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무살 청년의 팔자 -가늘고 길게사는 팔자-
오래전 이야기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인께서 계집애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십대후반의 청년과 함께 필자를 찾았다. 어머니로 보이는 부인은 사슴처럼 큰 눈망울에 작고 오똑한 코 그리고 도톰한 입술이 매우 미인이라는 느낌을 주었고 귀티가 나보였다. 아들은 아빠보다는 엄마를 더 닮은 듯 엄마와 이목구비가 매우 비슷했다. 아이의 사주팔자를 보고 싶다 하며 생년월일시를 말하는데 1994년 2월 6일로 음력으로 바꿔보니 1993년 12월 26일이 되고 시간은 오후 2시 30분경 태어났다 말한다. 사주팔자를 세워보니 甲戌年 丙寅月 癸亥日 己未時가 되었다. (음력으로 93년생이지만 입춘이 지났으므로 띠는 갑술년 개띠로 봐야한다.)
대운수는 4를 쓰며 운의 흐름은 戊辰, 己巳, 庚午, 辛未, 壬申, 癸酉, 甲戌, 乙亥로 순행하고 있다. 癸水日柱로 寅月에 태어났으며 월령은 寅月이며 지장간 甲木이 年干(년간)에 투간해있어 甲木을 格局(격국)으로 삼기에 이 사주팔자의 용신은 甲木으로 한다. 癸水日柱(계수일주)가 신약한데 용신인 甲木은 癸水에 상관(傷官)으로 癸水를 더욱 약하게 하니 用神은 忌神(기신)이 된다. 따라서 癸水를 강하게 하는 오행이 희신이고 약하게 하는 오행은 기신이 된다. 즉 용신을 강하게 하는 오행이 기신이고 약하게 하는 오행은 희신이 된다. 金水를 기뻐하는 명식인데 일주癸亥(계해) 외에는 金水가 전혀 투간하고 있지 못하다. 또한 水일주도 뿌리가 전혀 없고 생해주는 인(印)도 없다. 사주팔자가 별볼일 없는 팔자가 되고만것이다.
이 청년의 성격을 추정해 보면 상관(傷官)약간 강하여 기신이므로 성격은 온순하여 자기를 희생 시키더라도 시비는 피하는 성격이다. 즉 온순 하지만 겁이 많고 투쟁성이 약하다. 정재(正財)가 가장 강하고 더구나 기신이므로 자기주장을 하는데 약하고 氣(기)가 약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편관도 가장 강하며 더구나 기신이므로 타인이 하는 대로 맡기고 따라가는 편이다. 인수는 투간하지 않고 희신이므로 좋은 영향을 받을 수가 없다. 수단이 좋고 능글맞거나 타인을 이용하는 재주는 전혀 없다고 본다. 즉 이 사주의 주인공은 얌전하고 소심하며 고지식하면서 겁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가족관계를 추정해 보자면 이렇다. 財가 기신(忌神)이며 매우 강하므로 이분은 아버지는 마구잡이로 엄격하게 이이를 구속할 뿐 이이에 대한 아무 은혜가 없을 것이다. 인수가 희신이면서 약하니 이분의 어머니는 다만 이이를 낳아서 키우는것 뿐 기세등등한 남편 뒤에서 안타까이 아들을 바라볼 뿐 적극 나서서 이이를 보호할 수 없을 것이다. 형제 운을 보면 비겁도 희신이면서 약하기에 형제가 없거나 혹은 있더라도 이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처궁을 살펴보니 日支가 합해져 (亥未合)작용력을 잃고 있으며 財가 기신이며 강하니 처복이 없으며, 기가 센 여성이 아내가 되어 이이를 깔고 앉아 주도권을 쥐고 남편을 우습게 알 것이다.
자식 운을 보니 水가 명식 가운데 있으나 얼지 않았으므로 자식은 몇 명 태어나지만 관살이 기신으로서 강하며 또한 시주(時柱)에 기신이 몰려 있으니 자식 복이 없어 자식과 화합하지 못하고 자식 때문에 속 썩고 살 팔자이다. ‘이렇게 모든 복이 없으니 재운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라는 마음으로 재물 운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정재가 기신으로서 강하니 일생을 통하여 재운이 약하다고 판단되나 재운은 운로의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에 운로를 세세히 보니 년간이 기신이여서 선빈(先貧)의 조건이 충족된다. 초년에 금전 운이 빈한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후부(後復)의 조건이 있느냐 보니 전혀 보이지 않는다. 즉 어떤 일의 성사도 없이 평생을 빈곤 속에 살아야하는 팔자여서 너무 가여웠다.
이 청년의 일생을 추측해보니 성정이 온순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 광폭한 아버지 밑에서 주눅이 들어서 자라게 되지만, 자애롭지만 약한 엄마는 아버지의 핍박으로부터 아들을 보호해 주지는 못한다. 아버지가 너무 강하며 광폭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란 청년은 학창시절 반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사람으로 지내며 자기 자신의 주장 한번 없이 다른 사람의 말에 순종하며 지낸다. 아이들이 부당하게 핍박하고 때려도 맞서 싸우지 않고 그냥 순종하며 타협한다. 즉 겁 많은 쪼다 같은 아이인 것이다. 이 청년이 커서 결혼을 하게 되는데 이 사람과는 성격이 반대인 아주 강하고 극성스러운 소위 ‘나대는 여자’ 를 만나게 된다.
이렇듯 극성스러운 여인이니 남편이 부인에게 꽉 잡혀서 공처가로 살아가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인데 사주팔자 속에 재물 운이 없으니 많은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해 가난하게 살게 되니 부인에게 더욱 더 무시당하고 나중에는 자식들에게 무시당하며 살게 된다. 다만 40이 넘어서는 많은 재물은 아니어도 그나마 입에 풀칠할 정도의 재운은 들어오니 위안이 되는 유일한 소식이다.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어 그 수명은 80후반이나 90초반까지 그야말로 ‘가늘고 길게 살 팔자’이다. ‘굵고 짧게 사는 팔자’가 좋은가? 가늘고 길게 사는 팔자가 좋은가? 의 문제는 생각에 따라 다를 것이나 누구나 ‘굵고 길게 사는 팔자’를 원하나 이런 팔자는 말 그대로 천운이 따라 주어야 하기에 보기에 아주 드물다. 오히려 최악의 팔자인 ‘가늘고 짧게 사는 팔자’가 아닌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 청년을 나가있게 한 뒤 모친에게 팔자를 솔직히 설명해 주었다. 아빠한테 너무 주눅이 들어 사는 아들이 안돼 보여 해결책을 듣고자 왔던 엄마는 가는 한숨을 쉬며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별볼일 없이 평생은 말 그대로 ‘가늘고 길게’사는 팔자이지만 일생에 기복이 많고 흉한 일을 겪으며 사는 팔자도 있는데 다행히 이 청년의 팔자는 그런 험한 꼴은 없이 일평생 살다갈 수 있어 다행스럽게 보였다. 인생 뭐 있는가? 다 그렇고 그렇게 살다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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