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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농부가 보여준 배려】

2018.08.23

【농부가 보여준 배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 ‘대지’의 작가인 펄 벅이 1960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녀는 어느 날 황혼이 지는 시간에 경주의 시골길을 지나면서 한 농부가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달구지에는 가벼운 짚단이 조금 실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농부는 자신의 지게에 따로 짚단을 지고 있었다.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서양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당연히 이상하게 여겨질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처럼 힘들여서 따로 짐을 지고 갈 것이 아니라 달구지에 짐을 실은 다음 농부도 타고 가면 훨씬 편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펄 벅 여사가 통역을 통해서 그 이유를 물어보았을 때 농부의 대답은 참으로 신선하고 충격적인 것이었다. “에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저도 일을 했지만 소도 하루 종일 힘든 일을 했으니 짐을 서로 나누어져야지요.” 펄 벅은 농부의 대답에 감탄하면서 이렇게 얘기를 했다. “나는 저 장면 하나로 한국에서 보고 싶은 것을 다 보았습니다. 농부가 소의 짐을 거들어주는 모습만으로도 한국의 위대함을 충분히 느꼈습니다.”


본래 우리 민족은 다른 사람에 대해 배려를 잘하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이것이 반 만 년의 역사 가운데 수많은 외세의 침입을 받으면서도 이를 잘 이겨낼 수 있었던 한민족의 저력이 되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펄 벅이 넉넉히 경험할 수 있었듯이 짐승에게까지도 배려할 줄 아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웃이 당하는 어려움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도와주는 미풍양속을 오랫동안 간직했던 민족이 아닌가! 내가 손해를 보는 일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할 줄 아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한국사회를 돌아보는 가운데 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들이 지배하는 현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이라든지 ‘내가 아니면 않된다’는 식의 지나치게 이기적인 생각들이 우리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서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조금이라도 마음에 않맞으면 언제라도 들고 일어서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나 어떤 조직 또는 단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이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자세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는 물론 자연이나 모든 피조물에 이르기까지 배려하는 자세를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인류에게 선물로 주신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함부로 다루려는 사람마다 자연을 아끼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펄 벅 여사가 만날 수 있었던 시골 농부의 이야기는 점점 배려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에게 강한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 당장이 아니라 앞날을 생각함으로 이루는 배려를 통해서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웃에 대한 배려의 결과는 우리가 누릴 보상이기도 하지만 후손들이 누리게 될 보상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명약이 있다면 중심에서 우러나오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라는 사실을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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