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식: 나도 같이 가자.
영서: 나는 미술실에서 데코레이션 좀 할게. 차근히 준비해야지.
미연과 효식은 밖으로 나간다.
미연과 효식은 반갑게 남학생들을 맞이하며 인사를 나눈다.
효식: 경석 오라버님 결국 오셨군요. 이렇게 많은 친구들을 섭외해 주시고 감사합니다.
미연: 여기 이문을 넘으면 우리 학교 역사에 길이 남을 남자 발자국을 남기는 겁니다.
(팔을 펼치며 허리를 굽힌다.)
교실 현관문을 지나 미술실에 문이 열려 있어 빼꼼 들여다 보니 영서가 벽에 장식을 하다가 뒤돌아 보며 인사를 한다.
영서: 안녕하세요. 우리 여학생 교실에 방문한 것을 환영합니다. 앞으로 좋은 역사를 남겨 주길 바래요.
경석이는 친구들과 함께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미연이의 안내로 합창실로 향한다.
효식: 영서야 남성 4중창한다네. 피아노 반주도 같이 왔대.
영서: 으- 응. 알았어. 나 이것 마저 하고 그곳으로 갈게.
영서는 노란 은행잎을 모아온 것을 여기 저기 붙이고 발그랗게 물들어 가는 단풍잎들도 적절히 붙이고 달과 별을 잡고 벽 코너 천정에 올려 붙이려 한다. 작은 사다리를 놓고 까치발로 가까스로 붙이고 내려오려는데 왼쪽 발을 디디는데 몸이 갸우뚱 왼쪽으로 치우치며 사다리가 흔들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뒤로 떨어지려 한다.
‘아차’ 하며 작은 신음으로 정신을 차렸지만 조금 늦은 듯 어느덧 몸이 바닥에 닿기 일보 직전 ‘아 이제 꽈당 하겠구나’ 몸을 편히 놓았다. 조금이라도 충격을 받지 않으려고.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런 아픔이 없다.
어느새 강산이 그 앞에 영서의 눈앞에 서있다.
영서는 교복 치마가 흩날려 플레어로 펼쳐저 있었지만 초록색에 하얀 옆줄이 있는 체육복 바지에 하얀 실내화를 신은 발이 하늘을 향해 올려 있고 그 자세로 멈쳐 있다.
강산은 두 팔을 벌려 영서의 허리 뒷 부분을 받치고 있다.
둥그렇게 허리가 뒤로 굽혀져 있고 두 팔은 쭉 뒤로 뻗은 채 하늘을 향한 영서의 눈동자에 내려다 보고 있는 강산의 얼굴이 비추이고 있다.
영서는 눈 앞에 서 있는 갑작스런 강산의 출현에 놀라 팔을 허우적대며 몸을 곧 잡으려 한다.
휘청 차렷자세로 서서 어정쩡하게 말을 잇는다.
영서: 언제 왔어요? 아까는 보이지 않던데.
강산: 보시다시피 지금 왔는데...
영서: 그쪽 연락처를 몰라서 연락이 안 된 줄 알았는데. 누가 ?
강산: 경석이라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왔는데 어찌 이런 일이. 이것도 우연이라 말하려는지! 별로 가볍지도 않은 것 같고..(팔을 빼며 흔든다.)
영서: 하여간 이렇게 와 줘서 고맙군요.
강산: 그런데 왜 혼자서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고 있었는지 내가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뻔했죠.
영서: 각자 맡은일을 한 것 뿐이지.
----- 경석이 들어오며
경석: 왔어. 기다렸는데. 연락이 안 와서 오늘 못 오나 했다.
강산: 내가 맡은 본분은 무엇인지.
경석: 남성 4중창으로 하려고 했는데 어제 연락을 못 받아서 인원은 다 충원이 되었고..
강산: 그럼 내 순서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얘기군요.
영서: 남자 독창 순서도 있는데.
----- 미연과 효식이 들어온다. 영서야 다 됐니?
영서: 예스 . 무사히 다 마쳤어. 다행히도.
강산: 누구 덕분인지는 말 안해도 되지요.
미연: 어 이 친구는 누구신지.
영서: 참 미연아 네가 피아노 같이 맞춰야 할 것 같다.
경석: 그래. 우리 이 친구가 독창순서에 들어가면 되겠네. 나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은데.
영서: 아 참 경석 오빠가 있었지.
경석: 아냐. 네가 잘 생각했다. 나는 요즘 목에 무리가 오는 것 같아서 고민이 조금 되었는데 이번에는 좀 쉬어야겠다.
강산: 그래도 경연대회에서 1등한 경석형님이 하셔야지요. 내가 중창팀에 합류할게요.
효식: 경석오라버니가 지난번 보다 목이 많이아파보이는데. 켠디션이 안 좋아 보여요.(턱에 손가락으로 받히고 고개를 끄덕인다.)
미연: 그럼 같이 가서 해 봐요. 자 어서 가요. 오늘 시간이 많이 지나가고 있어요. 밤이 깊어간다고요. 배도 고프고요.
강산: 그러지요. 같이 가지요. 경석 형님.
아` 아- 아 목을 가다듬고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발성 연습부터 맑고 깨끗하게 목소리를 올린다.
영서: 효식아 우리 행사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까?
효식: 나는 그냥 ‘문학의 날’로 하면 될 것 같은데.
영서: 조금 다르게 제목을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효식: 그럼 ‘가을 문학’ 아니면 또
영서: 가을의 밤 향기? 어때.
효식: 으 음 조금 무언가 – 가을 향기로 하면 좋겠다.
영서: 우리 다른 애들한테도 물어보고 정하자. 다른 제목도 나올 수도 있으니까.
효식: 그럼 우리 남학생 팀과도 같이 상의하자. 오늘 처음 모임이니 간단하게 저녁 먹으면서.
영서: 그러자. 옆 합창실도 조용하네. 다 끝났나봐.
분식집
효식: 아주머니 여기 주문 할게요.
식당주인: 여기 메뉴있어요.
효식: 으 음 먼저 김밥 하고요 떡복이 하고, 찐만두하고 아 튀김도 좀 주세요.
미연: 나는 라면 먹고 싶은데.
영서: 그럼 라면도 해야겠다. 저쪽 남자 테이블은 뭘로 주문할려나?
효식: 그럼 아주머니 라면도 해 주세요.
미연: 저기 경석오빠 그쪽 테이블 이쪽으로 합치죠.
경석: 그러지 뭐.
효식: 오라버니 라면 좋지요? 그리고 다른 메뉴도 넉넉하게 했어요. 모자라면 더 시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