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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수주대토(守株待兎)

2022.04.06

          



              수주대토(守株待兎) 


 필자 에게 매 해 마다 빠지지 않고 신년 운세를 보러오던 R씨는 마켓으로 크게 성공한 이였다. 미국에 30여년 전 맨몸뚱이로 와서 이룬 성공이기에 <성공한 재미교포>라는 책에도 소개될 정도였다. R씨 부부는 내외가 무척이나 근면 성실하고 절약 정신이 몸에 배어있는 터라 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사치 라고는 몰랐다. 돈이 아까와 외식한 번 제대로 못할 정도로 구두쇠 여서 돈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 1남 3녀 자녀들도 모두 훌륭히 자리 잡아 R씨 부부에게는 그야말로 근심걱정 이라곤 없었다. 필자와 R씨 부부만 아는 비밀 이었지만 모거래 은행 Safety BOX 를 여러 개 빌려 이곳에 항상 백만불 정도를 숨겨두고 있을 정도로 사업도 번성 중이었다. 이런 R씨 부부에게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 했으니 시작은 이랬다. 


어릴 때부터 한동네 에서 자란 불알 친구가 연락이 닿지 않다가 우연히 향우회에서 소식을 들어 미국에 오는 길에 R씨 부부를 방문하게 되었다. 근 50여년의 세월만에 만난 두 친구는 얼굴마저 서로 가뭇가뭇 했으나 옛 악동시절 이야기로 기억을 더듬으며 해후했다. 초등학교 졸업이후 R씨는 대처로 떠나게 되어 그 후 서로 통 소식을 모르다 우연히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친구는 고향에 계속 있었는데 고향동네 일대가 개발지가 되면서 갖고 있던 땅이 급작스레 올라 졸부가 되어 있었다. 친구가 미국에 왔으니 대접을 해야 되겠기에 부부 동반으로 생전 처음 라스베가스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미국에 온 지 30년 만에 첫 라스베가스 나들이였다. 친구는 한국에 있을 때 한국에 새로 생겼다는 정선 카지노에 가끔 놀러갈 정도여서 바카라(BARKARET)라는 게임을 좋아했고 미국에 사는 R씨 부부에게 거꾸로 게임방식을 가르쳐 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무슨 조화인지 R씨가 처음 배워 처음 게임을 한 첫날 3만 5천불이라는 거금을 따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게 쥐약이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세상을 모르고 여태 뼈 빠지게 죽어라 고생만 했구나!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 있는데 여지껏 그 개 고생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그동안 머저리처럼 아무 재미도 없이 죽어라 일만한 자신이 후회 되었다. 동행한 친구도 운이 좋게 5천불 정도를 따게되어 두 부부는 아주 기분 좋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동창이 한국으로 귀국하고 난 뒤에도 R씨 부부는 라스베가스 카지노를 열심히 드나들었다. 처음에는 부인이 말리기도 했지만 어느새인가 부인도 도박에 재미가 들려 남편 못지않은 라스베가스 열성팬이 되었다. 라스베가스 들랑거린지 1년이 채 못 되어 R씨 부부의 세이프티 박스(Safety BOX)는 텅 비워졌다. 


여기서 그쳤으면 다행 이었겠지만 여기저기 빚을 내다보니 마켓 운영 자금에까지 손을 대게 되었고 마켓에 물건 납품하는 업자들에게 제대로 결제를 못해주고 대금이 밀려 나갔고 가게 임대료 마저 몇 달치나 납부하지 못하는 지경에 빠져버렸다. 급기야 납품 업자들이 더 이상 물건을 대주지 않고 돈주기 전에는 물건 납품을 중단 하겠다고 통지 하기에 이른다. 마켓은 텅텅 비어갔고 월급을 못받은 종업원들은 이제 사장 면전에 대놓고 쌍욕을 뱉기 시작했다. 여기다 더하여 건물주가 퇴거 통보까지 해왔다. 어쩔 수 없이 싼 가격에라도 마켓을 팔아보려 했으나 마켓이 덩치도 워낙 큰대다가 다 망해가는 가게를 인수할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다. 건물주인도 워낙 잘 되던 가게여서 은근히 욕심이 났던지 그냥 거져 먹으려 들었다. 변호사를 사서 이런저런 재판을 하며 버텼으나 끝내 빈 몸으로 가게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30여년 아메리카 드림이 불과 1~2년 사이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옛 말에 수주대토(守株待兎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유래는 이렇다.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아주 성실한 나무꾼이 있었다. 늘 부지런하여 사람들 사이에 칭찬이 끊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 나무꾼이 어느 날 나무짐을 부지런히 부려놓고 있었는데 산에서 토끼 한 마리가 뛰어 내려오다 나무짐 사이에 머리가 끼여 나오지 못하는 것을 나무꾼이 잡게 되었다. ‘이게 웬 횡재냐?’ 무척이나 기뻤다. 이렇게 토끼가 자기발로 뛰어와 나무짐에 걸려만 준다면 매일같이 이 힘든 일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먹고살 수 있을것 같았다 하여 이때부터 일은 안하고 여기저기 나무짐만 부려놓고 토끼가 틈새에 끼여 잡혀주기를 기다렸다. 허나 그런 눈 먼 토끼는 다시 오지 않아 굶어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R씨는 한마디로 쪽박을 찬 뒤 두문불출하며 집에서 술타령으로 자신을 들볶았다. 부부싸움도 매일 같이 격렬하게 벌어졌다. 평생 시끄러운 소리한 번 안내고 살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부부가 이제는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일 정도가 되었다. “이 여편네야! 너라도 나를 말렸어야지. 오히려 더 나서서 그짓거리를 부추기지 않았냐? 이게 다 니년 잘못이다!” 라고 하면 “이 못난 인간아! 노름은 지가 해서 돈 다 날리고 사내놈이 사내답지 못하게 왜 여편네 핑계야? 차라리 떼(?) 버려라!” 이런 서로에 대한 증오의 말이 오가곤 하더니 “R씨가 여편네를 패서 감옥에 갔데!”라는 수근거림 까지 들렸다. 필자가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 상황을 가끔 보게 된다. 


노름에 빠져있는 남편 노름을 말리려고 이 노름장 저 노름장 남편을 잡으러 다니던 부인네가 오히려 남편보다 더 지독한 노름장이가 되자 이번에는 남편이 부인을 잡으려 이 노름장 저 노름장을 뒤지고 다닌다는 웃지 못할 일도 보았고, 어떤 부인은 남편이 스스로를 제어 못하고 너무 큰돈을 베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름 돈을 조금만 쓰게 하려고 자기와 함께 동행하는 조건으로 노름장 출입을 자제시켜왔는데(일주일에 한두 번 자기를 데리고 가는 조건, 노름이 지나치면 옆에서 말려서 데려오려는 치밀한 작전) 한 번 두 번 남편 노름 말리려 따라 다니다보니 노름의 원리를 자기도 모르게 깨우치게 되고(멀뚱멀뚱 자기노름 끝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당신도 이 돈 갖고 한 번 해보라!’ 라는 남편의 자상한 배려(?)에 넘어가는 수가 많다) 자기도 모르게 노름의 재미에 빠져 남편 못지않는 열열한 도박꾼이 되어 결국 가정경제가 파탄나고 이리되면 틀림없이 서로의 책임이라고 책임 전가하며 싸우다 끝내 가정이 깨지게 된다. 노름을 해도 놀음의 어원인 ‘놀다’ 즉 죽자 사자 매달리지 말고 장난삼아 ‘노는정도’에서 끝내야 한다. 하지만 이정도로 자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만질수록 커지는게 노름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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