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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뻔뻔한 부모

2021.10.28

 





                         뻔뻔한 부모 


 ‘세상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다’는 말이 있지만 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자식을 위해 서라면 자신을 희생하고 뭐든지 다 주고 싶은 것이 일반적인 부모의 마음이지만 예외의 경우도 있었다. K양은 어려서 부모를 따라 이민을 온 이민 1.5세대이다. 외동딸인 K양은 어려서 부터 총명하고 마음씨 착한 어린이여서 평소에 부모 속 한번 썩인 적이 없고 공부도 항상 상위권 이였다 한다. 자기가 할 일은 스스로 알아서 척척 해대니 부모 입장에서는 ‘손안대고 코 푸는 격’으로 스스로 알아서 커가는 K양 때문에 몹시 편했다 할 수 있었다. 문제는 K양이 아니고 K양의 부모였다. ‘부부는 닮는 다’고 해서였는지 둘은 환상의 콤비였다. 


첫째, 두 사람 다 책임감이 없고 게을렀다. 둘 다 일하기 싫어해서 거의 평생 실업자 신세였고 마지못해 한 달에 겨우 한두 번 일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3식구 모두 굶어 죽지 않고 살았다. 물론 주변 친인척과 지인들에게는 민폐 덩어리였다. 급하면 이 집에서 얼마 저 집에서 얼마 구차하게 작은 돈이나마 융통해서 썼다. 꿔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돌려받아도 그만 떼먹어도 그만일 정도의 적은 돈이어서 귀찮은 마음에 ‘에라 더러워서 꿔준다’ 는 마음으로 거절하기 애매한 양의 돈을 치사하게 요구했고 차마 그 정도의 돈 마저 없다고 거절하기에는 낯 간지러운 액수 정도를 교묘하게 요구하여 받아내는 재주들이 있었다. 그런데 ‘티끌모아 태산’ 이라고 십시일반 이 돈이 모이면 꽤나 쓸모 있는 규모가 되곤 했는데 K양 부모는 이런 전략을 구사하는데 천부적 재주가 있었다. 


두 번째, 공통점은 둘 다 체면을 모르는 철면피라는데 있었다. 낯가죽이 하마가죽 껍데기 마냥 두꺼웠다. 전혀 수치를 모른다는 특기(?)를 지녔다. 남들이 뭐라고 욕을 해도 ‘너는 떠들어라 나는 코만 파고 있겠다’는 식이였다. 이들 부부에게 인간의 체면이나 도리라는 것은 애초에 없었다. 예전에 K양의 이모 즉 이들 부부의 동생과 처제 되는 이의 결혼식에 참석 했다가(축하하러 간 것은 절대 아니었고 가족 회식을 위해갔다) K양의 아빠 즉 신부의 형부로서 가족 일을 돕는 답 시고 부조금을 받아 주는 척 하다가 그 돈을 몽땅 챙겨서 K양도 팽개쳐 둔 채 부부가 그 길로 도망쳐 제주도와 동남아에서 흥청망청 거리다 결국 거지꼴이 돼서 돌아왔고 ‘감옥 에 처넣어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 는 가족들의 중론에도 불구하고 집안 망신이라며 말리는 K양 외할머니의 적극적인 만류로 겨우 무사했다. 


세 번째, 공통점은 부모형제 자식도 모르고 오로지 자신 밖에 모른다는 점이였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맛있거나 귀한 음식이 있다면 부모(효자, 효녀의 경우)나 자식 (보통의 모든 부모)을 먼저 먹이고 싶어 하나 이들은 지입밖에 몰랐다 한다. 예전 외할머니 생신 때 생일상을 차려놓고 깜빡 빼놓은 것이 있어 외할머니와 외숙모가 슈퍼에 다녀오는 사이 이들 엽기 부부는 그새를 못 참고 귀하고 맛있는 음식만을 냉장고까지 뒤져가며 다 처 먹고는 설거지도 안 해놓고 태연하게 방에 자빠져 잤다고 한다. 


네 번째, 공통점은 둘 다 없는 주제에 여행과 노름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점이였다. 이런 쓰레기 같은 인간들도 형제라고 차마 내버리지 못하고 부모형제 이민 초청을 해서 미국에 데려다 놓으니 물 만난 고기마냥 천방지축 날뛰며 돌아치는데 옆에서 보는 가족들이 모두 다 조마조마 했다고 한다. 부부가 둘 다 수차의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었다. 둘 다 신용카드와 체크를 막 써대고는 갚지 못해 은행거래조차 못하는 처지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돈 몇 푼만 생기면 노름장가고 여행 갈 생각만 한다. 이러다보니 K양에게는 손톱만치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K양은 친척집 이집 저집을 떠돌며 자랄 수밖에 없었다. 고아아닌 고아 신세였던 것이다. 하지만 K양은 부모하고는 너무도 다르게 반듯했다. 주변에서 “아니? 세상에 어떻게 저런 개차반 부모 밑에서 저렇게 똑바른 애가 나올 수가 있어? 그거 참 신기하네!” 라고 할 정도로 반듯했다. 공부도 잘하고 친척 어른들에게도 예의가 바르고 살가워서 모든 어른들에게 귀여움을 받았다. 얼굴도 이쁘고 공부도 잘하니 조금 크자 주변에서 며느리 감으로 탐내는 사람이 많았지만 선뜻 나서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K양의 개차반 부모가 부담 스러워서였다. K양이 스스로의 힘으로 대학 졸업하고 모한인 은행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직장에서도 성실해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K양 부모였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K양의 자취집에 밀고 들어와 자리를 잡더니 노상 큰소리였다. “이제 우리는 너를 양육(?)하느라 고생이 심해 부쩍 늙었으니 이제 니가 우리를 부양해야 될 때가 됐다. 어서 나가 열심히 일해 돈 많이 벌어 오너라! 우리는 그동안 고생(?)했으니 이제 좀 허리 펴고 좀 쉬며 즐기며 살아야겠다!” K양! 죽어라고 일해 받는 얼마 안되는 돈 부모에게 다 뺏기고 다 헤진 구두 한 켤레 바꾸지 못할 정도로 궁색하다. K양을 어릴 때부터 알고 있는 필자는 제 3자 이지만 뻔뻔한 그들 부모들이 인간 같지 않은 망나니 행세를 하는 것을 보면 성질 같아선 둘 다 패죽이고 싶다는 과격한 생각이 치솟곤 했다. (필자의 가까운 인척하나도 그 모양이어서 문득 그이 생각이 나서 감정의 동요가 오는 듯 했다.)아무튼 지들이 K양을 위해 뭘 했다고 뻔뻔하게 그 지랄 들 인지 모르겠다. 부모라고 다 같은 부모는 아닌 것 같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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