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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이집션 바자르(이스탄불)

2018.01.23

이집션 바자르

Egyptian Bazaar


터키 고추장을 판매한다는 이집션 바자르로 발걸음을 옮겼다.
향신료 시장(Spice Bazaar)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관광객 보다는 현지인 고객이 많은 곳이다.
현지인이 많다 보니 그랜드 바자르처럼 관광객에게 적용하는 별도 가격은 없는 편이지만,
물건을 한 푼이라도 싸게 구입하려면 가격 흥정은 당연히 해야 할 것이다.



예니 자미와 그 옆으로 이집션 바자르가 나온다


이집션 바자르를 터키인들은 므스르 차르쉬(Mısır Çarşısı)라고 부른다.
므스르는 이집트를 의미하고, 차르쉬는 시장을 뜻하는 말이다.
이집트와 북아프리카의 향신료를 취급하는 시장이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집션 바자르가 생긴 것은 슬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예니 자미(Yeni Cami)라는 사원 때문이다.



시미트(Simit)는 크고 둥근빵으로 위에 참깨를 뿌려 놓았다(이집션 바자르 입구)   


예니 사원은 '술탄 어머니의 사원’이란 이름으로 1598 ~ 1664년 사이에 지어진 건축물이다.
술탄 어머니의 사원(Mosque of the Valide Sultan)이란 이상한 이름 뒤에는
왕의 권력을 둘러싼 피비린내 나는 형제간의 살육이 있었다.
오스만 제국의 왕가는 술탄 메흐메트 2세(1440 ~1481재위) 시대 이후부터
한 왕자가 술탄에 오를 경우 자신의 형제를 모두 죽이는 계승제도를 유지해왔다.



저녁에는 조명으로 빛나는 예니 자미


가장 잔인했던 시기는 메흐메드 3세가 술탄에 즉위했던 1595년이다.
메흐메드 3세의 모후였던 사피에(Safiye)는 황태후(Valide Sultan)의 권력을
이용하여 술탄의 19명이나 되는 형제들을 모조리 목잘라 살해했다.
그 중에는 갖 태어난 젖먹이도 있었다고 한다.




사피에 황태후는 술탄의 19명 형제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한다



그 후, 사피에 황태후의 명령으로 짓기 시작한 건축물이 바로 ‘술탄 어머니의 사원’이다.
하지만, 그녀는 사원이 완성되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그대로 방치됐던 예니 사원이 완공된 것은 메흐메트 4세 때의 일이다.
완공된 후, ‘술탄의 어머니'란 명칭을 빼고 새롭다는 뜻의 '예니 자미’가 된 것이다.
이집션 바자르는 예니 자미를 유지하기 위해 지은 시장이다.
이것을 와쿠프 제도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나온 임대료를 가지고 예니 자미를 유지하는데 쓴다.
필요하면 병원과 학교에 까지 도움을 준다고 하니 좋은제도가 틀림없다.




예니 자미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이집션 바자르로 들어 가면서 사람들의 코를 찌르는 것은 매콤한 향신료 냄새.
과거에는 향신료의 무게만큼 금으로 거래를 했다고 하니,
엄청나게 발전했던 향신료 시장의 모습을 떠 올려 볼 수 있다.



이집션 바자르는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 현지인과 관광객들로 늘 붐비는 시장이다


하지만, 지금을 향신료 뿐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모양의 점포들이 성업중에 있다.
로쿰 가게, 차(Tea) 가게, 케밥집, 램프 가게, 도넛 가게, 원석 가게, 생선 가게,
땅콩 가게, 올리브 가게, 치즈와 소시지 가게, 정육점, 커피 가게, 옷감 가게등이 있다.



터키 올리브는 맛도 좋고 종류도 많고 가격도 싸다.


터키사람들이 좋아하는 로쿰(Lokum) 가게도 이집시안 바자르에서는 빼 놓을 수 없다.
로쿰은 견과류, 옥수수녹말과 함께 설탕을 잔뜩 부어 만든 젤리 종류의 음식이다.



로쿰(Lokum) 가게


이집션 바자르에서 살 만한 물건으로는 과자종류와 견과류 가죽제품등이 있는데
향신료에 관심이 많다면 이곳에서 터키 향신료를 구입하면 좋을 것이다.
터키의 향신료로는 파프리카, 후추가루, 쿠민, 오레가노, 샤프론, 민트등이 있는데
한국사람 입맛에 맞는 ‘매운 고추가루(Extra Chilly Biber)’까지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미국이나 한국에 비해 아주 저렴하다.

나는 커피를 좋아하므로 진하다고 소문난 터키 커피를 한 봉지 구입했다.
점포 안에서는 커피볶는기계로 원두커피를 계속해서 볶고 있었다.



터키 커피는 구수하고 깊은 맛을 가지고 있다


드디어, 한국의 고추장 같은 터키 양념장이 잔뜩 쌓여있는 점포가 보인다.
바로, 비베르 살차(Biber Salcasi)라고 불리는 터키식 고추장이다.
비베르 살차는 고추와 소금 그리고 약간의 식초를 넣어 만든 것으로
고추를 장기보관하기 위해 만드는 양념이라고 한다.
한국 고추장처럼 달콤하지는 않지만, 건강에 좋은 터키식 발효식품이다.



오른쪽이 터키식 고추장인 비베르 살차


이와 비슷한 것으로 토마토로 만든 도마테스 살차(Domates Salca)가 있다.
도마테스 살차는 한 스푼만 넣어도 토마토 몇 개를 쓴 것 같은 깊은 맛을 내어
수프의 맛을 내거나 케밥과 같은 요리에 전천후로 쓰인다고 한다.
터키 주부들은 살차를 한꺼번에 만든 후, 몇 년 동안 두고두고 사용한다고 한다.



도마테스 살차를 담그고 있는 모습


모두 합해 84개의 점포가 성업중인 이집션 바자르.
일요일은 문을 닫는 다른 바자르(시장)와는 달리 이곳은 일요일에도 영업을 한다.
일요일 영업시간은 오전 10시 부터 오후 6시까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을 한다.



정겨운 이집션 바자르의 풍경


황태후의 아들 사랑에서 시작된 무시무시한 오스만 제국의 계승제도는 300년이 지난 후,
왕자들을 별궁으로 유폐시키는 카페스(Kafes) 제도로 바뀌었다.
그리고, 다시 200년이 지난 후 오스만 제국은 사라지고 터키공화국이 탄생했다.



옥수수를 그릴에 구워 판매하고 있는 터키아저씨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예니 사원은 언제나 새롭게 보이고
이집션 바자르는 활기찬 이스탄불 시민들로 인해 오늘도 북적이고 있다.


글, 사진: 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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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션 바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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