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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모든 것을 잃은 사내

2021.11.23

 




                            모든 것을 잃은 사내 


 20여 년 전 미국에 오신 K씨 부부는 미국에 오자마자 스왓밋 에서 양말과 T셔츠 등을 팔며 성실히 생활해 온 잉꼬 부부였다. 미국에 오기 전 K씨는 한국의 모그룹 생산직 사원이여서 자리도 안정되어 있었고 급여도 꽤나 높아 주위의 부러움을 사며 사는 처지였다. 당시 미국에 먼저 이민 와 살고 있던 이종 사촌누이가 통 연락이 없다가 십 수 년 만에 K씨에게 전화를 걸어옴으로써 미국 바람이 불었다. K씨의 사촌 누이와 매형은 남미 여러 나라를 다니며 수산업으로 큰돈을 벌고 있다며 K씨 에게도 ‘이 좋은 돈벌이를 놓치지 말고 부자가 같이 되어보자’ 라고 친절(?)을 베풀 면서 미국 이민 바람이 분 것이다. K씨 부인은 처음 펄쩍뛰며 반대했다. 


안정된 한국 생활을 청산하고 낯 설은 땅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 서였다. 주위에서도 말렸다. ‘왜? 그 좋은 직장을 팽개치고 모험을 하려 하느냐?’ 는 이유가 주였다. 설왕설래 부부간에 다툼이 있었으나 K씨가 워낙 고집을 부리자 부인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신분문제는 K씨 이종사촌 누이가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보증을 서면 아무문제가 없다고 했고, 투자금은 1년에 배가 넘게 불려 주겠다고 해서 결국 부푼 꿈을 안고 미국에 건너오게 된다. 사업투자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혹시 모르니 집만은 남겨두고 가라!’는 주위의 충고도 듣지 않고 붓고 있던 적금, 예금, 보험금 죄다 해지하고 APT와 시골에 노후 대비용으로 사놓은 땅까지 처분해서 이종사촌 누이 부부에게 투자했다. 헌데 부풀었던 꿈은 지옥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와서 보니 이종사촌 누이부부는 미국에서 이미 유명한 사기꾼 부부로 소문이 날 정도로 평판이 좋지 않았다. 평생을 이렇게 사기 친 돈으로 호사를 누리는 악질 종자들 이었던 것이다. 설마 사촌 동생에게 사기를 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현실이 되었다. 미국에 오자마자 온가족이 떼거지가 된 것이다. 우선 먹고사는 게 큰 문제였다. 한 푼의 여윳돈도 없이 빡빡 긁어서 돈을 죄다 사촌 누이에게 건 넨 데다가 한국에 남겨놓은 돈도 일절 없으니 당장 굶어 죽게 생겼다. 당장 렌트비 낼 돈도 없어 아들 둘에 딸 하나인 이들 가족 다섯명은 떼거지가 되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위급한 시기에 Mr 박이라는 구세주가 나타났다. 


LA에서 양말과 T셔츠 등을 도매로 떼서 큰 트럭에 싣고 타주까지 가서 그곳 스왓밋 에서 팔고 오는 일을 하고 있던 Mr 박은 K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K씨 가족을 임시로 자기 집에 와서 거주하도록 해주어 떼거지 홈리스가 탄생하는 것을 막아 주었고, K씨에게 ‘형님 형님’ 하면서 살갑게 대해 주었고, 자신의 일을 돕도록 K씨를 채용해주어 K씨 가족이 굶어 죽는 일도 막아준 은인 이었다. Mr 박은 일찍이 결혼에 실패하고 혼자 사는 싱글 남 이였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K씨 가족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호감을 갖고 K씨 가족을 대했다. Mr 박덕분에 홈리스 되고 굶어죽는 것은 면했지만 당장 닥친 문제가 신분 문제였다. 


사촌 누이 내외만 철석같이 믿고 여기 와서 수속하면 되겠지 했는데 방문비자 만료일이 다가오자 안절부절 이였고, 다급한 김에 학생비자라도 받아보려고 변호사에게 큰돈을 주어 부탁했는데 하필이면 타운의 유명한 희귀성을 가진 사기꾼 변호사 놈에게 걸려 변호사 놈이 돈만 처먹고 수속자체를 하지 않은 바람에 일가족이 모두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고 말았다. 이런저런 괴로움에 사촌 누이내외를 찾아 다 죽여 버리고 자기 생도 끝내 버리려고 여러 번 결심을 해보았으나 올망졸망 딸린 새끼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세월만 흘러갔다. 이러던 어느 날 Mr 박이 K씨 부인과 시민권자인 자신이 결혼을 하면 K씨 부인과 아이들 신문문제는 해결될 수 있으니 형식상 그런 절차를 밟아 보자고 권유한 것이다.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망설 였지만 K씨 부부는 ‘아이들 신분이라도 우선 해결해 보자’는 간절한 생각에 법률대행 사무소를 찾아 합의이혼 서류를 꾸며 서류상 이혼하고 Mr박과 서류상 결혼을 하여 ‘시민권자 배우자 및 그 직계자녀 신분’으로 영주권 신청을 하였고 드디어 임시 영주권을 받게 되었다. Mr 박은 K씨 부부에게 그야말로 구세주였다. 그런데 문제는 Mr 박에게 있었다. 영화 배우처럼 누가보아도 눈에 딱 띄는 K씨 부인의 미모에 반해 그동안 그런 친절을 베풀었던 것이다. 목표는 K씨 부인이었던 것이다. Mr 박은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고 남편으로서의 권리인 동침을 당당히 요구해왔다.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결혼을 취소하겠다고 협박 하였다. 


아이들이 이제 곧 운전면허 신청도 해야 하고 학교에 진학도 해야 하는데 이것이 취소될 경우 눈앞이 깜깜했던 것이다. K씨 부부는 눈물을 머금고 Mr 박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고 자신을 합리화 하면서도 K씨는 필자를 찾아와 울부짖으며 자책했다. “선생님! 아내가 처음부터 미국에 오는 것을 반대했을 때 그 말을 들었어야 했습니다. 고집 부리다가 제 무덤을 제 손으로 파 버렸습니다. 애들만큼은 불법체류 신분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합니다. 미안 하면서도 죽여 버리고 싶도록 밉습니다. Mr 박 이놈도 죽여 버리고 싶습니다. 아니 나를 이렇게 만든 사촌 누이년 내외부터 쏴 죽여 버리고 저도 죽어야 겠습니다. 엉 엉 엉!”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렇다. 


결국 K씨는 아무도 죽이지 못했다. 사촌누이 내외는 사기업이 성업중이여서 주로 한국에 나가 사기 칠 대상자를 물색 하는데 바빠 도대체 만날 수가 없었고,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해 부인이나 Mr 박도 어찌할 수 없었다. 아무튼 다행한 일이였다. 결국 K씨 부인과 Mr 박은 아주 사이좋은 진짜 부부가 되었다. Mr 박이 아이들에게 너무도 잘 대해주어 모두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졸업 후 당당한 사회인이 되었다. 오직 K씨만이 지금도 외톨이로 스왓밋 시장을 떠돈다. 가끔 카지노에서 본 사람이 있는데 몰골이 처연하다 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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