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포츠

“선발 롱런을 향하여”

2017.08.03

▶ 류현진 오늘 메츠 상대로 12번째 선발 출격

▶ 우드와 순서 바꿔 ‘천적’ 로키스 피해간 등판

류현진에게 22일 메츠와의 경기는 선발 롱런을 위해선 반드시 성공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모든 것은 그에게 맞춰졌다. 이제는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시즌 12번째로 선발 등판한다. 22일 오후 7시10분(LA시간) 다저스테디엄에서 펼쳐지는 뉴욕 메츠와의 홈 4연전 시리즈 최종 4차전이 그 무대다. 메츠와 상대하는 것은 올해 처음이다.

류현진의 이번 선발 등판은 사실 기회가 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류현진은 지난 17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5이닝동안 105개의 공을 던지는 악전고투 끝에 8안타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돼 시즌 3승(6패)째를 올렸지만 3회에 강판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을 정도로 경기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그 다음날인 18일에 같은 레즈를 상대로 등판한 5선발 경쟁자 겐타 마에다(일본)는 5이닝동안 단 78개의 투구로 레즈 타선을 3안타 1실점으로 깔끔하게 틀어막고 시즌 5승(3패)째를 올렸다. 다저스가 다시 5인 선발 체제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틀 연속 같은 팀을 상대로 등판한 류현진과 마에다의 출격은 사실상 5선발 자리가 걸린 오디션으로 여겨졌고 그렇다면 마지막 경기만 놓고 볼 때 마에다의 손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하지만 다저스의 선택은 류현진이었다. ‘일단’이라는 전제가 따라붙긴 했지만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에 남고 마에다는 불펜으로 돌아가 롱릴리프를 맡긴다고 발표했다. 마에다가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호투를 보여주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선발로선 너무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인 것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됐다는 것이 CBS스포츠의 분석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뭔가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다. 사실 류현진과 마에다의 올해 등판 결과를 살펴보면 뚜렷하게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데 그중 하나는 류현진의 어깨수술 전력이다. 상시 출격을 준비해야 하는 불펜의 루틴에 적응하는데 있어 어깨수술에서 돌아온 그가 마에다보다 더 힘들 것을 감안, 그를 선발진에 남겨놓기로 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것은 이 둘이 선발투수로서 거의 대등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만약 앞으로 류현진이 안정된 선발요원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다저스는 언제라도 마에다쪽으로 다시 돌아설 것이다.

한편 다저스는 류현진을 5선발로 선발로 결정하면서 상대팀과의 맞대결 성적도 고려해 등판순서를 바꾸는 맞춤형 기용 작전도 병행했다. 원래 선발 로테이션 순서로 보면 22일 메츠전에는 알렉스 우드가 나서야 하고, 류현진은 23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등판하는 것이 맞는다. 하지만 두 선수의 올해 로키스 상대 등판 성적이 워낙 큰 차이가 난 것이 문제였다. 류현진은 올해 로키스를 상대로 이미 3차례나 등판해 3번 모두 패하면서 평균자책점 6.75로 부진했고 3번 중 두 번은 5이닝도 마치지 못했다. 반면 우드는 지난달 13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로키스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 10탈삼진의 눈부신 역투를 보이며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다저스 수뇌부가 이 둘의 순서를 맞바꿔 23일 로키스전에 류현진이 아닌 우드를 내보내기로 결정한 이유다. 현재 로키스는 다저스에 반게임 차로 NL 서부지구 선두를 달리는 팀이어서 맞대결의 중요성은 더욱 증폭된 상태다. 지난 16일 신시내티 레즈와 원정경기에 나섰던 우드는 이번 결정으로 6일을 쉬고 7일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르게 됐고, 류현진은 4일을 쉬고 5일만에 등판하게 됐다.

이번 결정은 류현진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순서가 앞당겨졌음에도 정상적인 4일을 쉬고 나서는 등판인데다 천적인 놀란 아레나도 등 올해 그를 괴롭혀온 로키스의 강타선을 피하게 된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더구나 성적만 놓고 봐도 로키스와 대결보다는 훨씬 심적 부담이 덜한 경기다. 또 비록 3~4년전 경기지만 메츠와의 역대 전적 성적도 나쁘지 않다. 류현진은 2013년과 2014년 메츠를 상대로 3경기에 등판, 2승무패, 평균자책점 1.80의 호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당시의 메츠와 올해의 메츠가 사실상 전혀 다른 팀인 것은 사실이다.

올해 메츠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 20일까지 30승39패의 성적으로 4위를 달리는 하위권 팀이다. 하지만 타선도 하위권은 아니다. 특히 올해 104개의 홈런을 때려내 NL 팀 홈런랭킹에서 워싱턴 내셔널스(109개)와 밀워키 브루어스(105개)에 이어 리그 3위에 올라있는 대포의 팀이다. 바로 지난 19일 다저스테디엄에서 벌어진 시리즈 1차전에선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상대로 홈런 4방을 때려내기도 했다. 올 시즌 내내 상대의 홈런포로 인해 고생해온 류현진 입장에선 잠깐의 방심도 있을 수 없다.

메츠에서 경계할 타자로는 19홈런으로 NL 공동 5위에 올라있는 제이 브루스(.274, 48타점)와 마이클 콘포토(14홈런, .280), 요에니스 세스페데스(.309, 8홈런), 루카스 두다(12홈런) 등이 있다. 하지만 커쇼에게서 홈런 2방을 때려낸 호세 레예스를 비롯, 나머지 선수들도 언제라도 큰 것을 터뜨린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류현진 입장에선 충분히 이길 수 있고, 또 좋은 내용으로 이겨야만 하는 경기다. 선발 롱런을 위해선 반드시 성공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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