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된 찌질 이의 꿈
찌질이 K군도 한때는 가족의 희망이자 꿈 이였던 적이 있었다. 경북 청송이 고향인 K군은 산골 마을에 약초 농사를 주업으로 삼는 부모님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태중에서 제대로 먹지를 못해서 인지 태어나면서 부터 몸이 부실해서 늘 골골하며 자랐으나 머리만은 제법 영특하여 시골 학교에서 늘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 찌질이 K군의 부모님도 이런 K군이 나중에 큰 인물이 되서 가문을 확 일으켜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그 희망으로 행복했다. 장남이 성공만 하면 그 밑으로 올망졸망 딸린 동생들을 죄다 일으켜 세우리라 기대하며 가족 중 누구보다도 찌질이 K군을 대우했다. (이런 K군에게 계속 필자가 찌질 이 라는 별명을 붙이는 것은 뒤에 밝혀진다) 밥도 제일 먼저 퍼주고 맛있는 음식은 다른 동생들보다도 장남이 우선 이었으며 없는 살림에 매년 보약을 지어 먹이는 등 정성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동네 사람들도 자기네 산골 마을에 오랜만에 인물이 날 것 같다고 하며 K군의 부모님을 부추겼다. 이러다보니 K군은 스스로 자신이 대단한 인물이나 된 양 교만해 지기 시작했다. 허나 찌질 이 K군의 실체는 대학진학 시 나타난다. 산골 마을에서 초, 중, 고, 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했지만 그것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 서울에 있는 중간급 의 그렇고 그런 대학에 응시 했으나 보기 좋게 낙방하고 만 것이다. 체면을 확 구긴 것이다. K군의 부모님은 실망하는 찌질 이 K군에게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 했느니 라. 꾹, 참고 내년에 다시 한 번 도전해 보자" 라고 하며 오히려 K군을 위로 하셨다.
1년의 재수 끝에 겨우겨우 지방의 한 사립대에 합격 한다. 꿈이 거창해서 법대에 진학했다. 나중에 판검사가 돼서 그동안 까불던(?)놈들을 아주 크게 혼내주겠다는 삐딱한 꿈을 안고 시작한 대학 생활이었다. 하지만 지방의 이름 없는 사립대인 이곳에서 그동안 사법고시에 합격한 인물이 거의 전무한 대다가 공부환경도 조성되어 있지 않아 학과 수업은 거의 대리출석 시키면서 고시 학원이 밀집한 서울 종로의 학원가에서 사법고시 준비를 해나갔다. 나름 최선을 다한다고 했으나 1차 시험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는데 항상 영어과목이 과락(40점미만)이였고 평균점수도 합격점에서는 크게 떨어져 있었다. 찌질이 K군은 그래도 절망하지 않고 나름대로 준비를 계속했다.
'사법고시 준비생' 이라는 것이 K군에게는 큰 자부심을 주었고 어디를 가든 법전을 쫙 펴 놓고 주위에서 보아주기를 바라며 과시를 하곤 했다. 그리고는 공부는 찔끔찔끔하다 말다를 반복했다. 겉멋만 든 것이다. 이렇게 몇 년을 허송세월 하다 보니 어영부영 대학졸업을 하게 되었고 군 입대를 연기하기위해 돈만 주면 들어갈 수 있는 삼류대학 경영 대학원에 적을 두게 되지만 출석은 거의 안했다고 한다. 대학원에 적을 두고서도 계속 시험에 응시하지만 찌질이 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듯 성적은 계속 저조하게 나와 정작 본 시험장 (2차 시험장)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방위병으로 군대에 다녀오게 된다. 고향 동네에 내려와 읍사무소에 방위병으로 복무 하면서도 찌질이 K군의 빗나간 허영심은 여전했다. "크게 될 인물이 팔자 사나와 지금 이러구 있지만 나를 우습게 알면 큰 코 다친다" 고 큰 소리를 치며 선임병이나 읍사무소 직원들과 다투기 일쑤였다.
어려서 부터 너무 받들어 주어 지가 무슨 큰 인물이라도 되는 양 허영심과 자만심이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가난한 산골마을 살림에 찌질이 를 대학원 까지 공부시키려고 부모님은 갖은 고생에 폭삭 삭어버렸지만 '장남하나 잘 되면 집안이 산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계속 찌질이를 '어여 어여'해 주었는데 이것이 찌질이 K군을 점점 더 기고만장 하게 만들었다. 부모님이 생고생을 하며 받들어 주니까 끝이 없다고 미국 유학을 가서 국제 변호사가 되서 오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부모님은 판검사보다도 더 놓은 것이 '국제 변호사' 인 줄 알고 빚까지 내서 아들의 미국행을 도왔다. 방문비자로 미국에 와서 학생비자로 신분변경 신청을 해서 미국에 머물게 되었는데 이때 우연히 흑인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아주 바닥 인생인 흑인 아가씨에게 애기처럼 쪼끄만 하고 돈을 제법 잘 써대는 동양인이 잠깐 흥미가 있었던지 가까워졌다. 그리고 같이 살게 된다. 찌질이 입장에서는 신분이 필요했고 까만 아가씨는 돈이 필요했다. 서로의 요구가 맞은 것이다. 찌질이 는 시골 마을에서 갖은 고생에 찌든 부모에게 외국 여자와 결혼하게 되었으니 (흑인이라는 말은 빼고 금발의 백인 아가씨라 속였다) 돈을 부쳐달라고 떼를 써서 결국 얼마 남지 않은 밭 떼기 마저 팔아 아들의 장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돈을 만들어 보냈다. 혼인신고를 하고 한 집에 사는데 이 흑인 아가씨 툭하면 까만 남자 친구분들을 집에 불러댔다. 남자 친구분(?)이 놀러 오시면 찌질 이 에게 꼭 심부름을 시켰다. 이것저것 사오라고...
심부름을 안가면 100kg이 넘는 거구의 명목상 마누라(?)가 엄청난 힘으로 들고 팰 것이기에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심부름을 다녀와야 했다. 다녀와 보면 검은 분 두 분이 방에 들어가 짐승 같은 소리를 질러대며 끙끙거리는 것을 밖에서 고스란히 들어야만했다. 투자한 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눈치를 보며 호구 짓 을 하며 살아야 했는데 이때 필자를 찾아와 눈물로 하소연 하며 털어 놓은 내용이다. "이제 집에서 부쳐준 돈도 다 떨어져 가고 짐승 같은 검은 돼지는 매일 돈 내놓으라고 소리 지르고 툭하면 남자친구들 집에 데려와 개지랄(?)을 해대니 어떡하면 좋죠? 제가 변호사는 될 수 있을까요?" 찌질이 K군의 질문에 참으로 할 말이 없었다. 팔자 생긴게 찌질 이 팔자였기 때문이었다. 한 여름 낮 양말도 안 신고 슬리퍼와 츄리닝 차림에 빼빼마른 앙상한 팔을 울분에 차 흔들어대던 그의 모습이 선하게 보이는 듯하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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