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뭐니 뭐니 해도 조강지처?

2022.01.19

 




            뭐니 뭐니 해도 조강지처? 


 K씨는 50대 초반의 사업가이시다. 이런저런 사업을 해왔고 현재는 큰 규모의 커피숍과 양식당 두 개의 사업을 하고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사업수완이 있어 오랜 세월 이런저런 사업을 하며 꽤나 큰돈을 벌어 왔건만 돈이 모이질 않고 죄다 흘러가버린 세월이었다.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반드시 돈을 써야할 일이 꼭 생겼다 한다. 그래서 평생 돈에 구애받지 않고 풍족하게 지내 왔지만 이른바 ‘빛 좋은 개살구’ 였다. 실속이 없었던 것이다. 남들은 K씨가 벌이는 사업의 규모나 매상 등을 보고 엄청난 부자 일거라고 생각 하지만 장사가 저조한 달의 경우 그달 그달의 임대료와 종업원들 인건비를 고심해야 할 정도로 몇 달치 운영 여유 비조차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어떻게든 넘길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20대 중반에 시작한 사업이 50초반의 현재에 이르기까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K씨의 부인은 몸이 매우 약하고 신경이 예민한 분이였다. 덤벙덤벙 하는 듯 하고 자질구레한 것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K씨와는 정반대의 성격이었다. 늘 잔소리가 심했고 종업원들과도 마찰이 많았다. 웬만하면 그냥 넘어갈 일도 예민하고 심하게 반응하여 종업원들을 자극하였고 이런저런 일로 소송도 여러 번 당해야했다. K씨는 부인이 사업을 도와준답시고 사업장에 나오는 것조차 반갑지 않았다. 언제 또 무슨 사단을 만들지 아슬아슬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늘 아내와 의견일치가 되지 않았고 특히나 부부간의 잠자리문제가 서로 너무 맞지 않았다고 했다. 부부관계를 한 번 하고나면 아내는 며칠씩 아파서 끙끙 앓았고, 이러다보니 K씨가 접근하려고 하면 기겁을 하고 피하기 일쑤였고 어쩌다 관계를 하고나서도 아파서 끙끙 앓으니 K씨는 자신이 큰 죄라도 진 것처럼 죄책감마저 느껴야 하니 자연스레 ‘섹스리스’부부로 살게 되었다 했다.


이러던 중 어느 날 종업원 관리문제로 부부가 크게 충돌하였고, 서로 이런저런 면에서 ‘너무 맞지 않는 부부가 억지로 서로가 참으며 살아왔던 것’을 서로가 인정하고 나이스 하게 헤어지기로 합의 이혼하게 되었다. 사업도 정리하고 집도 정리해서 깨끗하게 삼등분했다. 외아들 몫으로 1/3을 떼놓기로 합의한 것이다. 아들은 엄마가 키우기로 했으니 자연스레 2/3는 아내 몫이 되었고 성격이 화통한 K씨는 1/3의 몫에 불만이 없이 그리하라 동의 해주었고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며 헤어졌다. 산뜻한 이별이었다. 그 후 K씨는 새로 사업을 시작 하였고 예전처럼 바쁜 일상으로 돌아간다. 매니저로 일하던 과부 A씨와 눈이 맞은 것은 이혼 후 채 2년이 안 되었을 때였다. 과부 A씨는 남편이 젊은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뒤 어린남매를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는 미모의 30대 초반 여인이었다. 과부 A씨의 어린남매를 친아빠처럼 돌봐 주면서 둘은 행복한 재혼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때부터 사업이 급격히 번창하기 시작했고 그동안 그렇게 모이지 않았던 돈도 불붙듯이 불어가기 시작했다. K씨가 특별히 더 성실해 졌다거나 더 열과 성을 다한 것도 아니고 평소 했던 대로였는데 불같이 사업이 일어난 것이다. K씨는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찾아와 필자에게 “선생님! 아무래도 재수있는 여자, 재수 없는 여자가 있는 모양입니다. A와 살면서 이렇게 형편이 확 펴지고 그렇게 모이지 않던 돈도 모이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희희 낙락하며 상담을 마치고 돌아갔던 K씨가 어느 날 어두운 얼굴로 필자를 다시 찾았다. 와서 하는 말이 “A와 만난이후 사업도 불같이 일어나고 돈도 많이 모여서 야!~ 이제야 제대로 된 짝을 찾았구나! 하는 마음에 흐뭇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예민하고 날카로운 전처와는 다르게 나긋나긋하게 대화도 잘 통하고 무엇보다도 속궁합이 너무 좋았습니다. 


남녀가 이래서 함께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낄 정도로 속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이래저래 신이 나서 행복했는데 이 여자가 치명적인 약점을 숨기고 있었던 것을 몰랐습니다. 남매 둘 데리고 성실하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자기의 약점을 숨기고 자기 나름대로는 스스로 참고 참다가 재발하게 된 것 같은데 다름이 아닌 도박 문제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남편도 심근경색으로 병사한 게 아니고 이 여자가 도박문제로 하도 속을 섞여서 목매달아 자살했다고 합니다. 남편이 자살하고 나서 어린남매 데리고 살길이 없으니 정신 차리고 몇 년간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저를 만나 신상이 편해지고 손에 여윳돈이 생기니 옛날 병이 도진 겁니다. 아무리 욕을 하고 타일러도 보고 별짓을 다했는데 그 순간 뿐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눈물을 쏟으며 다시는 그런 짓 안하겠다고 맹세에 맹세를 해도 며칠 지나면 그새를 못 참고 노름장으로 달려갑니다. 노름을 못하게 하려고 손에 1불짜리 한 장 없게 만들어 놓아도 제 이름 팔아가면서 돈을 꾸어서 노름장에 달려갑니다. 저도 이제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창피해서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하겠고 정말 미칠 지경입니다. 친한 친구 녀석들 말로는 제가 조강지처를 버렸기 때문에 이런 벌을 받는다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입니까? 이제라도 애 엄마하고 새로 합쳐야 할까요? 어쩌면 좋습니까?” 짧았던 K씨의 행복은 이렇게 깨지고 말았다. 결국 K씨는 전부인과 다시 합쳤다. 외아들이 사춘기가 되자 이런저런 말썽을 부려 엄마 혼자 힘으로는 아이를 다룰 수가 없어 애를 먹다가 아이문제로 자주 만나 의논을 하다 보니 예전에는 서로가 말 못했던 서로의 속내를 터놓을 기회가 여러 번 생겼고, 속을 털어놓고 대화를 나누다보니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진작에 이랬다면 이혼까지 가지 않았을 터인데 부부간의 대화의 기술이 없었던 거였다. 다시 합친 이후 부부금슬이 특별히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심하게 다투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지낸다했다. 두 사람에게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떡하든 하나뿐인 우리 아들이 잘돼야지요!”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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