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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기계박사 오 영감님.

2019.09.03


   

 기계박사 오 영감님   


  필자의 고객이신 오 영감님은 자타가 인정하는 기계박사 이시다. 평생을 인쇄공장에서 늙었고 늙어서는 아들이 초청으로 미국에 와 살게 되었다. 기계박사 이지만 정식 학위를 가진 박사는 아니다. 열다섯 살에 밥을 실컷 먹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가출하여 인쇄소 직공으로 들어가 얻어터지며 기술을 배웠다. 오 영감님의 부친은 이름난 난봉꾼 이였다 한다. 장날이면 콩이나 깨, 고추 같은 농사지은 것들을 장마당에 내다 팔아 장터 주막으로 샜다. 색시(작부) 엉덩이를 두드리며 술에 취해 색시들이 살살 구슬리면 있는 돈을 다 털리고 빈손으로 집에 오기 일쑤였다 한다. 그러다가 오지게 바람이 나서 읍내에다 작은댁을 두었다. 두 집 살림을 시작한 것이다. 집에는 자식들이 바글바글한데 웬만큼 농사를 지어봐야 두 집 살림이 감당키 어려웠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먹을 게 늘 부족해 먹는 거라면 눈에 불을 켜고 껄떡거리는 배고픈 시절이었는데 맨 날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언제 사고를 쳤는지 어머니는 한해 건너 거의 매해 자식을 늘려나갔다. ‘싸우며 일하고 일하며 싸우자’는 혁명 구호대로 했는가 보다. 영감님 아버지는 허우대가 크고 희멀끔했는데 술도 잘 먹고 놀기 좋아하는 한량이셨다. 아버지는 어느 날 길을 나선 뒤 다시는 집에 오지 않았다. 오 영감님은 그때까지도 애기가 또 나올까봐 어머니 배만 훔쳐보고 살았다 한다. 아버지가 가출한 뒤로는 다행히도 어머니 배가 또 나오지 않아 안심했던 기억이 있다했다. 아버지는 가출한 뒤에도 이 여자 저 여자하고 살면서 아이를 수없이 많이 내질러 가지고 오 영감님은 지금도 이복동생이 정확히 몇 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아무튼 실컷 밥 먹어 보고 싶어 가출한 뒤 스페너에 맞아가며 죽을 고생을 했는데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 공구가 손에 쩍쩍 달라붙어 고생을 했고 공장 구석방에 자다가도 새벽이면 저절로 눈이 번쩍 떠졌는데 기술자들이 출근하기 전에 공장 청소하고 기계가 잘 돌아가도록 미리미리 손을 봐 둬야하기 때문 이였다. 드라이버, 기름걸레통을 들고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이른바 ‘닦고 조이고 기름칠 한다.’고 하는데 시간이 왜 그렇게 빨리 흘러가는지 시다바리(조수)인 자신이 아침밥 먹을 틈도 없이 설쳐도 출근시간이 들이 닥쳤다. 그러면 윤전기 한 대에 네 명씩 배치되어 있는 기술자들과 단도리(보조원)까지 해서 스무 명이 넘는 직원들이 닥치는데 그때부터가 매타작 시작 이였다고 했다. 


죽사발이 되게 얻어터지는 시간인데 여기저기서 욕지거리가 터져 나오고 호출이 온다. 뭐가 잘못됐다. 기계를 깨끗이 닦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먹이 날라 오고, 조인트가 까이고, 어떤 놈은 넌 얼굴도 이렇게 닦느냐며 기름걸레로 얼굴을 북북 문질러 버리기도 했다. 거기에다가 조선 천지에 굴러다니는 욕이란 욕은 다 튀어나온다. 기술자들은 기술자 곤조(근성)가 있어서 절대 자기 기술을 남한테 가르쳐 주지 않았다. 밑에 있는 놈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가 그 놈이 자기보다 잘해버리면 그날로 찬밥신세가 되기에 자기의 밥줄인 기술을 절대 안 가르쳐 주는 것 이였다. 그러다가 아주 오래 시간이 흐르면 마지못해 툭하니 대충 하나 알려주는데 절대 세세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했다. 이래서 옛날에는 기술 배우기가 무척이나 어려웠고 그들도 그렇게 기술을 배웠기에 이런 분위기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환경이었다.


똑같은 버튼 하나를 눌러도 강약이나 누르는 시간에 따라 기계가 움직이는 게 다르다 한다. 기술자들은 버튼 누르는 용도만 마지못해 가르쳐주지 1초에 기계가 몇 번 돌아간다거나 누르는 강약의 강도까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놓고도 틀리면 스페너가 날라 오고 아구통이 돌아갔다. 그러니 백 번·천 번 얻어 맞아가며 눈으로 보고 몸으로 배울 수밖에 없는 거였다. 이러니 기술자 치고 온몸에 상처투성이가 아닌 이가 드물었다. 월급은 언감 생시 욕심내지도 못하고 세끼 밥 먹여 주고 재워주는 것만도 감지덕지였다. 이러다 큰 선심을 써 어쩌다 용돈 몇 푼 던져주면 감지덕지하고 빵집으로 달려가는 게 유일한 낙이였다 한다. 그러다 한 10年 지나니깐 기계 소리가 들렸다. 기계라는 놈이 사람이 만든 쇳덩이지만 오랫동안 한 덩어리가 되어 구르다보면 기계가 내는 고유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는데 그 기계소리를 여러 번 반복해서 들으면 그 뜻을 저절로 알게 된다고 했다. 


웃음소리, 울음소리, 신음소리, 징징거리는 소리 같은 것들이 들리고 더 자세히 들으면 어디가 아프다는 말까지 하는 것 이였다. 심지어 여러 기계가 한꺼번에 돌아가도 사람 목소리가 각기 다른 것처럼 각각의 기계의 고유 소리를 구별해 낼 수 있고 어떤 기계가 지금 아프다는 것까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되는데 이때가 되어야 기술자로 인정받을 수있다했다. 오 영감님이 하는 소리를 들으며 어떤 분야이던지 이런 치열한 공부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장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세상의 수많은 분야 중 이런 과정 없이 장인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분야는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필자가 밥 벌어 먹고 사는 역술 분야도 이와 같이 예외일 수는 없다. 


처음 사주팔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하면 처음 하나하나 깨우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지만 일정부분 공부가 진척되고 나면 첫 번째로 부딪치는 장벽이 용신론(用神論)이다. 아주 애매하고 헷갈리는 부분이여서 이 용신론을 두고 끙끙거리다 지쳐나가 떨어지는 이들이 많다. 공부가 어느 정도 익어 이런저런 사주팔자를 놓고 자신이 공부한 이론대로 풀이하다보면 또 벽에 부딪히게 된다. 공부한 이론상으로는 자신이 풀이한 내용이 맞는데 실상 자신이 풀이해낸 것과 영 딴판이면 그동안 공부한 것이 다 엉터리 같고 괜히 시간낭비만 했다는 자괴감에 책을 내던지기를 수십 번 반복한다. 책을 던져버렸다가도 아쉬움에 다시 집어 들어 들여다보고 내가 풀이한 게 왜 틀렸는지를 비교해 보고 또 이해가 되지 않아 울화통이 터지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사주팔자가 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때부터가 진정한 공부의 시작이다. 이 과정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사주팔자를 펼치는 순간 여덟 글자(팔자) 속에서 그림이 튀어나온다. 비디오테이프를 보듯이 그이의 사주팔자가 달려 온 길(대운)이 그림이 되어 영화처럼 돌아간다. 드디어 문리가 터지는 시점이다. 그리고 실전(임상)을 몇 천 번· 몇 만 번 이상 겪어보면 자신만의 논리가 생긴다. 원론적인 틀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글자와 이론에 얽매이지 않게 되는 역술에 대한 자신만의 영역이 형성되는 것이다. 머리가 아주 좋은 이들은 5~6년, 평범한 이들은 10년 이상의 시간이 요구되는 과정이다. 세상 모든 분야에 쉬운 것은 없다. 필자가 상담을 하다보면 설익은 공부를 하고 와서는 이론적으로 필자에게 이런저런 소리를 하며 역술토론을 하려는 이들이 가끔 있다. 일일이 설명하려면 피곤하고 설명을 해도 잘 알아듣지 못하기에 “제가 공부가 부족해서 잘 모르겠습니다.”하고 만다. 이것도 필자를 피곤하게 하는 일면이다.



  자료제공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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