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을 줄여야 할 친구들
건강검진을 받았다. 의사선생님 말씀이 술을 끊으란다. 40여년 넘게 꾸준히 누구보다 가깝게 지내던 친구와 어떻게 인연을 끊느냐고? 그렇게는 절대 못한다고 했더니 이렇게 타협안을 내놓는다. 만남을 줄이란다. 아주 슬픈 일이긴 해도 그 정도까지는 노력을 해보겠다했다. 필자는 평생 미친 듯이 책을 읽고, 미친 듯이 일하고, 미친 듯이 마셔왔다. 책과 일 그리고 술은 내 인생의 전부였다. 오래전 무렵 많이 아픈 이후 주변사람들의 간곡한 권유로 7Day Warking에서 일요일은 휴무하는 쪽으로 일을 줄였다. 당시 많이 고민했다. 필자가 돈에 환장을 해서 20여년 넘게 하루도 안 쉬고 일을 한 것은 아니다. 단지 나는 나의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일요일 외에는 시간이 없어 필자를 만나고 싶어도 짬을 낼 수 없다는 분들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체력이 딸리다보니 일요일 휴무가 되었다. 일과의 만남을 줄이게 된 것이다. 그러더니 이제는 또 하나의 오랜 친구인 술과의 만남도 줄여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독서와 글쓰기인데 여기에도 문제가 생겼다. 노상 펜으로 글을 써대다보니 손에 문제가 생겼다. 힘줄이 엉켜 뼈처럼 딱딱하게 부풀어 올라 손이 아파 글 쓰는 것도 줄일 수밖에 없는 사정이 되버린 것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만남을 조금씩 줄여야 할 뿐 아주 헤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정말 위안이 된다. 아무튼 의사 선생님은 이외에 혈압을 조심해야 한다했는데 필자의 직업이 사람을 만나 속 깊은 사연을 이야기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이런저런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그러다보니 혈압 오를 일이 많이 생겨 20 여년 이런 이, 저런 이들에게 시달리다보니 결국 혈압이 문제가 되고 만 것이다. 괴팍한 사람에게 시달리다보면 화가나게 되고 화가나면 혈압이 올라간다.
따라서 화라는 놈은 아주 만나지 말아야 할 친구라 할 수 있다. 아무튼 필자의 팔자는 필자 스스로가 아니 내 소신대로 사는 수밖에 없다. 혈기가 왕성할 때는 작은 불의 (不義)에도 화를 냈지만 이제는 많이 수그러들었다. 무엇보다도 화의 폐해를 누구보다도 필자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사람이 화를 냈을 때 체내에서 발생하는 독성은 엄청나다고 한다. 의사들의 실험결과에 의하면 한 번 버럭 화를 냈을 때 어항속의 금붕어 네 마리를 즉사 시킬 수 있는 독성인 아드레날린이 몸속에 생기며 한 시간 동안 화를 내면 쥐를 서른 마리나 즉사 시킬 수 있는 분량의 아드레날린이 몸속에 생겨서 저장된다 한다. 성난 사람의 얼굴을 보면 처음에는 점점 벌겋게 상기되다가 나중에는 시퍼렇게 변색된다. 몸속에 독이 퍼져 그리되는 것이다. 독살당한 사람의 얼굴이 파란색을 띄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붉으락 푸르락이란 표현이 생겨났다.
화를 내면 자기 스스로 독(毒)을 먹는 것뿐만이 아니라 남에게도 독을 뿌리는 파과행위가 된다. 화를 내면 나쁜 기운이 즉 탁한 기(氣)가 주변에 펴져나가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면 자기 몸이 망가지는 것 외에 주변 사람들에게 간접흡연으로 해를 끼치게 되는 것처럼 주변에 독을 뿌리는 암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주위에 화를 잘 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따라서 매우 불행한 일이다. 가정에서 첫째로 화를 잘 내는 배우자를 만나는 것은 그 인생을 망친 것과 같다. 화를 잘 내는 부모를 만난 자식은 성공하기 어렵다. 잡초가 농사를 망치듯이 부모의 화는 아이들 교육을 망치기 때문이다.
필자가 많은 분들을 상담하다보니 수없이 많은 다양한 성격의 분들을 만나게 되는데 얼굴 생김새가 각각 다르듯이 실로 다양한 성격의 분들을 만난다. 이중 가장 피곤하고 만나기 싫은 이들이 툭하면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이다. 이런분들에게 필자보다는 필자의 예약 스케쥴을 관리해주는 쎄커터리분들이 더 시달린다. 필자는 선생이고 이분들은 필자의 업무를 보조해주는 분들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필자에게는 직접 화를 내지 않아도 이분들을 화풀이 대상으로 보는듯한 이들이 간혹 있다. 아무것도 아닌 실로 사소한 것들을 트집 잡아 화를 낸다. 먼저 예약된 손님이 있어 그 손님이 원하는 시간에 예약이 안 될 경우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도 버럭 화를 낸다. 처음 예약하시는 분일 경우 연락처를 예약 표에 적기위해 물어봐도 화를 낸다. 이름을 물어봐도 화를 낸다. 그런 것까지 다 이야기해야 하냐며... 성격이 특이해서 그렇겠지 하고 이해하다가도 그런 분들 때문에 화가 난다.
이런 스트레스 받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계속 되다보면 병이된다. 필자의 단골손님이신 Y氏는 화에 대해서는 거의 천재적이다. 아무튼 어찌되었든 어떤 상황에서라도 꼭 트집을 잡아 화를 낸다고 한다. 목소리가 적다고 화를 내고, 말이 빠르다고 화를 내고 화내고, 또 화내고... 이런분 과 사는 배우자분은 정말 죽고 싶을 것이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필자의 쎄커터리분이 전화를 받았는데 필자와의 통화를 요구했다한다. 필자가 식사를 하고 있어 전화를 못 받는다고 하니 꽥 소리를 지르며 “감히 내가누군데 전화를 못 바꿔? 한 끼 굶으면 죽는데? 밥 먹지 말고 전화 받으라고 해!” 라고 하며 호통을 쳤다한다. 우리는 밥 먹을 자유도 없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항시 바쁜 일과 속에서 스케쥴 변동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점심 식사 시간을 앞당겨서 먹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분은 이것도 트집 잡아 화를 낸다.
“시간이 몇 신데 벌써 밥을 먹어? 그렇게 함부로(?) 밥 먹어도 돼?”
화내지 말고 살자. 스스로를 죽이는 일이요, 남들에게 독가스를 품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화라는 독소가 퍼지면 사회라는 작물 밭은 까맣게 죽어간다. 최소한 사회에 독을 퍼트리는 암적인 존재가 되지는 말자!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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