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안 있어 세금 보고 마감일이 다가온다. 인터넷 금융 정보 매체 ‘고우뱅킹레이츠’가 연방국세청(IRS)의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올해 지불될 세금 환급액은 평균 약 3,000달러로 납세자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재정 전문가들은 세금 환급을 받아 부족한 재정 상황을 개선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사용법이라고 강조한다.
고우뱅킹레이츠가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다행히 대부분의 납세자들이 세금 환급액을 저축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납세자들 사이에서는 세금 환급을 공짜 돈이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물 쓰듯 낭비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고우뱅킹레이츠가 현명하지 못한 세금 환급 사용 사례들을 지적했다.
■ 라스베가스행
더 큰 돈을 벌겠다는 허황된 욕심에 세금 환급액을 들고 카지노로 향했다가는 쫄딱 망하기 쉽다. 고우뱅킹레이츠의 조사에 따르면 도박이 개인 재정 파탄의 첫 번째 원인이다. 잠깐 머리만 식히고 오겠다는 생각도 위험하다.
피어쉐일 파이낸셜 그룹의 벤 바지데 재정 전문가는 “라스베가스에서 세금 환급액을 몽땅 잃는 것도 모자라 크레딧카드 빚까지 지고 오는 경우가 많다”라고 고우뱅킹레이츠와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머리를 식히기는커녕 빚만 잔뜩 지고 오는 결과다. 바지데 재정 전문가는 “세금 환급액은 납세자의 노동을 통해 힘들게 번 소득이지 공짜 돈이 절대 아니다”라고 충고했다.
■ 고가 운동장비 구입
유나이티드 캐피털의 트루디 터너 자산 관리 전문가의 한 고객은 새해 결심으로 골프를 배워보기로 했다. 고객은 세금 환급이 도착하자마 한 번도 만져보지 못했던 고가의 골프 장비 세트를 보란 듯 구입했다. 뿐만 아니라 빨리 배워보겠다는 의욕에 골프 레슨까지 세금 환급으로 선불했다.
그러나 매일 바쁜 업무에 쫓기는 바람에 골프를 배울 시간도 없고 골프장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아 고가의 골프 장비는 결국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터너 자산 관리 전문가는 “취미 삼아 운동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없으면서 세금 환급액으로 고가의 취미 장비를 구입하는 행위를 조심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 크루즈 여행
개인 재정 블로그 ‘월렛 핵스’(Wallet Hacks)의 짐 왕 설립자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잘못된 세금 환급 사용 사례를 고백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직장을 얻은 그는 첫해 W-4 세금 보고서 작성 요령을 몰라 세금 원천 징수액을 초과 납부했다. 결국 이듬해 두둑한 세금 환급 수표를 받은 왕은 지금 아내가 된 당시 여자 친구와 6일짜리 캐리비언 서부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데 세금환급금을 써버렸다. 왕은 “지금 생각해보면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학자금 융자를 갚는데 사용했더라면 재정 상황이 나아졌을 것”이라는 교훈을 얻게 됐다고 고백했다.
■ 게임용 컴퓨터 구입
젊은 납세자들의 경우 고가의 컴퓨터 장비 구입의 유혹을 조심해야 한다. 개인 재정 관련 팟캐스트 ‘스태킹 벤자민스’(Stacking Benjamins)를 진행하는 조 사울-세하이 역시 세금 환급 사용과 관련 뼈아픈 추억이 있다. 대학 학비 마련을 위해 ‘주경야독’ 할 정도로 성실했던 사울-세하이는 대학 시절 받은 세금 환급으로 컴퓨터를 구입했다.
대학생이 학업에 필요한 컴퓨터를 구입한 것을 두고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가 구입한 컴퓨터는 학업용이 아닌 게임용 컴퓨터였던 것. 세금 환급을 낭비했을 뿐만 아니라 학업보다는 컴퓨터 게임에 더 시간을 뺏기는 바람에 아르바이트에까지 지장을 받았다. 사울-세하이도 ‘학자금 융자를 갚는데 조금이라도 썼다면’하는 아쉬움을 지금까지 갖고 있다.
■ 애완 동물 구입
자녀들의 성화에 세금 환급으로 애완동물을 구입할 계획이라면 신중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한 마리 구입하면 되겠지 하고 충동구매에 나섰다가 돈이 계속 들어가 후회하는 사례가 많다. 뿐만 아니라 잘 맞지 않는 애완동물을 골랐다가 동물 보호소에 맡겨야 하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애완동물을 구입하려면 구입비 외에도 사료비, 예방 접종비, 그루밍비, 트레이닝비 등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많다. 애완동물한테 들어가는 비용 말고도 애완동물용 가구비, 집 청소비, 잔디 관리비 등 눈에 보이지 않게 들어가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 저리 계좌에 저축
세금 환급을 저축하는 것은 좋지만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체킹 계좌나 이자율이 낮은 세이빙 계좌에 저축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위다. 대신 장기적으로 자금이 불어나는 IRA나 ‘로스 IRA’(Roth)와 같은 개인 퇴직 연금 계좌에 적립하는 것이 좋다고 재정 전문가들이 추천한다.
바지데 재정 전문가에 따르면 연간 평균 약 8%의 수익률이 적용되는 투자 포트 폴리오에 매년 세금 환급액 5,000달러씩 30년간 적립하면 30년 뒤에 적립금은 약 56만 6,000달러로 불어나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보장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