트를 하자 R군의 이런저런 비밀을 다 알고 있는 애인은 “R이 미국에서 지명 수배를 받고 한국으로 도피해 있으면서 대학 졸업장과 성적 증명서를 위조하여 취업하였고, 미국에서 온 비슷한 처지의 교포들과 마약을 하고 있다” 고 검찰청 에다 고발을 해버렸다. 검찰에서는 이게 웬 떡이냐? 하며 반겼고 집중수사 끝에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사건의 보도 되었다. ‘미국 도피 사범들 한국에 와서 가짜 졸업증명서와 가짜 성적증명서로 버젓이 영어강사로 취업을 하고 마약을 유통시키다 적발’ TV방송에도 시끌벅적하게 보도되었던 이 사건으로 R군은 실형을 살고 한국에서 추방명령을 받았다. 한국에 머물 수도 미국에 돌아올 수도 없는 국제미아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참으로 여자 복 지지리도 없는 R군이다. 이래서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있는것 같다. 빨리 일이 풀려서 R군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해본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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