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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류교회 유감】

2018.08.16

【일류교회 유감】

아주 우연한 기회에 한 교회 집사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이분은 대화를 하는 도중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신이 섬기는 교회를 자랑하는 것이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분이 섬기는 교회는 자신의 집에서 1시간 넘게 가야하는 꽤나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대화 말미에 교회가 너무 멀리 있으면 신앙생활에 있어서 지장이 될 수도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를 해 주었다. 그러자 이 집사님은 아주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서울대학교를 거리가 멀다고 못 다니나요?”


나는 당시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되었다. 자신이 섬기는 교회를 서울대학교로 비유한다면 다른 교회는 무슨 대학교란 말인가? 혹시 이분은 섬기는 교회를 다른 교회와 급이 다른 ‘명문 교회’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가 서울대학교라면 삼류대학 정도로 생각하는 교회도 있겠구나 하는 씁쓸한 마음이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를 붙잡고 있었다.


이분은 본의 아니게 자신이 섬기고 있는 교회를 일류교회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이처럼 신앙인의 세계에서조차 편협한 비교와 우월의식으로 몰아가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나님이 세우신 신앙의 공동체라는 교회마져도 우열을 가리는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더불어 우리 주변에 교회에 대해서 이러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오늘날 우리는 교회까지도 비교와 우열의 대상으로 여기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예수를 믿는다는 사람들조차도 모이는 사람의 숫자나 재정 규모, 건물을 가지고 있고 없고를 따라서 교회의 우열을 평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과정이야 어떻게 되었든지 그져 사람만 많이 모여들고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없으면 부흥하는 교회요 성공하는 교회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교회나 목회자에 대한 평판조차도 이러한 기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섬기고 있는 교회를 사랑하고 이에 대해서 애착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이 지나쳐서 내 교회만이 전부인 것처럼 신봉하는 자세는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회에 대한 이러한 가치관이 의식 속에 자리 잡게 될 때 다른 교회를 얕보고 비하하는 일도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교회란 그 어느 곳을 막론하고 하나님이 만민을 구하기 위하여 독생자 예수의 피 값을 지불하고 사셨기 때문에 귀한 것이다.


내가 섬기는 교회가 소중한 것처럼 다른 교회들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자신이 다니는 교회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교회는 하나님이 맡겨주신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이 땅에 위임해주신 공동체요 영적인 조직이기에 교단이나 종파나 그 규모를 떠나서 다 귀하다는 생각이다. 예수를 믿는 사람으로서 그분이 세우신 교회에 대해서 우열을 가리려 하는 자체가 하나님을 욕되게 할 뿐이다. 교회에 대한 편견을 벗어버리고 하나님의 은혜로 세워진 모든 교회들을 폭넓게 사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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