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떠돌이 약장수 피재길의 인생대박!

2023.11.15





            떠돌이 약장수 피재길의 인생대박!


  피재길은 어려서 일찍 고아가 되어 학업의 기회를 얻지 못한 까막눈이다. 원래 중인집안 출신 이었으나(대대로 이어온 의원집안 출신이라는 설이있다) 돌림병으로 부모 형제가 모두 죽자 홀로남아 거지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그에게도 삶을 개척해 나갈 작은 근거 하나가 있었으니 아버지가 생전에 쓰던 처방집 한권이 그것 이었다. 그 처방집 이라는 것이 딴게 아니라 고약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까막눈 이어서 그책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몰랐으나 우연한 기회에 알게된 글 읽는 선비에게 물어물어 겨우 해독해 낼수 있었다. 이렇게 얻은 종기에 듣는 고약 만드는법이 그에게 밥줄이 된것이다. 오만가지 종기에 듣는 고약을 만들어 이거리 저거리를 돌며 고약을 팔았는데 정식 의원도 아닌 요즘으로 치면 "무허가 떠돌이 약장수" 인 탓에 떳떳이 의원 행세도 할수 없었다. 하루세끼 해결 하기도 어려운 생활이 계속되자 자신의 신세가 무척이나 처량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날 해가 질무렵 주막 마루턱에 앉아서 신세 한탄을 하고 있는데 거지 차림새의 한늙은이가 다가와 앉더니 "여보 젊은이 내가 너무 배가고파 그러는데 탁주 한잔만 받아 주시요, 그러면 내가 작게나마 보답 하리라" 하고는 애타는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내심 인정이 많은 피재길 인지라 거절치 못하고 그리해 주었다. 막걸리 몇잔을 걸친뒤 거지 차림의 늙은이는 고마움에 대한 보답 이라며 품속에서 작쾌통을 꺼내더니 쾌를 뽑기 시작했다. 꼴은 그모양 이었으나 작쾌 뽑는 솜씨가 주역 공부를 꽤나한 모양 이었다. 한참 쾌를 바라 보더니 "당신은 지금 곤고한 생활이나 몇년안에 나랏님과 함께 동고동락 하는 신분이 될것이요!" 라는 말을 하였다. 피재길은 픽! 웃어버렸다. 거지 노인이 술한잔 얻어먹고 하는 아부 치고는 너무 얼토당토 않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자신과 같은 천한 신분이 어찌 나랏님과 동고동락을 하게 된다는 말인가? 실없는 늙은 이라고 생각하며 그자리를 떳고 한두해가 지나갔다.


그사이 그의 고약이 효험이 많다는 소문이 돌아 여기저기서 그를 찾았고 대갓집에도 불려가는 일도 가끔 생겼다. 지금이야 종기가 별거아닌 질병이라 할수 있으나 당시만 해도 종기로 죽는 이들이 많은 탓에 피재길의 명성은 점차 높아갔다. 그러던 어느날 당시 임금이던 정조가 머리에 작은 종기가 났다(정조17년) 침을 쓰고 약을 썼지만 좀처럼 낫지 않고 전신으로 퍼져갔다. 마침 무더운 여름철 이어서 행동 하기가 무척 괴로웠고 심해지면 죽음에 이를수도 있어 대궐은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내의원 에서는 종기에 좋다는 별별 처방을 다했으나 종기는 계속 번지며 심해졌다. 이토록 위급한 순간에 어떤 대신이 자신이 옛적 부른적이 있던 피재길의 이름을 생각해 냈고 정조에게 이를 알린다. 다급한 처지에 이도저도 가릴 경황 없이 피재길은 궁궐로 불리워진다.


길거리 떠돌이 약 장수가 지엄한 나랏님을 대하니 땀이 쏟아지고 온몸이 긴장되어 벌벌 떨렸다. 정조는 약장수를 안심 시킨다. "두려워 말고 내의술을 다 발휘해 보라!" 정조의 따뜻한 말에 용기를 얻은 피재길은 가슴을 진정 시키고 물러나와 웅담을 주원료로 하는 고약을 만들었다. 이른바 "웅담고" 이다. 이를 바치자 정조가 며칠이면 효험을 보겠느냐고 물었고 피재길은 "하루면 통증이 가라앉고 사흘이 지나면 나으실것" 이라 답해 올렸다. 그의 말대로 안되면 그야말로 죽은 목숨 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과연 말과같이 사흘이 지나자 깨끗이 나았다. 정조는 감탄 하였고 이에 보답할 길을 찾아보라 신하들에게 명했다. 내의원들이 그를 내의원 침의에 정하고 6품의 품계를 내려줄 것을 청하니 정조가 흔쾌히 허락하였다. 당시 6품의 품계이면 대단한 직책이니 떠돌이 약장수가 벼락 출세를 한것이다.


당시 상황을 이조실록 정조17년7월16일 기록에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상의 병환이 평상시 대로 완전회복 되었다 지방 의원인 피재길이 단방의 고약을 올렸는데 즉시 신기한 효력을 내었기 때문 이었다. 재길을 약원의 침의에 임명 하도록 하였다.] 사람팔자 아무도 모른다. 팔자를 고쳤다는 말이 위의 예에 적합하다 할것이다. 피재길은 벼락출세를 한뒤 놀랍도록 정확히 자신의 앞날을 예언해 주었던 거지 행색의 노인의 행방을 찾았으나 찾을수가 없었다 한다.


 예나 지금이나 역술의 대가는 도처에 숨어있는 듯하다 정조는 이 일이 있고나서 7년뒤 역시 같은 질병인 종기로 죽는다. 피재길이 적극 치료에 임했으나 이번에는 효험이 없었다. 이래서 운명은 재천이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수 없는것 같다. 왕이 죽으면 치료를 담당했던 의원 모두가 귀양을 가는 관례에 따라 피재길도 무산부로 귀양을 갔다가 3년뒤 석방되었다. 이후 피재길의 웅담고는 대중에 알려져 세상에 전하게 되었고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하게된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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