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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아직도 희망은 남았다.

2021.08.23





                     아직도 희망은 남았다.


 필자와 오랫동안 자주상담을 해 오신 황사장님은 지금은 비록 작은 데리야끼 집을 운영하며 겨우 입에 풀칠정도를 하고 계시는 정도 이지만 예전에는 한국에서 OO라고 하면 알정도의 큰 부자였다. 회사에 고문변호사만 여럿일 정도의 큰 사업체 회장님이셨다. 아버지께서 광산업으로 큰돈을 버셨고 여러 사업을 운영 하신지라 황사장님은 어린 시절 남부럽지 않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고, 머리도 뛰어나 공부도 잘 해 결국 서울대 문리대에 진학한 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이기도 했다. 사회생활은 삼성전자 에서 시작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용인 기흥면 아주大 건너편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개발중이였고 황사장님처럼 젊은 인재가 다수 필요하던 때인지라 아주 좋은 조건의 대우를 약속받고 시작한 사회생활 이었다. 


서울에서 출퇴근이 어려운지라 부득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지만 부잣집 도련님이 생전 처음으로 손수 빨래, 청소도 해보는 것이 좋은 경험으로 나쁘지 않았다 한다. 아버지가 운영하고 계신 사업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었으나 “대기업의 조직생활을 경험해보는 것도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다.” 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십년정도 경험을 쌓은 뒤 퇴사하여 아버지의 은퇴로 공석 중이던 건설회사의 대표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때는 벌써 결혼도 하였고 아들, 딸 남매도 두고 예쁜 부인과 네 식구가 너무도 행복한 생활이 이어졌다. 


아내는 약대졸업 후 모 제약회사 연구소에서 근무 하다가 엄마의 친구아들과 선을 보고 결혼했는데 이이가 황사장님이시다. 이런 황사장님 가정에 먹구름이 끼이기 시작한 것은 IMF 즈음 에서였다. ‘불행은 연이어 닥친다.’ 는 말이 있듯이 여러 좋지 않은 조짐이 여기저기서 생기기 시작했다. 경기가 가뜩이나 좋지 않은 때에 경리부정 문제가 생겼다. 경리과에 근무하는 몇 명이 작당을 하여 지속적으로 큰돈을 횡령해 왔음이 회계사의 정밀감사 끝에 밝혀졌다. 주범격인 경리과장은 도피 중 모 저수지에 투신자살 하여 신문에 크게 보도됐다. 가뜩이나 쉬쉬하며 소문에 신경을 쓴 회사에 또 한 번의 타격을 주었다. “돈 횡령해 처먹은 것도 모자라 죽으면서 까지 회사에 엿을 먹이는 놈이 구만!” 경리담당 책임자의 한탄이었다. 


그 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큰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것도 신문에 크게 보도 되었다. 여러 업체들과 공동으로 받은 제재로서 유독 황사장님 회사명이 제일 앞에 서 있었다. 이래저래 시선을 끄는 것이 부담 스러웠던 차에 중부지방 국세청의 기습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본사경리부는 물론 여섯 개의 지점 경리담당 책임자 자택 등등 총 13군데에 시각을 정해 동시에 중부지방 국세청 세무공무원들이 들이닥쳤다. 여기저기서 빗발치는 보고 전화에 정신이 없을 지경 이였다 한다. 결국 또 엄청나게 큰 세금을 두드려 맞는다. 이것까지는 어떻게 수습해 볼 수가 있었는데 이런저런 시련을 받고 있음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수금이 지연되고 어음연장은 안되기 시작했다. 회사에 돈을 주어야 할 업체에서는 돈 주는 것을 지연시키다보면 그 회사가 망할 경우 돈을 안줘도 된다는 생각에 평소 수금을 딱딱 잘해주던 업체도 결제를 지연시키고, 돈 받아가야 할 업체에서는 어음결제는 받지 않고 현금결제만 고집하는데다가 발행된 어음들의 연장신청에 일절 응하지 않고 딱딱 어음을 돌렸다. 이러니 수금은 안 되고 결제할 어음은 연장 없이 계속회수에 들어오니 하루하루 어음 결제하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결국 버티다 버티다 회사는 부도가 나버리고 만다. 부도난 어음도 문제이지만 이는 민사건 임으로 어떻게 해 본다 해도 당좌수표가 부도가 난 것은 형사건 으로 당장 ‘부정수표 발행 죄’로 감옥에 가야할 처지에 빠지고 만 것이다. 


이때 정신없이 짐을 싸서 여행용 가방하나 달랑 들고 뛰어온 곳이 미국 이였다. 아이들 유학 비용문제 때문에 전에 따놓았던 영주권이 있어 그나마 다행 이였다. 미국지사를 통해 받아놓은 영주권은 처음 아이들 학비 절약용이었는데 이제 자신의 ‘도피용’으로 쓰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며 허허 웃으셨다. 처음 필자와 만났을 때 황사장님의 얼굴은 흡사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 같았다. 까맣게 바짝 타들어간 검은 얼굴에 메말라 하얗게 껍질이 들고 일어난 입술 등은 산사람의 얼굴이 아니였다. 심한 우울증에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리고 죽기 전에 한번 쯤 와서 필자를 만나 보아야겠다고 하며 몇날 며칠을 망설이다 어려운 걸음을 한 참이었다. 와서 처음 필자에게 건넨 말이 “선생님! 인간의 운명이 어쩌면 이렇게 한순간에 뒤집힐 수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어 왔습니다. 죽기 전에 꼭 한마디 듣고 싶었습니다.” 


필자가보기에 아무래도 곧 죽을 것처럼 좌절한 상태였기에 시급히 용기를 불어 넣어줘야 할 것 같았다. 필자 왈 “사람의 가장 큰 패배는 죽음입니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성공입니다. 운명이 우리에게 어떤 힘든 시련을 준다 해도 살아 있다는 것이 희망의 증거입니다. 살아있는 한 아직도 희망은 있는 겁니다. 죽음은 영원한 패배 이지요. 내가 없으면 그 순간 이 우주는 멸망입니다. 내가 이 우주의 중심축이기 때문이지요. 사람의 살아가는 것이 뭐 꼭 큰 뜻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살기위해 살아가는 겁니다.” 다행히도 그 후 황사장님은 삶의 의욕을 찾아 열심히 살고계시다. 다만 회장님에서 데리야끼 주인아저씨로 위치만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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