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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늦복이 터졌나?

2020.04.16





                     늦복이 터졌나?

                                           

 필자에게 1년에 한번씩 운명 상담을 하는 50대초반의 오선생은 천성이 무척이나 선한분이신데 이분이 지니고 있는 운명은 너무도 가혹하여 필자가 늘 안쓰럽게 여기는 분이기도 하다. 이분을 처음 만난 것은 5년 전 쯤 어느 가을날이었다.  눈썹이 짙고 선량해 보이는 큰 눈, 준수하게 자리잡은 코, 일자로 꾹 다물고 있는 입이 좋은 조화를 지닌 미남형의 얼굴이 인상적이었a다. 평생고생이라고는 모를듯한 이런 인상의 사내가 자신의

생년월일 시를 내밀었을 때 풍기는 인상과는 너무도 다른 험한 팔자여서 필자가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약한재성이 운로 초반 극.충이 심하니 어려서 일찍 부친이 사망하게 되는 팔자요, 어머니와도 인연이 일찍 끝나게 되는 명이요, 처를 뜻하는 일지 배우자 자리가 기신이어서 처덕마저 전무하다. 또한 관살이 많아 신약사주가 되었으니 자식운 또한 없다.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좋은 면을 찾을수 없으니 이러한 경우 필자를 곤혹스럽게 한다. 어디서부터 설명을 시작해야 하나!... 이렇게 잠시 망설이던 필자를 편하게해 준 것은 이분의 첫마디였다. "선생님 제 사주팔자가 좋지 않은 것은 제 스스로 잘 알고 있으니 있는 그대로 말씀해 주십시요!" 라고 말한 뒤 진지하게 필자의 말을 필기할 준비를 갖춘다. 필자 왈 "초년에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셨을 듯하고 어머니마저 선생님 곁을 떠나 버리게 되는 부모덕이 없는 외로운 팔자입니다. 또한 처궁이 약하니 평생 결혼생활다운 부부운이 없었으리라 보입니다. 따라서 자식운도 없으니 너무나도 팔자가 외로와 보입니다. 참으로 안쓰럽습니다." 라고 하니 이분, 선량한 큰눈이 갑자기 붉어지며 눈물을 힘겹게 참으려는 듯 입을 꼭 다문다. 


이분은 강원도 양양에서 고기잡이와 농사를 겸하는 집안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무척 금술이 좋은 잉꼬부부였는데 이 분의 나이 7세 무렵 아버지가 농약을 치다가 쓰러지신 뒤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시고 만다. 그 뒤 어머니 혼자 생활을 꾸려나가느라 매우 고단한 삶을 살던 중 이분을 외할머니 댁에 맡긴 뒤 도시에 나가 돈 벌어 오겠다는 이야기를 남기고 떠난 뒤 어찌된 영문인지 그 후 영영 소식이 없었다. 이분을 거두어 주신

외할머니도 홀로 계신 분이라 외할머니와 이분은 궁핍한 생활을 겨우겨우 이겨나간다. 그러나 이분나이 13세 무렵 할머니마저 돌아가시니 천애 고아가 되었다.

이후 대처로 나가 이곳 저곳을 떠돌며 갖은 고생을 겪게 된다. 그러다 나이가 들고 '짚신도 짝이 있다' 고 20대 초반에 한 여성을 만나 1년 정도 동거를 하였는데 이것이 이분의 처음이자 마지막 결혼생활이었다. 이때가 자식을

얻을 수 있었던 첫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였는데 이마저도 무산된다. 당시 임신 중이던 여자가 이분과 심하게 다툰 뒤 의논도 없이 애를 지워버리고 제 갈길로 가버리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으나 만사가 불성이었다. 이분이 결코 불성실하거나 허튼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돈이 조금 모이는가 싶으면 꼭 사고가 나서 돈을 다 잃어 버리거나 어떤 형태로든 손재수가 생겨서 미국생활 근 20년 동안 단 한번도 몇 천불이상의 목돈을 여윳돈으로 지녀보지를 못했다 한다. 처음 필자와 상담을 하던 그 당시에도 마켓에서 일을 하다 발을 다쳐서 일을 못하고 쉬던 중 "내 인생은 평생 왜 이 모양인가?" 싶어 필자를 찾았던 것이다. 


이 오선생이 얼마 전 필자를 찾았다. 평소와는 달리 안면에 희색을 띄고 자리에 앉자마자 하는 말씀이 "선생님 제가 이제야 늦복이 터지나 봅니다. 제가 아는 분이 여자를 한 명 소개해서 만나 보았는 데 천생연분인 것 같습니다. 저하고 뜻이 너무 잘 맞고 아주 미인입니다. 궁합을 좀 봐 주십시요. 한국에서 온지 3년 정도 된 여자분인데 딸 하나 데리고 살고 있답니다." 라고 하며 생년월일시를 내미는데 놀랍게도 이분보다 18세가 연하였다. 나이를 떠나 이 여자분의 사주 팔자를 보니 진실성이 없고 교활하여 남을 이용하려는 기질이 농후한 사주가 탁한 여자였고, 궁합으로 보아도 영 맞지를 않는 궁합이었다. 필자가 "오선생님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십시요.


궁합도 영 맞지 않고 사주로 보아 성정이 맑은 분이 아닙니다. 오선생님에게 또 한번의 상처가 될까 걱정입니다." 라고 하니 오선생 영 마땅찮은 듯한 표정으로 입맛을 쩝쩝 다시더니 다음에 들르겠다고 하며 휑하니 나가 버린다. 아마도 스스로 느끼기를 평생 처음으로 횡재같이 들어온 인연에 대해 필자의 덕담을 듣고 싶었는데 재를 뿌리는 듯한 말을 들이니 내심 믿고싶지 않았던듯했다. 돌아가는 오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며 오선생님이 올바른 판단을 하시기 바랐지만 운명은 그런 쪽으로 가지 않았다. 나중에 들은 소식은 이랬다. 늘그막에 어린 신부와 의붓딸이지만 딸까지 생긴 오선생님은 입이 찢어져 귀에 걸린 채 희희낙락하며 다녔다 한다. 처음에는 서로 아주 재미나게 사는 것 같더니 조금씩 문제가 불거지게 되었다. 첫번째 문제는 수입문제였다고 한다.


이 여자분은 오선생이 오랫동안 혼자 살았고 자식도 없으니 저 나이 정도면 꽤나 돈도 모아 놓았을 것이라 지레 짐작하였는데 와서 보니 모아놓은 재산은커녕 달랑 불알 두 쪽만 차고 있는 개뿔도 없는 오선생 경제 형편에 실망한 듯 했다. 젊은 여자분 생각으로는 나이 많은 영감(?)과 결혼하면 일 안하고 편하게 살 수 있겠다고 기대했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실망했던 거였다. 결국 시민권자인 오선생과의 결혼으로 결혼 영주권이 정식으로 나오자 미련 없이 딸 데리고 떠나버렸다 한다. 어찌보면 영주권을 노리는 결혼사기를 당한 셈이었다. 큰 기대가 큰 실망으로 바뀌어 상처를 입은 오선생은 그 뒤 행적이 묘연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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