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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금강전도 와 주역

2022.01.10

 




                       금강전도 와 주역  


 조선최고의 화가로 화성(畵聖)이라는 칭호까지 얻은 겸재 정선(1676-1759)은 우리나라 산천을 우리식으로 그려내는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의 창시자이자 완성자였다. 정선은 겨레의 영산(靈山)이자 한민족의 자랑으로 세계유일한 보물인 금강산을 <주역>의 근본이치와 우주만물의 생성원리를 담은 <금강전도>로 그려냈다. 금강산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산으로 세상에 알려져 왔는바 ‘금강’이란 이름은 불교경전인 <화엄경>에서 연유한다. “동북쪽 바다가운데 금강산이 있어 담무갈보살이 일만 이천 권속을 거느리고 상주하고 있다. 이 보살은 법기보살이라고도 하는데 중향성(衆香城)의 주인으로 항상 반야바라밀다를 설법한다”는 내용에서 연유한다. 


금강산 일만 이천봉 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우리나라사람만 금강산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시인 소동파는 ‘고려국에 태어나서 금강산 한번 보았으면!’ 이라는 시를 지었을 정도로 중국인들에게도 동경의 대상이었다. 정선은 금강전도에서 금강산 일만 이천 봉우리를 하나로 묶었다. 금강산 전체를 맨 위쪽 비로봉부터 맨 아래 장안사 앞 무지개다리 비홍교에 이르기까지 꽁꽁 묶어서 한 떨기 연꽃송이로 그렸다. 이 그림 속에 필자가 평생 공부해온 주역의 원리가 들어있다. 금강전도는 장경봉 으로부터 정중앙의 만폭동을 건너면서 소향로봉, 대향로봉으로 이어지는데 전체적으로 완만한 S자 형태의 윤곽선을 긋는다. 원의 한가운데가 S자형태로 나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태극(太極)이다. 모든 창조의 원천, 카오스 혼돈에서 질서로 바뀌는 음‧양 즉 어둠과 빛이 갈리는 시점이다. 


그림의 왼편은 짙푸르고 부드러운 흙산(土山)으로 음(陰)을 상징하고 있으며, 오른편은 날카로운 암석의 돌산으로 밝게 빛나 양(陽)의 성질을 띠고 있다. 태극이란 성리학(性理學)에서 우주창조의 첫 단계를 나타낸다. 그런데 음과 양은 본래 완전히 분리된 개념이 아니다. 음에서 양이 나오고, 양에서 음이 나온다. 즉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되는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원리다. 음과 양은 대립이나 반대의 개념이 아닌 서로에게 의지하며 상호 교환하는 상관관계에 있다. 정선은 이를 금강전도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장안사 구름다리 오른편이 양의 시작인데 아직도 음의 기운이 많이 남아서 수목 빛으로 어둠침침하게 표시했다. 하지만 시계반대방향으로 갈수록 수목이 점점 줄어들고 대신 흰 화강암봉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정상인 중향성(衆香城)에 이르면 음과 양의 기운이 그 극점에 다다른다. 양의 극점은 음의 시작이며 음의 극점은 양의 시작인 것이다. 금강전도는 음양의 조화를 지닌 태극인 것이다. 이 작품은 구도자체만으로도 <주역>의 근본이치와 함께 우주만물의 생성의 원리를 말해주고 있다. 금강전도 속에는 木火土金水 오행의 원리도 담고 있다. 즉 음양오행이라는 우주질서의 원리를 담은 것이다. 다만 구성이 상생(相生)이 아니라 상극(相克)을 담고 있다. 상생은 선천(先天)의 원리, 상극은 후천(後天)의 원리라고 한다. 상생만 있고 상극이 없으면 세상 모든 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하고 끝없이 성장만 하여 넝쿨 숲 천지만 이룰 것이다. 이를 적절히 억제해 주는 상극이 있어서 성장이 멈추고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떨어져 씨를 뿌림으로서 다음해 싹을 틔울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음양오행의 근본원리를 그린 금강전도를 하늘의 음과 양, 땅의 부드러움과 암반의 딱딱함의 대조 속에서 만고의 진리와 생명의 균형을 표시해 주고 있다. 세상의 이치 또한 물론 이와 같다. 필자가 상담을 하다보면 어떤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지나치게 좌절하는 사람도 보게 되고, 어떤 기쁜 일이 생겼을 때 너무 지나치게 기뻐하는 이들을 보게 되는데, 이럴 때 항상 중용의 자세를 충고하게 된다.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려 승승장구할 때 어려운 때를 준비하는 지혜를 가져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못하다. 언제까지나 이 행운이 계속 될 것으로 믿는다. 그러다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이때를 대비하지 못했음을 후회하지만 이때는 때가 늦었다. 


이와 반대로 어려움이 계속되어 괴로움이 한계에 다다른 듯 할때 모든 것을 포기하는 이들이 있다. “법사님 이제는 도저히 더 이상 못 견디겠습니다.” 라고 푸념할 때 필자는 “그래요? 그렇다면 이 어려움의 끝이 온 것 같습니다. 어둠이 깊으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운 것 아닙니까? 이제 거의 다 참아내신 것 같습니다.” 라고 하며 용기를 낼 것을 격려해드린다. 음과 양은 결국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선의 금강 전도 에서도 장안사 구름다리 오른편이 양의 시작이지만 이곳이 음의 끝자리이기도 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예전에 필자가 아주 젊었을 때 사업을 하던 때였고, 사업이 아주 승승장구하던 때였다. 필자의 어머님은 예나 지금이나 독실한 기독교 신자셨는데, 사업에만 열중하고 종교에 무관심한 필자를 무척이나 염려하셨다. 그래서 억지로 필자의 목덜미를 잡아끌고 교회를 끌고 다니셨는데 그때는 담배를 피던 시절이어서 예배시간동안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게 큰 곤혹이었다. 그래서 예배 중에도 눈치 보며 몰래 빠져나와 교회인근 골목에 숨어 담배를 피면서 “아니 청소년도 아니고 내가 이 무슨 짓이야?” 라고 하며 투덜대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머니 기뻐하시는 모습을 못 본채 할 수 없어 목덜미 잡힌 채 끌려 다니곤 했다. 그때 시무하시던 목사님이 필자만 보면 하시는 말씀이 “사업이 잘되실 때 안 될 때를 대비하십시오. 언제나 사업이 잘되지는 않을 겁니다.” 라는 충고를 하시곤 했다. 


이런 충고를 몇 번씩이나 받다보니 슬며시 부하가 치밀었다. ‘아니 뭐야? 사업 망하라고 기도하는거야 뭐야? 재수 없는 말도 한 두 번이지 매번나만 보면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네!’ 라고 느끼며 그 목사님을 미워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철이 드니 그때 그 목사님이 필자에게 충고하던 모습을 필자 자신이 하고 있었다. 필자의 고객 중 젊은 나이에 승승장구하는 젊은 사업가들을 보고 노파심에 이런 모습을 보이곤 한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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