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내 마음의 隨筆] 미국인(美國人)의 인정(人情)

2020.06.24

[내 마음의 隨筆]


미국인(美國人)의 인정(人情)


“어, 저게 뭐지?”   집에 왔는데 차고 앞에 무언가 종이상자 같은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차에 내려서 다가서 자세히 보았더니 상자 안에는 포도 몇송이와 조그만 쪽지 하나가 들어있었다.


호기심에 쪽지를 얼른 읽어 보았더니 우리와 20여년 가까이 친구로 지내며 살고 있는 T 부부가 보내온 것이었다.  T 부부는 여름 내내 미국과 캐나다 서부를 차를 타고 여행하면서 가끔 아름다운 경치 사진이나 이야기를 방학 동안 가끔 우리에게 보내오곤 하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 부부에게 자신들이 사서 손수 완벽하게 정비한 벤츠 RV의 호텔같이 깔끔한 내부를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보여 주었던 때가 얻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참 빠르게도 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이제야 10주간의 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아내가 전화통화를 했다고 나에게 그러길래 나는 그런가보다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한국에서 내가 어렸을 적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이처럼 서로 조그만 거라도 서로 나눠먹는 아름다운 인심이랄까 정이 있었는데, 이역만리 이국에서 이런 마음의 선물을 받게 되니 참으로 기분이 상쾌하였다.


쪽지에는 “Our vine finally produced.  Enjoy.  Much love, H & F”라고 씌여져 있었다.  아마 오랜동안 포도를 집에서 재배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수확을 하게 되어 그 첫 수확의 기쁨을 우리 내외와 함께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짧은 편지였지만 그 쪽지를 읽으면서 우리는 친구 내외의 깊은 우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우리나라가 많이 변해서 그러한 좋은 인심이나 정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종종 한국을 다녀 온 사람들에게서 듣곤 하였는데, 타국에서 이러한 마음의 선물을 받고보니 여러 생각이 오갔다.  사실 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정이 별로 없는 사람들로 나는 지금껏 알고 있었지만 최근 내가 친구로 꽤 오랜동안 사귄 미국친구들은 이런 아름다운 인정을 아직도 간직하며 매우 건전하고 바람직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도 새로이 알게 되었다.


물론 미국이 워낙 큰 나라라 지역에 따라 다르기도 하겠지만 버지니아 시골은 뉴욕과 같은 대도시와는 달리 이러한 정이 아직도 고스란이 남아있나 보다.       


지난 달에도 아내가 근무하는 직장의 동료가 큰 여행용 가방에 집에서 기른 각종 무공해의 싱싱한 채소를 한아름 냉장용 얼음봉지까지 넣어서 집에다 가져다 놓아서 감동했었는데 물론 가족들이 아주 즐겁게 잘 먹었었고, 또 다른 동료는 야생으로 채취한 버섯을 아내에게 꽤 많이 가져다 주기도 하였다.


한국에서 어렸을 적 경험하였던 이웃간에 서로 나눠먹고 어려울 적 서로 도와가며 오손도손 함께 살았던 좋은 추억들이 미국에서의 이러한 아름다운 일들로 하여금 가끔 내가 반추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우리가 요즘처럼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끔은 이러한 살맛나는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은 서로에게 모두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오랜동안 진실한 우정과 사랑을 지금까지 함께 나누며 살아오고 있는 인정(人情) 많은 나의 미국 친구들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崇善齋에서


2019년 9월 7일


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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