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크로아티아로 가는 고난의 일등석 기차

2018.06.21


헝가리 기차역에서 

괜스레 누굴 도와주겠다고 나섰다가 

나도 한 묶음으로 쫓겨나고 

 어이없는 상태에서 크로아티아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그런데 크로아티로 향하는 기차는

 에어컨도 없었고 지정된 좌석도 없었다, 

우려했던 걱정이 정말 사실로 나타난 것이다, 


일등석과 일반석의 구분이 전혀 되지 않는 기차였으며

 당연히 지정된 좌석은 없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연히 이날 같은 칸에 타고 온 덴마크 여행객들 또한 

나와 같이 난처한 처지에 있었다, 

그들은 북유럽과 서유럽, 동유럽의 문화 차이를

 정확히 보고 있는 것이라 했다, 

덴마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오로지 헝가리에서만 있는 일이라 했다, 

일등석 좌석표를 사 놓고 지정된 의자도 없이 

더군다나 한여름 7월의 더위 속에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기차를 타고 

몇 시간을 가야 했다, 


더 웃기는 것은

 기차를 타고 가다 갑자기 기차에서 내려

 버스에 올라 태우는 것이었다 

모든 승객들이 기차에서 내려 

버스에 올라탈 때의 그 혼잡스런 모습은

 지금도 끔찍하다, 


사람도 타야 하지만

 여행객들의 가방도 같이 실어야 하는 입장이라서

기차에 두고 온 가방도 있다고

 아우성을 쳐대는 사람도 있었고 

이게 뭔 헤프닝이냐고 비웃는

 여행객들도 많이 있었다, 


2시간 정도를 버스는 

고속도로와 비포장도로 그리고

 마을과 골목 사이를 달리고 달려서 

다시 어느 허름한 기차역에 내려다주었다, 


버스에서 다시 혼잡스럽게 

옷과 가방을 내리고

 40분 정도 기다리니 또 다른 기차가 왔다, 

그 기차는 헝가리 역전에서 타고 왔던

 그 기차보다 더 한심스러운 냄세가 나는 오래된 기차였다, 


이미 질서가 없어진 여행객들은 

양보도 없었고 질서도 없었다, 

냄새 나고 더러운 그 기차를 타기 위해 

피난민처럼 달려들었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야 앉아 갈 수 있을 거 같았다, 


이렇게 복잡하고 시끄럽고 불편하게

 크로아티아로 향했다, 


크로아티아 국경에서 여권검사가 있었는데

 어느 한 사람 때문에

 한 시간을 꼼짝없이 기차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움직임이 없는 기차 안은

 더위와 악취와 지루함이 여행객들에게 

더욱더 진한 불편함을 전해주었다, 


오후 4시 기차를 타고 

크로아티아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11시가 넘어서였다, 




헝가리 기차역에서 크로아티아로 가는 기차는

 아침 7시에 있고 오후 4시에 있다고 해서

 난 오후 4시 기차를 탔는데 

이 기차를 잘못 탄 거 같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여행객의 표정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처음부터가 좀 이상했던 상황이었다, 

이런 시스템을 잘 몰라서 물어본다고 화를 내는 헝가리 공무원들이 

약간은 코미디같이 웃기기도 하고 

당해보니 억울하기도 했다, 


그리고 기차가 곧장 크로아티아로

 들어가지 않고 왜 갑자기 버스로 옮겨타야 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원래 그런 과정을 거치고 가는 게 정상 코스인지

 아니면 이날만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

 이렇게 됐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아마도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모든,, 이 기차를 탔던 사람들은 

그렇게 느꼈을 것 같다, 


이런 어수선한 과정에서 헝가리 기차역에서 만났던

 한국인 부부팀과 헤어졌다, 

어느 버스에 기를 쓰고 나처럼 올라탔을 거다, 

유난히 가방이 커 보였던 그들이었는데

 무사히 탔을 거라 생각이 든다, 


나는 운 좋게 운전사 바로 앞쪽에 

재빠르게 올라탔다, 

내 가방은 이 버스 짐칸 속에 던지듯이 올려놨는데 

그 과정에서 무사히 내 가방이

 짐칸에 잘 있는지 많이 걱정되었다,




버스를 타고 덜컹거리는

 비포장거리를 달리다 보면 어느새

 고속도로를 달리고 

어느 골목을 달리고 있었다, 

수십 대의 버스가 일렬로 달리고 있었는데

 맨 앞의 버스를 따라 달리는 우리가 탄 버스의 행렬도 

대단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헝가리 

구석진 어느 시골 마을의 모습도 구경을 할 수 있었다,





한참을 달린 수 십대의 버스들은

이름모를 허름하게 생긴 기차역전에

우리를 내려놓았고  한참을 어리둥절하게  

기다려서야 

또 다른 기차가 도착을 했으며

어수선하게  겨우 기차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나는 맨 뒤칸으로 갔다,

나의 표는 일등석 표였고 

이 자리는 일등석 표를 가진 자들만 

타고 가야 했는데 

막상  갈아탄 기차에 일등석 쪽을 가서 앉을라 하니

 이렇게 남미의 아르헨티나 젊은이들이

 6명이어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위의 사진) 

내가 표 검사원이 아니라서

 이들에게 표를 보여달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내가 보기엔 이들의 좌석표는 

이곳이 아닐 것이라 생각을 했다, 


내가 무조건 가방을 위 칸에 옮기며

 어! 이 자리 내 자린데 하면서 표를 보여주었더니 

그중 4명이 일어나서 

복도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나머지 이 두 사람은

 눈치를 슬쩍 보더니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결국 끝까지 이 두 사람은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이렇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복도에서는 진짜 이 자리가 주인인듯한 점잖은 

호주에서 온 여행객이

 자리도 없이 복도에 서서 목적지인

 크로아티아까지 가고 말았다, 


위의 사진은 

일반석보다 돈을 좀 더 주고 좀 편하게 가고 싶었지만 

어찌 보면 일반석보다 더 못한 

에어컨도 없던 기차 안의 모습이다, 


조금 열려있던 창가에서

바람이 들어오는 곳이 있었다, 

이곳에 얼굴을 조금이나마 내밀어서

 흘러내리는 땀을 식히기까지 하면서

어서 빨리 이 기차 안을 벗어나고 싶었다, 


앞쪽 칸과 이어지는 공간에서 

누군가 얼음에 잠긴 맥주를 팔고 있었는데 

하나에 5불이었다, 

아마도 4캔을 마신 거 같은데 

그래도 더위에 맥을 못 추고 거의 탈진하다시피 기차는

 아주 천천히 크로아티아로 들어갔다, 


이 맥주를 팔던 사람은 나중에 갑자기 제복을 입고 나타나 

여권을 검사하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국경을 넘어갈 때 여권을 검사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여권을 검사할 때도

 누군가 때문에 거의 1시간 정도를 머물다 들어갔는데

 그 여권은 대만사람 여권이었다고 들었다, 

그 공간에서는

 다국적인 사람들로만 채워져 있었는데도

 괴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으며

새치기하는 사람과 양보하는 사람들과 

폭력적이며 참을성 없는 사람과 

여자라고 무지건 양해를 바랬던 공주 과의 백인 여자와

 음악가라며 우아함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인내심 많은

 두 명의 중년과 

모르는 사이인데도

 꼭 뭉쳐야 산다는 식으로 뭉쳐있던 한국사람 등등, 


몇시간이엇지만 그 안에서도

 하나의 커다란 사회가 만들어 진 것 같았고

 금방 사람들의 각각 다른 취향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던

헝가리에서 크로아티아로 가는

 일등석 기차 안의 헤프닝이었다,



크로아티아에 와서 

어떡해 여행을 해야 하는가에 

가장 많은 고민이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를 구경을 해야 하지만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드브르부니크도 꽤 유명한 여행지다, 

그런데 드브르부니크를 버스로 가려면 

8시간이나 걸린다고 했다, 

가는데 하루 오는데 하루 이틀을 허비할 수는 없었기에

자그레브에 도착해서 

바로 다음 날 아침 비행기로 드브르부니크로 가서 

그곳을 먼저 구경하고 돌아와서

 자그레브를 구경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자그레브를 구경하고 나선

 네덜란드로 떠나는 코스를 잡았다, 

드브르부닉크로 떠나는 비행기는

 이틀 전에 헝가리에서 예약을 했다,


이렇게 계획을 잡고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왔다, 

너무나 늦은 낯선 이국땅의 밤이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처음 오는 나라에  

와 본 적이 없다, 


기차역에서 어리둥절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11시가 넘은 시간에 어디를 가야 하는지는 뻔하다. 

바로 호텔을 찾아가야 했다, 

이번에도 예약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은 가방을 끌고 트램 쪽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난 트램을 타고 어디를 가야 할지

 그 목적지도 없었다, 

당연히 택시를 타야 했다, 

운이 좋아서 영어를 하는 운전사를 만나기를 바랐다, 

기차역은 안개가 껴 멀리 볼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주황색 네온이 기차역 주변에 많이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에 조금 걸어도 보고 싶은 곳이었다, 

기분 좋은 주황색 안개가 

이곳에 온 나를 반겨 주는듯했다,

난 이렇게 이 정도의 안개 낀 거리가 전부터 좋았다, 

운전수는 운 좋게도 

영어를 잘하는 운전사를 만났다, 


안개낀 자그레브를 택시를 타고 달렸다, 

 택시는 약 20분은 넘게 달려 

중앙광장의 어느 호텔 앞에 내려다 주었다, 

택시비로는 40불을 달라고 해서 주었다, 


택시 운전사는 순진한 거 같았고

 고마워했고 친절하기까지 했다, 

첫 번째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와서 만난 사람이다, 


그런데 호텔을 잡고 짐을 풀고 호텔 로비에 와서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니. 

내가 내렸던 기차역은 걸어서도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라는 것을 알았고 

트램을 타면 두 정거장이란 것을 알았다, 

택시비로 5불이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자그레브에서의 첫 번째 만난 

그 택시 기사는 알고 보니 꾼이었다. 

보기 좋게 당했지만, 

이곳의 분위기를 대강 알 것 같았다, 


다음부턴 조심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일찍 잠에 들었다, 


내일 아침 일찍 드브르부닉크로 날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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