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부

[내 마음의 隨筆] 연필깍기의 은퇴(隱退)

2020.06.24

[내 마음의 隨筆]


연필깍기의 은퇴(隱退)


어느덧 새해도 닷새가 다 되어갑니다.  올해들어 맨먼저 써보는 수필(隨筆)입니다.   시간(時間)의 흐름은 참 빠르기도 합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저는 자연(自然)히 연필(鉛筆)을 어릴적부터 좋아하였습니다.  집에 배달(配達)되는 신문(新聞)의 제호(題號)를 연필(鉛筆)에 침을 묻혀가면서 베껴서 쓴 기억(記憶)이 납니다.   물론 요즘은 연필(鉛筆)을 대체(代替)하는 많은 편리(便利)한  필기구(筆記具)들이 있고 컴퓨터로 문서(文書)를 입력(入力)하여 그저 쉽게 빨리 인쇄(印刷)를 할 수도 있지만 어쩐지 인간적(人間的)인 면(面)이 결여된 기계화작업(機械化作業) 같아서 저는 틈나는 대로 연필(鉛筆)로 글쓰기를 즐기는 편(便)입니다.  


 30년(三十年) 정도(程度) 제가 애용(愛用)한 연필(鉛筆)깍기가 있는데, 얼마전 연필(鉛筆)을 깍으려고 하는데 “걸걸걸걸...” 하는 소리가 나더니 드디어 작동(作動)이 잘 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개 많은 연필(鉛筆)을 한번에 깍게 되면 기계(機械)가 과열(過熱)되어 얼마간 냉각(冷却)시켰다가 다시 쓰면 괜찮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좀 달랐습니다.  호기심(好奇心)에 연필(鉛筆)깍기를 분해(分解)해보았더니 중간(中間)에 위치(位置)한 플래스틱으로 된 큰 톱니바퀴가 너무 오래되어 여러 조각으로 쪼개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美國)은 어떤 기기(器機)가 고장(故障) 났을 때 인건비(人件費)가 비싸서 그것를 수리(修理)하여 쓰는 것보다 그냥 새것을 사면 더 싸고 새로운 성능(性能)의 것을 구입(購入)할 수 있게 되는 경우(境遇)가 많습니다.


할수없이 그간 30여년정도(餘年程度) 저와 함께 한국(韓國)과 미국(美國) 사이 태평양(太平洋)을 오가며 그리고 미국(美國)의 여러 주(州)를 함께 전전(轉轉)하며 저와 생사고락(生死苦樂)을 같이 하며 정(情)이 많이 들었던 연필(鉛筆)깍기가 완전(完全)히 은퇴(隱退)를 선언(宣言)하게 된 것입니다.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제 저로서는 새로운 대타(代打)를 구(求)할 생각(生覺)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소(平素) 제가 잘 들르는 Staples라는 가게에 갔더니 자사(自社)의 제품(製品)과 Stanley사(社)의 BOSTITCH 제품(製品) 이렇게 두 종류(種類)의 제품(製品)을 팔고 있었습니다.  BOSTITCH 제품(製品)이 더 견고(堅固)하게 보여 무심(無心)결에 제품포장지(製品包裝紙)를 보니 7년(七年)을 품질보장(品質保障)한다는 문구(文句)가 있었습니다.  7년(七年)이라…  제가 써왔던 연필(鉛筆)깍기를 약(約) 4배정도(四倍程度) 더 긴 시간(時間)동안 제가 써온 셈이구나 하는 생각(生覺)이 들었습니다. 


사회(社會)가 인터넷을 중심(中心)으로 컴퓨터화(化) 되어 모든게 너무 빠르고 획일적(劃一的)이 되어가니 저는 의도적(意圖的)으로 삶의 속도(速度)를 가끔 늦추고자 노력(努力)합니다.  연필(鉛筆)로 글쓰기를 하는 것도 그러한 “느림”이 주는 “좋은 느낌”을 제가 즐기고자 하는 시도중(試圖中)의 하나입니다.  미국(美國)은 자타(自他)가 공인(共認)하는 산업화(産業化)가 잘된 나라라는 것에는 이의(異意)가 없지만 아직도 옛날의 기술(技術)이라든가 제품(製品)을 새롭고 현대적(現代的)인 기술(技術)과 제품(製品)하고 함께 공존(共存)시키며 잘 사용(使用)하는 전통(傳統)이 일상생활(日常生活) 속에 자연(自然)스레 녹아서 잘 남아있습니다.


제가 새로 구입(購入)한 Stanley사(社)의 BOSTITCH Professional의 포장지(包裝紙)를 유심(有心)히 보니 “Defining Quality and Performance since 1896”이라는 문구(文句)가 보였습니다.  어떤 면(面)에서는 매우 부럽기까지 하였습니다.  100년(年)이 넘도록 품질(品質)과 성능(性能)을 개선(改善)해오면서 회사(會士)가 생존(生存)해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부심(自負心)이 강(强)한 회사(會社)인 것 같은 생각(生覺)이 들었습니다.


새로 구입(購入)한 연필(鉛筆)깍기에 연필(鉛筆)을 집어 넣었더니 아주 경쾌(輕快)한 소리와 함께 아주 날렵하게 연필(鉛筆)이 매우 잘 깍아졌습니다.  저는 하얀 종이에 느릿느릿 그저 생각(生覺)없이 여러 글자를 써 보면서 미끌어지듯 느껴지는 “기록(記錄)의 질감(質感)”을 손끝으로 가만히 느껴봅니다.  제가 컴퓨터를 쓰면서 자판(字板)으로 각종(各種) 문자(文字)를 입력(入力)하면서 느끼는 기계적(機械的)인 기분 (氣分)인 ‘Digital Feeling’과는 전혀 차원(次元)이 다른, 말로는 제대로 표현(表現)하기 힘든 경쾌(輕快)하고 아름다우며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느낌인 ‘Human Feeling’이 저에게 다가옵니다.     


황금(黃金)돼지 기해년(己亥年)에 독자(讀者) 여러분 더욱 건강(健康)하시고 희망(希望) 속에서 늘 평안(平安)하시기를 진심(眞心)으로 기원(祈願)합니다.
 

2019년 1월 5일


崇善齋에서


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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