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동풍해동 고목봉춘 (東風解凍 枯木逢春 )

2023.11.18




       동풍해동 고목봉춘 (東風解凍 枯木逢春 )


  오래전 이야기다.

아웃도어 스왓밋에서 T셔츠 장사를 하시는 고선생은 50대 초반의 남성 이였다. 이민 온지 12년정도 되었는데 그동안 샌드위치 가게도 해보고 커피샵도 운영해 보았지만 영신통치 못해 한국에서 가져온 밑천을 다 들어먹고 망연자실해 있을때누군가의 권유를받고 트럭 벤차만 있으면 큰 밑천 없이도 할수있는 장사라는 말을 듣고 트럭벤에 T셔츠를 박스채 실고서 LA에서 샌프란시스코, 라스베가스를넘나들며 이장, 저장 다니며 T셔츠를 파는 이른바 '장돌뱅이'를 시작한지 6년째였다.

이런 고선생이 필자를 찾았을때 그모습은, 지나칠 정도로 새까맣게 탄 얼굴에 얼룩덜룩 먼지가 묻은 흰색 T셔츠를 걸치고 있는 바짝마른 몸매에서 이분의 삶이 참으로 고단하다는 것을 느낄수 이었다.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현재의 자신의 삶이 너무 힘들어 앞으로 계속 별 볼일 없으면 그냥 콱 죽어 버리려고 필자를 만나러 왔다는 이분의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어째든 이분의 사주팔자를 세우고 운의 흐름을 간명 해보니 삼십때 중반에서 후반까지는 꽤나 운세가 강하여 꽤 큰돈도 만져보았을 듯 싶었으나 이운이 갑자기 꺽여서 40세 들어서 는 계속일이 꼬여가는 운세다. 한 십여년을 무척이나 상심하고 지냈을 것 같았다. 


필자 왈 "삼십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약 5년 정도가 선생님 젊은 시절의 꽃피는 봄날이니 이때 큰돈도 좀 만져 보셨겠습니다." 라고 하니 이분 한숨을 크게 내쉬며  " 예! 그때가 좋았지요, 그때 한국에서 건축업을 했었는데 집을 건축 하기도 전에 분양이 다 되어서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큰돈을좀 만져 봤지요. 헌데 경기가 갑자기바닥을 치며 추락하기 시작 하는데 끝을 모를 정도였지요. 빛쟁이들 등살에 쫓겨 미국에 오게 되었는데 이것 저것하는 것마다 되는 일이 없어서 지금 이모양 이꼴이 되었습니다." 라고 한뒤 고개를 푹숙인다. 나이 50이 넘어서 가깝지도 않은 장거리를 운전 하고가서 물건을 장에다가 다 풀어놓고, 장사가 끝나면 다시짐을 싸서 차에다 싣고 다른 장으로떠나야하는 일이 몹시도 힘에 부치는 듯 싶었다.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고 이분의 앞으로의 운세를 주역상 쾌로 짚어보니 다행 스럽게도 '동풍해동 고목봉춘' 의 운이 짚혔다. "동쪽방향에서 따뜻한 봄 바람이 불어 꽁꽁얼어 있는 고목나무를 녹이니 고목나무에 새싹이 돋는다."는 운이다. 즉 예전에는 크게 번성했던 거목이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눈비를맞고 바람에 시달려 잎파리가 다 떨어지고 고목 나무가 되었으나 동방의 봄 바람이 고목 나무를회춘시켜  싹을 돋게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운을 고선생에게설명하자 이해가 잘 안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 "선생님! 동방이라고 하면 어디를 뜻하나요?" 라고 질문을 한다. 필자가 답하기를 "동방은 동양을 의미 하기도 하고 한국을 의미 할수도 있으니 한국에서 좋은 소식이 온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라고 한즉 이분왈 "에이, 한국에서 쫄딱 망해먹고 온 놈인데 무슨 좋은 소식이 있겠어요 빚쟁이들이 저를 잡으로 온다는 소식이면 몰라도........"  라고 한뒤 또 다시 긴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 신년운세 상담에 눈코뜰 새가 없이 바쁜 어느날 고선생이 다시 필자를 찾았다. "선생님 저를 기억하십니까?" 작년에 선생님하고 상담을 했었는데...... 하도 많은 분들을 상담하시니 기억하기 어려우시겠죠?"  


고선생 말씀에 필자가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제야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아! T셔츠 장사 하신다던 고선생님 이시군요!" 라고 하니 자신을 기억해 준것에 대해 매우 고마워 하며 하는 말이 "작년에 선생님께서 고목나무에 새싹이 핀다고 해서 저는 그저 위로의 말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참으로 기막힌 일이 생겼습니다. 이런일도 세상에 다 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요, 예전에 제가 가지고 있던 땅을 판일이 있었는데 당시 상대방이 땅을 이전해갈 처지가 아니라서 가등기만 해 두었지요. 그런데 이제 땅을 명의 변경하려고 절차를 밟다가 측량을 해보니 실제의 땅의 면적이 토지대장상 나와 있는 땅의 면적보다 1/3정도가 더 많이 나온겁니다. 아마도 일제시대 때 한 측량이 아직도 실측량 없이 그대로 등재되어 있었던것 같은데 제가 이번에 알고보니 실제로 그런땅이 지금도 꽤 있다고 합니다. 


어째든 상대방이야 횡재를 한 셈이어서 좋아 했는데 이 사실이 주위에 어쩌다 알려졌고, 그러다 보니 어쩔수 없이 저에게 합의금 조로 얼마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겁니다. 제가 협조를하지 않으면 늘어난 그땅의 문제가 좀 복잡해 지는 가 봅니다. 이제 살게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라고 하며 다소 두서없이 말을 쏟아낸다. 작년에 감명한 데로 동방에서 봄바람이 제대로 불어온 것이었다. 고선생의 건승을 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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