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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제 팔자는 왜 이 모양이죠?”

2021.07.19

 




                 “제 팔자는 왜 이 모양이죠?”


 김충남씨는 결혼과 동시에 인생의 단추가 잘못 채워지기 시작한 사람이다. 50대 중반인 김충남씨는 강원도 인제가 고향인분이다. 강원도 산골이긴 하나 할아버지가 그 지역 면장을 하셨고 아버지 또한 산림조합이사장을 지냈을 만큼 시골에서는 유지행세를 하는 당당한 집안의 셋째아들로 태어났다. 4남 3녀의 다복한 집안에 위로 형이 둘, 누이가 하나였고 밑으로 남동생하나와 두 누이동생이 있어 아랫사람으로서 형들과 누이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었고 밑의 남동생과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귀여운 두 누이동생에게 오빠와 형으로서의 위엄을 부릴 수 있는 위치였다. 형제들은 모두 머리가 좋아 학교공부가 뛰어났고 김씨 역시 그러했다. 시골에서 초중고 학교를 마친 뒤 집안의 전통대로 고등학교는 춘천으로 유학을 와서 마친 뒤 대한민국 3대 명문이라 불리는 K대 상대에 진학하여 졸업한 뒤 한국 최고의 기업 S 사에 입사했다. 말 그대로 KS마크를 달고 승승장구 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이 구비된 거였다. 하지만 운명은 김충남씨의 인생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어느 날 친구들과 회식을 한 뒤 들른 스텐드바에서 만난 바텐더 S양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다. 


S양은 전남 여수에서 가난한 집안의 맏딸로 태어나 병든 노부모와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부득이 유흥업계에 몸담게 된 어떻게 보면 빤한 스토리를 가까워진 김씨에게 털어놓으며 눈물지었고 순정남 김씨는 “걱정하지마 지금부터는 어떻하든 내가 보호해줄께!” 라는 말로 스스로에게 운명의 올가미를 지워버렸다. 당연한 수순으로 김씨는 집안의 결사반대를 무릅쓰고 S양과의 결혼을 감행했고 그 이듬해 아들이 태어났다. 아들까지 낳자 김씨 부모님도 어쩔 수 없이 이 결혼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S양과 갖태어난 손자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태어난 아들이 너무도 김충남씨를 닮지 않았다는데 있었다. 백일잔치, 돌잔치를 할때마다 친구들이 농담 식으로 “니 아들이 어찌 너를 하나도 닮지 않았냐? 잘 찾아봐! 옆집 아저씨 닮지 않았나!” 라고 하거나, 어떤 친구는 짐짓 심각한척 목소리를 깔며 “니 아들 병원에서 태어났지? 그 병원에 가서 자세히 좀 조사해봐. 혹시 애가 바뀌지나 않았는지?” 라고 하며 우스개 소리로 김씨를 놀렸지만 친구들이나 김씨나 웃고 떠들며 농담하는 차원에서 부자간에 닮지 않음을 놀렸을 뿐이었다. 


그런데 커가면서 김씨 집안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짱구머리가 된다거나 김씨 집안 아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새끼손가락이 유독 짧은 현상이 없는 등 이런저런 다른 조짐이 너무 많자 결국 아내 몰래 대학병원에 근무중인 의사친구에게 부탁하여 친자확인을 해보니 김충남씨 자식일 가능성은 99.9%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를 집안 식구들이 알까 쉬쉬하며 눈치를 보아가며 어느 날 아내를 닥달해보니 결국 아내는 실토하고 말았다. 결혼하기 전부터 빠의 손님으로 계속 만나온 남자가 있었는데 헤어지자는 S양의 말에 애걸복걸하며 한번만 마지막으로 만나주면 깨끗이 포기하고 결혼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협박 반 애원 반하는 바람에 결혼 며칠 전 마지막으로 만난일이 있었는데 그것이 이런 결과로 나타날지 몰랐다하며 통곡을 했다한다. 질투심과 분노로 몇날 며칠을 지세운 뒤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어 이혼을 결심하고 만다. 동정심에 낸 돈키호테 같은 순정은 이렇게 더티 러브스토리로 막을 내렸고 참으로 억울하게 이혼남이 된 김충남씨는 마음을 추스르고 자신의 일상으로 겨우 돌아오게 된다. 


이후 김씨는 마음의 상처가 커서 이를 가라앉힐 겸 외국지사 근무를 자청하게 되었고 근무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지사에서 몇 년간 모든 것을 다 잊고 근무에 충실했다. 다행이도 이곳에서 거둔 큰 실적이 김씨가 회사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되어 이번에는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미국지사로 발령이 되는 행운이 되어 찾아온다. 미국지사에 와서 생활하면서 만난 K양은 미국에 유학와있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여자를 만나지 않고 홀로 생활해온 어정쩡한 이혼남 김충남씨는 상냥하고 애교가 많은 K양에게 푹 빠져 들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운명인지 K양은 무늬만 유학생 신분이었지 실제로는 이곳 LA룸싸롱에서 일하고 있던 아가씨였다. 처음에는 K양이 순수한 유학생으로만 알고 있다가 정이 깊이 들고난 뒤 사실을 알았을 때 김씨의 충격은 실로 컸다한다. 


첫 번째 결혼에 대한 악몽이 되살아나 김씨를 괴롭혔다. 첫사랑의 시련이 너무 컸기에 다시는 유흥써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자를 만나지 않겠다고 그렇게도 다짐했건만 김씨 운명에 또다시 다가온 인연 또한 그러했으니 이것도 운명인가보다 하고 체념하고 K양과 동거생활을 하였다. 물론 술집을 그만 두게하고 모든 생활비는 김씨 월급으로 다 충당했지만 평소 씀씀이가 컸던 K양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틈틈이 김씨 모르게 아르바이트를 했다. 건전한 아르바이트라면 누가 말리겠는가? 큰돈이 생기는 건전치 못한 아르바이트였으니 그게 문제였다. K양의 신분문제 때문에 이것을 해결해주느라 결혼 신고까지 다 해 놓았으니 이것이 큰 문제였다. K양에게 그러지 말라고 여러 번 주의를 주고 싸움도 하곤 했으나 그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한다. 결국 김충남씨는 두 번째 이혼(?)을 해야 했다. 결혼생활다운 결혼생활 한 번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하고 2번이나 이혼하게 된 김충남씨가 필자와 상담 후 한 절규는 이렇다. “선생님 제 팔자는 왜 이 모양일까요? 특별히 제가 인생을 막 산 것도 아닌데 제 팔자가 왜 이 모양이 됐을까요? 이제 어떡하죠 선생님?” 쯧쯧쯧! 팔자는 못 속인다더니 참으로 희귀한 경우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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