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상담
필자가 난처한 입장에 처해서 전전긍긍 했던 상담이 있었기에 여기에 소개코저 한다. 필자에게 자주 상담을 하던 김여사가 있었다. 이분은 50대 후반의 여성으로 얼마 전 자신이 운영하던 옷가게를 처분하고 새로운 가게터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필자에게 자신에게 맞는 방향과 가게의 위치 등을 상세하게 문의하고 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필자를 찾았는데 가게 위치와 번지 등을 내놓으며 이 터가 본인에게 맞는지 인수해도 별탈은 없겠는지 등을 물어왔다.
필자가 이 가게터의 번지를 분석하고 그려주는 약도에 의해 감정을 해보니 터가 영~좋지 않게 나왔다. 필자 왈 "이 터는 사지곤의 터 입니다. 이곳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이 망해서 나갔을 겁니다. 이 터에서 지금 장사하고 있는 분도 아마 손들고 나가야 하는 입장일 겁니다. 좋지 않으니 절대 인수 하시면 안됩니다." 라고 하며 내일까지 인수 여부를 통보해 주어야 했는데 마음이 결정되니 시원 하다고 하며 돌아갔다. 그 뒤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다른 한 분이 필자를 방문 하였는데 1년여전 쯤 필자에게 상담을 하고 간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가게터 인수 문제로 왔었는데 그당시 필자가 인수하면 안 된다는 가게를 인수해서 지금 완전히 파산지경에 와있는데 그때 필자의 말을 듣지않고 다른 상담소에 가서 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무모하게 일을 벌렸다 한다. 필자는 많은 수의 사람들과 상담하다 보니 처음에는 이분을 기억할 수 없었으나 사주팔자 기둥을 세워보니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이분이 하는 말이 그 사업장에서 어떻게든 빠져 나와야 하는데 며칠 전 매수 희망자 한 분이 왔다 갔고 자신 가게터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내일까지 답을 주기로 했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너무 초조해서 필자를 찾아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가게 번지수를 대 주는데 놀랍게도 한 시간전 쯤에 상담하고 간 김여사가 문의한 번지와 일치하는 것이 아닌가! 한 가게를 두고 한쪽은 매수 여부의 타당성을 문의하고, 다른 한쪽은 매도할 수 있는가를 같은 날 1시간 정도의 차이를 두고 문의해 온 희한한 경우였다. 참으로 답변하기가 난처한 경우였다. 조금 전에 이 가게터를 살 사람이 왔다 갔는데 필자가 그분에게 터가 좋지 않으니 매입 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 했다고 솔직히 이야기 할 수도 없고 이분에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줄 수도 없는 난처한 지경이 되었다.
결론적으로는 필자가 이분의 매매 운을 훼방놓은 셈이어서 무척이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필자 왈 "터가 좋지 않으니 아마도 그 가게를 팔고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좋은 결과를 기대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라고 답을 주었지만 이분이 실망하는 기색으로 상담실을 나서는 모습이 필자에게 죄책감 마저 들게 하였다. 한번은 이러한 난처한 일도 있었다.
한 젊은 남자가 급한 목소리로 필자에게 전화를 하였는데 자신이 열열하게 사랑하는 여자와 궁합을 보러 갈 테니 궁합이 좋다고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 이었다. 사랑에 빠져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은 청년의 요청 이었지만 필자의 답은 단호 하였다. "궁합을 가지고 좋다 나쁘다 거짓을 이야기해 줄 수는 없습니다. 아직 두 분의 사주팔자를 모르기에 궁합이 좋게 나올지 나쁘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결과를 조금 확대해서 좋은 것을 조금 더 좋게 나쁜 것을 조금 더 나쁘게 이야기 할 수는 있지만, 나쁜 궁합을 좋다하고 좋은 궁합을 나쁘다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결과가 걱정이 된다면 다른 곳에다가 부탁을 해보세요" 라고 답해 주었다.
이 친구 말이 자기 애인이 필자를 친구로부터 소개 받았기에 꼭 필자에게 갈 것 같다며 걱정이 태산 이었다. "참 소심한 친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심 이해도 갔다. 이윽고 두 사람이 예상대로 필자를 찾아왔고 사주기둥을 세워 궁합을 보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필자마저 조마조마 하였다. 결과는 궁합이 썩 좋지 않게 나왔다. 필자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초조하고 간절한 눈길을 외면 한 채 사실대로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을 나서며 원망 어린 눈길로 필자를 보는 청년의 눈길을 마주 받기가 너무나도 난처했다. 필자가 경험한 두 번의 난처한 상담이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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