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男子때문에 깨진 30년 우정

2022.01.21

 




             男子때문에 깨진 30년 우정  


 강여인과 김여인은 고교동창생이다. 서울의 유서 깊은 모 여고를 함께 졸업했다. 고교시절 두 사람은 그야말로 ‘단짝’이여서 언제 어디를 가나 둘이 꼭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있었다.(외국인들이 레즈비언으로 오해하기 딱 맞다) 이렇게 가까운 이들이지만 집안형편은 사뭇 달랐다. 강여인은 부잣집 막내딸로 어려서부터 피아노에 승마, 플룻 등 개인교습을 받으며 과외선생까지 집에 입주시켜 과외를 받게 할 정도로 금지옥엽으로 자랐지만, 술주정뱅이 노가다 김씨의 첫째 딸인 김여인은 아버지의 행패에 어머니가 견디지 못하고 도망가자 어린 세 명의 동생 뒷바라지에 허리가 끊어질 지경에다 어머니대신 아버지의 술주정과 행패를 받아 내 가며 공부해야 했으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강여인은 친구 김여인의 이런 사정을 알고 이런저런 핑계로 김여인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려했으나 자존심 강한 김여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여인이 명문인 E여대에 진학하는 모습을 김여인은 형편상 부럽게 처다볼 수밖에 없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이렇게 가까웠던 두 사람의 사이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조금씩 조금씩 소원해져갔다. 김여인은 이제는 술 때문에 몸이 망가져 누워있는 아버지대신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해야했기에 사실 강여인을 만날 시간조차 내기 어려웠다. 모 원단회사의 경리직 여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받는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어린동생들 학비며 쌀값을 대어야 했고 웬수같은 애비의 약값까지 부담해야 했으니, 숨이 막힐 지경이여서 친구를 만날 시간내기가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 


대학졸업 후 강여인은 형편이 비슷한 부잣집 도련님을 만나 결혼했다. 가난뱅이 김여인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는데 같은 회사 트럭기사로 일하는 청년 이였다. 서로처지가 비슷한 형편이여서 서로를 가엾게 여겼고 대화가 잘 통했다. 김여인의 어린동생들에게도 친동생처럼 잘 대해주니 김여인은 이것이 제일 고마웠다. 주정뱅이 아버지가 결국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놀라 당황하는 김여인을 진정시키고 차분히 장례절차를 도와준 청년에게 감동하여 둘은 동거를 시작한다. 그리고 아들이 생겼다. 친정 동생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성장하여 제 앞가림을 할 수 있을 때 여서 이때가 김여인에게는 제일 행복한 시기였다 한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운전 중 교통사고로 남편이 갑자기 죽어버렸다. 일이 잘못되어 보상도 받지 못했다. 어린 아들 하나 데리고 또다시 거친 삶을 시작해야 했다. 


한편 친구인 강여인도 이즈음 생전 처음 불행을 겪는데 남편이 바람이 나서 결국 이혼에 이른 것이다. 서로가 이런 사연을 겪으며 우연히 다시 서로가 연락이 되었다. 서로 얼싸안고 울며 서로의 불행을 위로했다. 이때 강여인이 김여인에게 제안을 했다. “꼴 보기 싫은 사람 많고 슬픈 기억 많은 이곳을 떠나 새 곳에서 우리함께 새로 시작해보자!” 는 말 이였다. 이런저런 의논 끝에 강여인의 큰오빠가 살고 있던 LA에 정착하게 된다. 강여인은 아이가 없었고, 김여인은 아들 하나가 있어 세 식구가 한집에서 친가족보다 더 가깝게 생활하게 된다. 경제적 여유가 많은 강여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김여인은 무척 미안했지만 강여인의 마음씨 깊은 배려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다소 가실 수 있었다. 이렇듯 돌씽(돌아온 씽글)여성 둘이 아이하나 키우며 사는 모습은 꽤나 깔끔했다. 강여인은 워낙 집안이 유복하니 특별히 하는 일 없이 골프치고 헬스클럽 다니고 취미생활로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는 게 일이였고, 부지런한 김여인은 미국에 와서 극성스럽게 공부하여 간호사가 되어 병원에 근무했다. 


이러던 증 강여인이 골프 치러 필드에 나갔다가 한 독신남성을 만나게 되었다. 병원 의사였는데 초혼에 실패하고 아들하나 키우며 십년 넘게 씽글로 지내온 남자였다. 인물 좋고 매너도 좋은데다가 좋은 집안에 직업도 괜찮으니 강여인은 홀딱 빠졌다. 남자도 적극적 이여서 둘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강여인은 이렇게 괜찮은 애인을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었다. 특히나 절친한 친구인 김여인 에게 소개하고 싶어 안달이였는데, 김여인의 병원 스케쥴이 너무 바빠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았다. 그러나 우연히 함께 사는 집에서 기회가 닿았는데 이게 문제였다. 남자가 강여인의 절친 인 김여인에게 잘 대해드려야 한다는 핑계로 유별나게 친절을 베풀 면서 였다. 처음에는 강여인은 자신의 제일 친한 친구에게 매너 있게 잘 대해주는 남자에게 고마움을 느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친절의 도가 지나치자 의심이 들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여자 특유의 질투심이 생긴 것이다. 


김여인은 꿈에라도 친구의 남자를 욕심내지 않았으나 강여인의 태도가 점점 노골화될수록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강여인과 김여인을 둘 다 잘 알기에 상담할 때마다 강여인의 의심을 풀어주려 했으나 강여인의 의심을 좀 체로 풀리지 않았다. 필자에게 하는 말이 “왜? 여자의 육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서로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요!” 김여인 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자신이 친구의 은혜를 원수로 갚는 그런 배은망덕한 여자로 오해받는 상황에 너무 놀라고 당황해 하는 것 같았다. 필자가 보기에 강여인의 남자친구가 제일 문제였다. 끈끈한 눈으로 김여인을 흘금거리며 지나친 친절을 베 푸니 강여인이 오해를 할 수도 있었다. 30년이 넘는 깊은 우정이 男子 때문에 깨지게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강여인과 김여인의 우정은 깨지고 말았다. 강여인도 그 남자와 깨졌다. 후에 그 남자가 김여인에게 집적거렸지만 김여인은 단호했다. 모두가 우스운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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