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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열심히 살아간다.

2019.07.29


이래도 열심히 살아간다!  


  화려한 치장을 하고 중년 여성분이 필자를 찾았다. 알록달록한 빨간 색에 흰 물방울무늬의 원피스에 화려하고도 챙이 넓은 노란색 모자를 썼으며 얼굴반 이상은 가림직한 크디큰 선글라스를 걸쳤다. 입은 섹시하면서도 매우 큰 입이었는데 새빨간 립스틱을 발라 더 선정적으로 보였다. 목소리는 탁하고 걸걸하였는데 목소리만 듣고도 오랫동안 담배를 피워온 여성분임을 알 수 있었다. 하두 많은 이들을 접해서인지 필자는 그이의 관상이나 목소리만 들어도 대강 그이의 인생여정을 알 수 있어 피곤한 경우가 많은데, 이 여성분의 사주팔자를 보기도 전에 순탄치 않았을 이이의 인생여정이 보이는 듯했다. 생년월일시를 물으니 1962년 음력 7월 10일 생이요, 시는 저녁 해떨어지기 전 이라 한다. 그해 7월 10일 해 떨어지는 시각을 보니 저녁 7시 30분이 넘어야 해가 떨어졌으니 7시 이전으로 보아 酉時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했다. 


하여 사주팔자는 壬寅 戊申月 己卯日 癸酉時가 되었고 운은 역행하여 丁未 丙午 乙巳 甲辰 癸卯 壬寅으로 흐른다. 남편을 뜻하는 관살이 혼잡 되어 있고 상관견관(傷官見官)에 관살혼잡에 신약무인(身弱無印)이라 사주의 격국이 탁하기 이를 데 없다. 사주가 탁하여 용신을 정하기도 마땅치 않을 정도이다. 전형적인 창부의 팔자이다. 지지를 보니 인신충(寅申沖), 묘유충(卯酉沖)이 있어 사주전체가 지진에 흔들리고 있는 격이다. 이런 흉한 팔자는 재물 운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돈을 뜻하는 재성은 겁재에게 날아가니 돈을 모아 보아야 형제들 때문에 죄 날아가는 신세여서 돈에 의지하고 살 팔자도 못된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좋은 구석이 없는 팔자여서 필자 왈 “무엇이 궁금해서 오셨나요?” 라고 하니 “내 팔자가 궁금해서 왔죠! 내 팔자가 어떤가요?” 라고 한다. 


궁금한 것을 물으면 그 궁금한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 해 주려 했는데 이러니 어쩔 수 없이 사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런 말씀 드리기는 어렵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좋은 구석이라고는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팔자입니다. 부모 형제덕 없이 조출타향(고향을 일찍 떠남)하여 부평초 마냥 세상 이곳저곳을 떠돌며 인생바닥(?) 생활을 하며 돈을 모으려 해보지만 형제들 때문에 돈이 모이지 못하고 남자복도 없어 이 남자 저 남자와 인연이 되어 보았자 다 돈 뜯어가는 놈들 뿐 세상에 기댈 곳이 한군데도 없어 보입니다. 자식이라도 있다면 여기에 기댈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겠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니 아주 아주 많이 외로운 팔자입니다. 또 여기다가...” 말을 이어 가려하는데 이분이 코를 팽하고 세차게 풀고 있다. 눈물 범벅인 채로... 


이분은 충남 태안 사람이다. 자기 배도 없는 부두에서 막노동하는 가난한 집의 장녀로 태어나 부모를 도와 어린나이부터 생업을 도와야했다. 학업은 일찍 중단되어 초등학교도 졸업 못한 채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밑으로 올망졸망 동생이 여섯이나 됐다. 그런데도 엄마는 또 임신을 해서 아기를 낳으려고 했다. 아주어려서부터 동생들은 자신이 업어 키우다시피 해서 엄마가 대책 없이 또 아기를 낳아서 자신에게 앵 기려 하는 것이 너무 지겨워 이때 엄마와 싸우고 집을 나선게 집과는 영영 이별이 되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부산 어느 곳에서인가 다방레지 생활을 하였고 이 다방 저 다방 떠돌게 되었다. 


웬수같은 식구들이지만 그래도 식구인지라 버는 돈을 집에 얼마간씩 부쳐 주었는데 동생들이 툭하면 사고치고 툭하면 아파죽게 생겨 사고처리비, 병원비 등을 대주다보니 선불금을 땡겨 점점 더 시골다방으로 팔리게 되고 급기야는 먼 지방 섬에까지 작부로 팔리게 되었다. 집에 급한 일만 생기면 애미 애비는 이 딸에게만 매달리니 이건 부모형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웬수들이었다. 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큰일이 닥쳤을 때 매달리는 손길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다보니 자신의 신세는 이제 먼 지방 낙도에서 뱃놈들 상대로 상에다 젓가락 장단 맞추는 신세까지 가고만 것이다. 그런데 정말 우연히도 ‘쥐구멍에 볕들 날 있다’고 예전에 한 다방에서 일하던 언니와 연락이 닿았는데 재미교포 사업가를 소개시켜 주었다 한다. 


미국에서 건너온 이 사업가가 언니와 어찌 인연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아무튼 만나보니 인상도 좋은데다가 성격도 서글서글하여 맘에 들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자기가 상대에 비해 너무 처지는 듯해서 솔직히 자기 집안형편과 자신의 과거에 대해 눈물까지 흘려가며 고백했더니 같이 가슴 아파 하며 꼭 안아 주었다했다.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난 것이다. 희망에 부풀어 미국에 건너 와보니 우리가 흔히 들어 알고 있는 뻔한 스토리가 전계된다. ‘사업은 무슨 개뿔’(이분의 표현이다) 인도아 스왓 집에 콧구멍만한 터를 세내어 조잡스러운 가짜 쥬얼리 팔고 앉아 있더란다. 한 달 내내 일해도 돈천불도 제대로 벌지 못하는 가게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남자가 한심했다고 했다. 아무래도 미국은 여자가 남자보다 더 대우받는 사회인 듯 했다.


 처음 식당에 나가 일을 했는데 수입이 꽤나 괜찮았다고 했다.(그 당시 무렵에는 경기가 무척 좋아 식당 웨이츄레스 해서 최소 5천불 이상씩 번다고 하던 때이니 그럴만했다) 식당에서 일하다보니 돈에 대한 욕심이 좀 더 생겼다. 이때는 한심한 남편 차버리고 건달애인과 한참 열이 올라 있던 때라 돈이 더 필요하기도 했다. 건달애인의 적극적인 소개로 비록 많은 나이지만 술집에 나가게 된다. 오랜만에 본업(?)을 찾은 것이다. 어느 정도 돈을 모아 조그만 가게라도 차리려고 소박한 꿈을 꾸고 있을 때 건달 애인 놈이 돈을 몽땅 챙겨 내빼 버렸다. 몇 년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 버렸다. LA에서 샌프란시스코,뉴욕,하와이,알래스카,샌디에고 미국에 와서도 그놈의 역마살은 끝나지 않았는지 여러 곳의 술집을 떠돌다가 전업을 하여 그 후로는 마사지 샵에서 몇 년 째 일하는 중이라고 했다. 필자가 진단한대로 그동안 수 십 명의 남자를 사귀어봤지만 ‘어쩌면 한 결 같이 내 돈만 쭉 빼먹고 도망가는 놈들뿐인지 모르겠어요!’ 라고 하며한탄하셨다. 정말 기구한 팔자였다.


 


  자료제공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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