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 정신분열증 / 한국임상정신분석연구소ICP
주제: 신경증과 정신증
교수: 신현근
내용: 발제문
발제자: 한주연
발제일: 8/12/2019
교재:
Freud, S. (1924). Neurosis and Psychosis. The Standard Edition of the Complete Psychological Works of Sigmund Freud, Volume XIX (1923-1925): The Ego and the Id and Other Works, 147-154
---------------------------------------------------------------------------------------
신경증과 정신증
최근에 출간된 나의 연구 『자아와 이드』 에서 나는 정신 기관들을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와 같은 구분을 토대로 여러 가지 관계들이 간단하고 명확하게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점들에 관해서는-예를 들면 초자아의 원인과 역할에 관련된 것에서는-아직 많은 것들이 모호하고 불명료한 채로 남아있다. 이제 우리는 합리적으로 이런 종류의 가설이, 만일 우리로 하여금 이미 알려진 것들을 다른 각도에서 보고 그것들을 다른 방법으로 분류하고 좀더 납득이 가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다른 방향에서도 역시 유용하고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가설을 그처럼 적용시킨다면 회색빛 이론으로부터 영원한 초록빛 경험으로 이르는 유익한 결과도 생겨 날 것이다.
『자아와 이드』 에서 나는 자아의 무수히 많은 종속적 관계, 외부 세계와 이드 사이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중간적인 위치, 그리고 모든 지배자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자아의 노력을 설명했다. 그런데 다른 진영에서 제기된 정신증의 원인과 예방에 관한 일련의 생각과 관련해서 내게 신경증과 정신증 사이의 가장 중요한 유전적 차이점을 다루는 간단한 공식이 떠올랐다. 즉, 신경증은 자아와 이드 사이에서 생겨난 갈등의 결과인 반면, 정신증은 자아와 외부 세계 사이의 관계에서 생겨난 비슷한 장애의 유사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 문제를 그처럼 간단히 해결한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의심받을 만한 소지가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이 공식이 아주 개략적으로만 옳은 것이 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 만도 대단한 것이어서 우리는 당장 우리의 논제를 뒷받침해 주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발견들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가 수행했던 모든 분석 덕분에 전이 신경증은 자아가 이드의 강력한 본능적 충동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데서, 또는 이드가 목표로 하는 대상에 대한 충동을 금지하는 데서 생겨난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다. 그런 경우 자아는 억압의 메커니즘으로 본능적 충동에 대항해서 스스로를 방어한다. 그리고 억압된 자료는 그 운명에 저항하면서 자아가 힘을 전혀 미치지 못하는 경로들을 따라 대체적인 표현(타협의 방법으로 자아에게 받아들여 줄 것을 강요하는), 즉 증상을 만들어낸다. 자아는 이 침입자 때문에 단일성을 위협받고 손상되는 것을 알아내고 원래의 본능적 충동을 막아 냈듯이 계속해서 증상에 저항한다. 이 모든 과정이 신경증 상황을 유발시킨다. 이 상황은 자아가 억압을 떠맡는 데서 본질적으로 초자아의 명령-초자아에서 표현 방법을 찾은 외부 세계의 영향으로부터 생겨나는 명령-을 따르는 것과 모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자아는 외부의 힘들에 가담했고, 자아에 대한 그 힘들의 요구는 이드의 본능적인 요구보다 더 강력하다. 그래서 자아는 이드의 관련된 부분에 억압을 가하고 저항에 대한 리비도의 반대 집중 수단으로 억압을 강화하는 힘이 된다. 즉, 자아는 자아와 현실의 도움을 받아 이드와 충돌하게 된 것인데, 이것이 바로 모든 전이 신경증에서 나타나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지금까지 정신증의 메커니즘에 관해 얻은 지식으로부터 자아와 외부세계 사이의 관계에서 생겨난 장애를 지적하는 예를 드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다. 마이네르트Meynert 정신박약[1]- 아마도 정신증 가운데서 가장 극단적이고 현저한 형태의 심한 환각적 착란-이 그런 에인데, 이 경우는 외부 세계가 전혀 지각되지 않거나 또는 지각되더라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정상적으로 외부 세계는 두 가지 방법으로, 즉 첫째로는 항상 새롭게 바뀔 수 있는 지금 현재의 상황을 지각함으로써, 그리고 둘째로는 자아의 소유물이자 구성 부분을 이루는 ‘내면 세계’의 모습을 띤 초기 지각들의 기억들을 비축함으로써 자아를 지배한다. 그러나 정신박약에서는 새로 지각한 것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 아니라 외부 세계의 복사본으로 지금까지 외부 세계를 대신했던 내면 세계도 그 의미(집중)를 상실한다. 그에 따라 자아는 독단적으로 외부 세계와 내면 세계가 합쳐진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데, 이 새로운 세계는 이드가 소망하는 충동에 따라 구성된다는 것, 그리고 외부 세계로부터 이처럼 분리가 일어나는 동기는 소망이 현실로 인해 매우 심각한 좌절- 견딜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좌절-을 겪었기 때문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정신증이 정상적인 꿈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꿈을 꾸는 전제 조건은 잠을 자는 상태이며, 잠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지각과 외부 세계로부터 완전히 떠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형태의 정신증인 정신분열증이 결국에는 정서적인 우둔(愚䤜), 즉 외부세계에 전혀 관여하지 않게 되는 상태로 이끌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망상의 원인과 관련해서 우리는 상당히 많은 분석을 한 덕분에 망상이 외부 세계에 대한 자아의 관계에서 원래부터 갈라진 틈이 나 있던 곳을 가리는 붕대처럼 이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일 외부 세계와 갈등을 일으키는 이 전제조건이 우리 눈에 별로 잘 띄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신증의 임상적 상황, 즉 발병 과정의 징후가 치료 또는 복구를 시도하려는 징후로 가려지기 때문이다.
정신 신경증과 정신증이 생겨나는 데서 공통되는 병인은 언제나 동일하다. 즉 그 병인은 언제 까지고 꺾일 줄 모르는, 그리고 계통 발생적으로 결정된 우리의 조직에 너무도 깊이 뿌리를 박고 있는 어린 시절의 소망들 가운데 여러 가지가 좌절되었거나 충족되지 못한 데 있다. 마지막 수단으로서의 이 좌절은 항상 외부적인 것이지만, 개별적인 사례에서는 현실의 요구를 표현할 책임을 떠맡은 내면적인 심급 Instanz(초자아)에서 생겨날 수 있다. 이처럼 갈등을 일으키는 긴장 속에서 질환이 생겨 나는 가의 여부는 자아가 외부세계에 대항하는 본연의 임무를 지켜 이드를 침묵시키려고 하느냐, 또는 이드에 굴복함으로써 현실로부터 분리 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겉보기로는 단순한 이 상황에 초자아가 존재함으로써 복잡한 일이 끼어든다. 초자아는 우리가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연결 고리를 통해 외부세계로부터 영향뿐 아니라 이드에서 오는 영향까지도 통합하며, 따라서 어떻게 본다면 자아가 모든 노력을 기울여 목표로 하는 것- 그것의 다양한 종속적 관계들 사이에서 타협을 이루는 일-의 이상적인 모델이 된다. 그러므로 초자아가 모든 형태의 정신적인 질환에서 취하는 태도는 지금까지 고려되지 않았더라도 앞으로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는 잠정적으로 자아와 초자아 사이의 갈등 때문에 생겨나는 질환도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리고 분석의 결과로 우리는 우울증이 그런 질환의 전형적인 예라는 가정을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는 그런 종류의 질환에 대해 별도로 ‘자기애적 정신 신경증’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것이다. 또 우리가 우울증 같은 상태를 다른 신경증에서 구분할 이유를 찾아낸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의 느낌과 상충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제 전부터 알고 있던 간단한 생성 공식을 포기하지 않고 더 완전한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즉, 전이 신경증은 자아와 이드 사이의 갈등에 해당하고 정신증은 자아와 외부 세계 사이의 갈등에 해당한다. 우리가 이 공식에서 정말로 어떤 새로운 지식을 얻었는지 또는 공식을 더 축적한 것에 지나지 않았는지는 지금 당장 말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이 정신 기관들의 구분을 자아, 초자아, 그리고 이드에 적용시킬 수 있다면 우리가 그 가설을 계속 고려할 용기를 얻게 될 것이 틀림없다고 믿는다.
신경증과 정신증이 여러 가지 우세한 힘들과 자아의 갈등으로 인해 생겨난다는 전제- 따라서 그런 증상들은 다양한 요구를 받고 그 모든 요구를 모두 조정하기 위해 애쓰는 자아의 기능에 이상이 생겼음을 반영한다-는 한 가지 점에서 좀더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수단을 이용해 항상 존재하는 것이 틀림없는 그런 갈등으로부터 병이 들지 않고 벗어날 수 있나 하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연구 분야인데, 여기에서는 물론 검증을 받아야 할 요인들이 상당히 많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우선 당장은 그 중 두 가지에 중점이 두어 질 수 있다. 첫번째는 그런 모든 상황의 결과가 틀림없이 경제적인 고려- 서로 갈등을 일으키는 경향들의 상대적인 중요성-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자아가 그 자체를 불구로 만들고 그 자체이 통합을 잠식당하고 심지어는 그 자체의 분열이나 분화를 자초하기까지 함으로써 어느 방향에서도 불화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인간의 줏대 없고 괴벽스럽고 어리석은 행동이 성도착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성도착이 억압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자아가 외부 세계로부터 그 자체를 분리시키는 수단인 억압과 비슷한 메커니즘이 무엇이냐 하는 의문이 남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더 연구를 하지 않고는 대답할 수 없는 문제지만, 억압과 마찬가지로 자아가 방출한 리비도 집중의 철회를 포함하는 것이 틀림없는 그런 메커니즘인 것으로 보인다.
[1] (1) 마이네르트가 제창한 Amentia는 가벼운 의식장애의 상태에서 얘기를 하면 이야기 줄거리에서 벗어나(사고산란) 자신도 당황하고 있는 상태이다. 증상성 정신질환일 때(특히 산욕정신증) 볼 수 있고 착란상태와 똑같이 사용되는 수도 있다. (2) 영미권에서는 정신박약을 아멘티아로 부르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신박약 [mental retardation, amentia, 精神薄弱] (간호학대사전, 1996. 3. 1., 대한간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