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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

'밥 달랴옹' A Quiet Place

2018.07.06
아침 6시면 알람이 작동하듯 귓가에서 밥달라고 야옹거리는 프로이를 피해 휴가를 떠난 날 재상영관에서 보기 딱 좋은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A Quiet Place)를 봤습니다. 남가주 일대에 몇 개 되지 않은 재상영관인데 이 극장은 입장료가 4.75달러였어요.   

코믹 배우 출신 존 크래신스키가 감독하고 아내인 에밀리 블런트와 함께 주연한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로, 소리를 내는 순간 괴물에게 습격 당해 참혹한 죽음을 맞는 공포와 맞서 싸우는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폐허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다섯 식구 모두가 생존하진 못했습니다. 장난감 모형 비행기를 갖고 놀고 싶었던 막내가 배터리를 연결해 스위치를 켜자마자 순식간에 날아든 괴물의 습격을 받으며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게 네 식구는 맨발로 걷고 수화로 의사소통하는, 주파수 소음조차 허락하지 않는 조용한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오프닝 장면에서 보여주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풍경은 고요한 아침이 그리웠던 내가 그리던 바로 그 풍경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소리 낼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건 처절한 고통이자 생존을 위한 부단한 노력임을 일깨워줍니다. 그리고 결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청각 장애를 지닌 소녀가 아버지의 과학적인 연구조사를 토대로 '소리'를 사용해 세상을 구합니다. 

프로이를 피해 떠난 짧은 휴가는 싱그러웠지만 고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밥달랴옹' 없이 느즈막히 눈을 떠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를 기대했는데 울창한 수풀 속에서 방 창문 앞으로 날아와 재잘거리는 새들의 지저귐에 잠을 깨고 말았으니까요. 역시 인간은 소리를 소음으로 여기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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