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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2025.05.31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사람의 운명을 감정하는 역술가는 익명의 다중을 상대 하여야 한다. 운명을 상담하기 위해 방문하는 이들은 온갖 직업의 사람과 온갖 성격의 사람이 수도 없이 많고 다양한 사연을 들고 필자와 마주한다. 사주명리학은 하나의 자연과학이고 통계학이지만 사람들은 이를 간과하고 명리학자를 점술, 복술을 하는 점쟁이로 보는 시각들이 강해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필자를 테스트하고 자칫 실수라도 할라치면 "그러고도 네가 도사냐?" 하는 식으로 돌팔매를 가하기 일쑤다. 그래서 역학자들은 정작 다른 사람의 고민을 풀어주고 상담에 임하지만 정작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식으로 자신의 고민과 갈등을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못하는 어찌보면 참으로 고달프고 서러운 직업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명성이 알려지면 알려 질수록 온갖 사람과 사건의 잠복이 다가온다.


역학자는 잠복된 지뢰를 미리 알고 피해가야 하는 고난도의 직업이다. 100개의 지뢰 중 99개개를 피하고 마지막 1개를 피하지 못하고 그물에 걸려들면 ‘돌팔이 점쟁이’ 로 곤두박질 치고 비아냥 과 조롱을 감수하는 수모를 겪어야 한다. 하지만 사주명리학 이라는 학문은 말 그대로 학문에 불과하다. 미분적분을 풀어 가듯이 답을 풀어내는 공식을 먼저 배운 것에 불과한 사람이 바로 운명을 상담하는 명리학자인 것이다. 수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도 수학시험에 항상 100점을 맞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수라고 해서 노래방에서 항상 100점을 받을 수 없는 것과 같이 역학자도 사람인 이상 인생문제를 공식에 대입해서 풀다가 자칫 실수하여 틀린 답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라고 자부하는 상담가가 이런 일이 자주 있어서는 절대 안되고 이런 경우가 100명에 한 두 명 정도 미만에 해당 되어야 진정한 프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전제는 프로도 실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전에 40대중반의 여성분이 필자가 아는 지인의 소개로 운명을 상담하러 왔다. 원래 상담시에는 다른 동행자는 대기실에서 기다려 주어야 하는데 서너명이 쭉~둘러 앉아서는 그 중 한 사람만이 사주팔자를 보겠다 한다. 이것은 참으로 필자에게 실례하는 짓임에도 40대 중반의 이 여인네들은 무대 위에 원숭이 올려놓고 구경하듯 한다. 인생 상담이라 함은 진지하여야 하며 이야기 중에는 실로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하는데 자기들 끼리는 비밀이 없는 사이이니 개의치 말고 상담해 달라 재촉한다. 생년월일시를 받아 사주풀이를 하다 보니 운로 지장간에 간합수가 들어 있고 올 하반기에는 이로 인한 가정 파탄수와 망신살이 심하게 들어 있었다.


여인네들과 당사자도 기탄없이 상담해 달라 한 터이기에 "지금 사귀고 있는 젊은 친구는 여사님과는 10년 정도 연하로 보이는군요. 이로 인해서 가정파탄수가 있으니 빨리 정리하도록 하시는게 좋겠습니다." 라고 하니 이 여자분 얼굴이 빨개지며 "어머나! 어머나! 하며 몹시 당황하는 기색이더니 갑자기 이사람 순 엉터리 점쟁이 아냐!" 하고 화를 내더니 상담실을 박차고 나가 버린다. 둘러 싸고 있던 여인네들도 분위기가 어색하자 주춤주춤 나가버린다.


필자는 찬찬히 사주를 다시 들여다 보았다. 내가 어느 부분에서 통변(해석)을 잘못하였나 하고 깊이 들여다 보아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혹시 태어난 시간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해보았으나 그들이 가버렸으니 확인할 길도 없었다. 상담초기에 가졌던 불쾌감이 사주를 제대로 못 들여다 보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들여다 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그 뒤 필자는 이 일을 깨끗이 잊어 버리고 일상에 파묻혀 지내던 어느 날 일전에 같이 왔던 일행 중 한 사람이 필자를 방문하였다.


필자가 "전에 같이 오셔서 상담하다가 중간에 가버리신 친구분에게는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사과를 드리고 싶어도 연락처를 몰라 연락을 못했습니다. 만나시거든 제 사과를 전해 주십시요!" 라고 정중하게 말을 건네자 이 친구분 왈 "아닙니다 선생님 사실은 제가 그 친구와는 제일 친해서 속을 완전히 터놓고 지내는 사이라 선생님이 정확히 보신 것을 제가 압니다. 하지만 그때 같이 왔던 친구 중 하나가 서로 친구간이긴 하지만 그 친구의 시누이 되는 사이거든요. 그래서 제 친구가 그렇게 당황하고 위기에서 빠져 나가려고 선생님에게 막말을 했던 겁니다. 그 친구가 창피해서 올 수가 없다고 저보고 대신사과 드리고 그때 마치지 못한 상담도 대신 듣고 와달라고 하도 간곡히 부탁을 해서 제가 오게 된겁니다." 라고 그 간의 사정을 이야기 한다.


필자는 그 말을 듣고서 그때의 정황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짐짓 화를 내는 척했구나! 하지만 이분이 돌아간 뒤 필자의 자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니 필자의 태도가 너무 유치 했었다는 부끄러움이 들었다. 그때 당시 상담초기에 받은 불쾌감이 맛 좀 봐라 식의 치졸한 행동으로 나왔고 그 속에는 나를 테스트 하려는 당신들에게 한방 먹여 준다는 치졸한 과시 속에서 나온 행동이었던 것 같아 부끄러움에 한참을 그 행동에 대해 반성하였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는데 필자에게는 이런 겸양의 도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아직도 공부가 한참 멀었구나 하는 아득함 마져든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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