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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임금이 내린 털모자】

2019.03.21

【임금이 내린 털모자】


 조선 시대 백성의 의무인 군역과 부역에 대해서 사람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강제로 끌려 나와서 갖은 핍박 속에 노동을 강요당하는 가운데 추위에 얼어 죽고 더위에 지쳐 죽는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원화성을 건설한 정조 임금은 달랐습니다. 그는 성을 건축하기 위해 이주해야 하는 백성에게 모든 이주비용과 새 집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부역에 동원된 모든 백성에게 정확한 임금을 지급하는 일도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건설 현장에서는 항상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일에 힘썼습니다. 혹시 공사 중 상처를 입어 일을 못 하는 백성에게는 치료하는 기간에도 임금의 절반을 지급해 주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겨울에 일하는 인부들을 위해서 직접 털모자를 하사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털모자는 정 3품 이상의 관료들만 착용할 수 있는 신분 계급의 상징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신분제도를 넘어서는 이와 같은 정조의 정성으로 말미암아 예상보다 훨씬 빠른 2년 9개월 만에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이 수원화성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패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슨 일이든지 눈앞의 결과에 집착하는 가운데 사람의 마음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리 일을 잘 하는 사람도 그 일을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의무감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함으로 할 수 있도록 격려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솜씨가 좋다고 타성적으로 일하는 사람보다는 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정성을 다하는 사람의 결과가 좋을 것임은 당연한 일입니다. 일을 시작하면 끝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더없이 중요한 일입니다. 기쁨으로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인생에 견고한 성을 쌓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면 어느 한 순간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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