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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굶게 만든 다재다능(多才多能)

2022.01.18

 



             굶게 만든 다재다능(多才多能)  


 옛말에 ‘열두 가지 재주를 가진 놈이 저녁거리가 없다’는 말이 있다. 여러 가지로 재능을 가진 사람이 곤궁하게 산다는 말로서 이것저것 재주가 너무 많으면 꾸준히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해 하나도 제대로 이루지 못함을 경계한 말이기도 하다. 최근에 다운타운에 식당을 오픈한 강사장님이 여기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예전부터 이런 문제 저런 문제로 필자와 수십 여차에 상담을 해오셨는데 최근에는 식당 오픈 문제로 필자와 상담을 하고 가셨다. 강사장님은 재주꾼이다. 한마디로 ‘못하는 게 없는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매우 총명하여 학업성적이 매우 우수하였고, 여기에 더하여 운동에도 능하고 그림솜씨도 따라올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또 모르는 게 없을 정도의 만물박사였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주위에 따르는 아이들이 매우 많았고 리더쉽도 뛰어나 항상 무리의 리더 역할을 했다. 여기에다가 키도 크고 인물까지 좋으니 주변에 여학생들이 줄줄 따라 다녔을 정도였다고 한다. 


고교졸업 후 당연한 듯 한국최고의 명문대에 진학하였고, 정밀기계를 다루는 최고의 기술자가 되어 연구소에 취직이 되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못 되어 직장을 때려치우고 자신이 연구개발한 특허기계를 들고 첫 사업에 나선다. 여기서 인생최초의 실패를 겪게 된다. 그때까지 실패라고는 몰랐고 모든 것이 자신의 뛰어난 재주대로 술술 풀려 왔건만 처음으로 예상치도 못하게 실패하자 무척 당황하게 된다. 도저히 자신의 실패를 스스로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심기일전하여 훌훌 털어버리고 이번에는 컨설팅회사를 선배와 함께 차린다. 변리사 자격이 있는 선배와 함께 기업을 상대로 특허기술에 대해 컨설팅 하는 업체를 차린 것이다. 하지만 또 실패하고 만다. 변리사인 선배가 처음의 약속과는 달리 강사장님의 지분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고 이익배분에 욕심을 부려 강사장님 표현대로 라면 ‘지 혼자 다 처먹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동업이 깨졌고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때라도 빨리 마음잡고 회사에 취직이라도 하였으면 좋았으련만 자신의 연이은 실패를 인정할 수 없기에 이번에는 마지막 남은 자금을 박박 긁어서 주식투자에 나선다. 자신의 좋은 머리로 분석하면 백발백중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승산은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처음에는 예측 한대로 술술 잘 풀려나갔다. 속으로 생각하기를 “에이~ 그동안 괜히 쓸데없이 고생만 했잖아? 처음부터 이쪽으로 나섰어야 했어! 이제야 내 길을 찾은 거야!” 라고 하며 의기양양해 했다. 주식관련 책도 외국 책, 국내 책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연구도 많이 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예측한 것과는 반대로 결과가 오기 시작했다. 자신이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올랐다. 마치 ‘용용 죽겠지!’ 하며 약 올리는 것 같았다 한다. 이렇게 애만 태우다가 결국 거지가 되었다. 


주변에 알만한 지인들에게 끌어다 쓴 돈이며, 은행에 빚진 돈 등등 감당할 길이 없었다. 이때는 결혼하여 아이까지 둘 있는 상태여서 깜깜했다. 집도 경매로 빼앗기고 신용 불량자가 된 데다가 이혼까지 당했다. 극단적인 생각을 할 정도로 괴로워하다 극적인 돌파구를 찾는다. 미국에 이민 와 살고 있던 큰누님의 구원의 손길이었다. 누님은 당시 미국의 유명한 레스토랑 체인 식당을 3곳이나 운영할 정도의 성공을 거두고 있었는데, 막내 동생인 강사장님이 그 꼴을 하고 지낸다는 소식을 듣고 부른 것이다. 식당 1곳을 맡아서 책임지고 운영하고 이익금을 나누기로 배려를 해 준 것이다. 파격적 제안이었다. 어려서 나이차도 많이 나고 해서 어머니처럼 어려워했던 누님의 배려에 겨우 살길을 찾은 것이다. 


이렇게 몇 년을 지나자 돈도 어느 정도 벌었고 빚도 어느 정도 청산할 수 있었으며 늙은 어머니 손에 자라던 남매도 미국에 데려올 수 있었다. 이즈음 강사장님이 필자와 처음 만나게 되었다. 처음 와서 하는 말이 “지금 미국 식당을 운영 중입니다. 장사는 잘되고 있는데 얼마 전 재미 동창회에 갔다가 한 친구로부터 좋은 사업 아이템을 들었습니다. 각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재처리해서 기름을 만들고, 나머지 쓰레기는 비료로 만드는 사업인데 친환경적 사업이고 발전성이 무한해 정부에서 사업 보조금까지 타서 할 수 있는 이른바 ‘땅 짚구 헤엄치기’ 식 사업입니다. 사업성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전에 제가 사업에 몇 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 그래두 혹시나? 해서 신문에 나와 있던 선생님 칼럼을 보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라고 매우 논리적으로 간단명료하고 예의 있게 묻는다.


이분의 생년월일시를 물어 사주팔자 기둥을 세우고 쾌를 짚으니 아주 좋지 못한 ‘서합지진’의 쾌가 짚힌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 풀이 죽는다. 관재구설 시비가 오리라’는 쾌다 적극적으로 말렸다. 하지만 듣지 않고 그길로 내리 달려간 모양이다. 사주 속에 土가 많더니 고집이 아주 셌던 거였다. 다시 쫄딱 망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학 동창이라는 자가 한국에서도 여러 사람에게 사기를 치고 당시에 미국에 도망 와 있었던 것을 모르고 그놈 농간에 넘어가 버린 것이었다. 식당을 맡겨준 큰누이가 그렇게 말렸는데도 누이하고 싸워가면서 리싸이클링 사업을 고집했던 거였다. 누이도 이제는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자기 잘못은 인정 안하고 “미국에 오래산 사람들은 정도 메말라 버리는 것 같습니다. 형제가 아니라 웬수 대하듯이 하니 나 원 참!” 이라고 하며 혀를 찬다. 은혜를 모르는 것이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큰누이와 다시 화해하고 다시 식당 하나를 맡아 어느 정도 운이 다소 회복되었을 때 다운타운에 정통 한식당을 차려 보겠다고 하며 필자를 찾은 것이다. 말려도 또 듣지 않을 것이다. 또 망할 운이 온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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