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gudowon님의 다른글 더 보기 :: 총 1044
목록 닫기목록닫기 목록 열기목록열기
문화/창작

다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2021.10.27



                                               다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즉 최선의 방법이 없으면 차선의 방법이라도 생긴다는 말과 같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음식물은 이빨을 통한 저작 작용을 거쳐 위속으로 들어가야 소화도 잘 되고 영양의 흡수도 가능하며 음식 맛도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 이가 없을 경우 매우 곤란지경에 처한다. 필자가 여기에 해당된다 할 수 있다. 대학시절 자취방에서 연탄가스 사고로 쓰러져 이빨 여럿을 잃고 살아난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그런데 이때 받은 충격 탓인지 잇몸의 상태가 점점 나빠져 수십 년의 세월동안 하나 둘 시들시들해진 이빨을 잃고 말았다. 이러다보니 많은 수의 이를 잃었고 결정타는 돌팔이 치과의사를 만나 한꺼번에 필자 동의도 없이 8개의 생 이빨을 한 날 한 시에 시원하게(?) 제거당하는 참사를 겪고 말았다. 이때 피가 멈추지 않아 죽다 살았다. 


선진국이라는 이곳 미국에 이런 엉터리 치과의사가 버젓이 영업하는 것이 놀라왔지만 시끄러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필자 인지라 넘겨두고 말았다. 이때 이후 몇 개 안남은 이빨과 혀 그리고 잇몸을 이용하여 겨우(?)먹고 살고 있다. 처음에는 무척 괴로웠지만 시간이 지나니 적응이 되어 그럭저럭 먹고 살만하다. 이래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이 있는듯하다. 이렇듯 세상모든 것에는 다 살아가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즉 아무리 어려운 경우를 당하더라도 너무 깊이 좌절할 필요는 없다. 다 사는 방법이 있게 되기 때문이다. 


어느 날인가 무척이나 못생긴 아가씨가 필자를 찾아와 한탄한 일이 있다. “선생님 저는 너무 못생겨서 시집가기는 틀린 것 같아요! 너무 바탕이 안 좋아 성형수술을 했어도 얼굴이 이정도이니 어쩌면 좋아요?” 필자가 보니 실감이 갔다. 나이가 어리면 필자처럼 나이든 어른이 보았을 때 웬만큼 못생겼어도 귀엽고 나름 이뻐 보이기 마련인데 이 아가씨 얼굴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참으로 완벽한 못생김에 넋을 잃고 한참을 보다가 필자 왈 “그래도 다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고 했으니 무슨 방법이 생기지 않겠어요? 옛말에 짚신도 짝이 있다고 했으니 한번 기다려 보면 좋은 인연이 올 수도 있겠지요! 꼭 얼굴이 이뻐야 만 시집가나요? 못생긴 여자들도 잘도 시집들을 가는데!” 라고 한 뒤 이이의 사주팔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팔자 속에 자식 운이 있어 결혼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졌다. 정말 다행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꽃의 예를 들어보자. 꽃들은 벌과 나비에게 이쁘게 잘 보여야 벌과 나비가 찾아들고 벌과 나비 발에 꽃가루를 묻혀 암꽃에 꽃가루를 옮김으로써 열매를 맺고 자손을 퍼트릴 수 있다. 따라서 벌과 나비를 유혹할 수 있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이 되기 위해 치장을 한다. 벌과 나비 같은 벌레를 이용하여 씨를 퍼트려야 하는 충매화(蟲媒花)의 어쩔 수 없는 치장이다. 허나 애초에 이런 아름다움에서 밀리는 꽃들은 어찌할까? 이들은 자기 자신의 못생김을 알고 아름다움의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다. 대신 최대한 꽃의 크기를 작게 하고 몸무게를 최소화시킨 뒤 그런 작은 꽃을 수십, 수백개로 뭉쳐 한 송이로 만든 뒤 바람을 기다린다. 바람에 씨를 날리기 위해서다. 꽃이 못생겼다고 벌과 나비가 찾아와 주지 않는다고 절망하지 않는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다 살아가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바람을 이용하여 꽃씨를 뿌리는 꽃을 풍매화(風媒花)라 한다. 풍매화는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는다. 바람에 꽃씨를 날리는 꽃치고 이쁜 꽃은 없다. 이쁘게 보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향기도 없다. 꽃이라고 해도 꽃답지 못하게 이쁘지 않고 향기도 없으니 벌과 나비가 쳐다보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런 꽃에 벌과 나비가 날아와 앉을 일도 없다. 그렇지만 못생기고 향기도 없어 벌과 나비가 평생 찾아줄 일도 없는 풍매화!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다 사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능수버들, 갯버들, 갈대, 소나무, 벼, 억새, 꽃은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암꽃과 수정을 한다. 


식물에 있어 꽃은 그 식물의 생식기이다. 식물과 인간의 몸은 정반대로 짜여져 있다. 식물의 뿌리는 땅 아래쪽을 향해 있으면서 수분과 무기물을 빨아들이고 그 꽃은 하늘을 향해 피어난다. 인간의 머리털은 음양오행상 식물의 뿌리에 해당된다. 인간의 뿌리인 머리카락이 하늘을 보고 있음은 인간이 하늘로부터 신적인 그윽함을 받아들이고 있고, 식물로 치자면 꽃에 해당되는 생식기는 땅을 향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은 하늘로부터 생령의 기를 받아 땅에 씨를 뿌리는 유일한 신성한 존재인 것이다. 하다못해 들판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작은 꽃 하나도 나름대로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못생겼다고, 약하다고, 불리한 지역에 피었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어떡하든 그 환경에 적응하여 그 씨를 퍼트리고 번성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필자가 좋아하는 애창곡 나훈아의 ‘잡초’라는 노래 속에는 의지가 없는 못나고 약한 잡초가 이렇게 불평하며 절규한다. ♬입이라도 있으면은 님 부를 텐데 발이라도 있으면은 님 찾아 갈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게 없네♪ 아무것도 가진게없네!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것이다’다 살아가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예전에 큰 부자였던 분들이 파산하고 필자를 찾아와서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묻는다. “쫄딱 망했으니 이제 어떻게 살아가지요?” 필자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했습니다. 다 살아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다. 어떤 막막한 어려움에 처해도 좌절하지 말자. 다 사는 법이 있는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좋아요
태그
인기 포스팅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