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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한국에서 온 신부

2020.08.22



                 한국에서 온 신부


 몇년전 신문에 충격적인 사고 소식이 있었다. 한인 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신혼부부간에 싸움이 벌어져 한국에서 미국에 건너 온지 얼마 안 되는 부인이 남편의 가슴을 부엌칼로 찔러 살해했다는 사건 이였다. 살해된 남편은 한인 타운 한 노래방의 메니져로 일하면서 낮에는 부모님 가게 일을 돌봐 왔다고 하니 꽤나 열심히 살아가던 청년으로 추측되었다. 기사에 의하면 사고를 친 여성은 전에 유흥업소에서 일하다 한국으로 귀국한 것을 남편이 적극적으로 대쉬하여 한국에서 다시 데려와 살림을 차렸다고 하니 선입견인지는 몰라도 이들 내외의 대강의 사정이 짐작이 간다. 남편은 자신의 부모님에게 아내가 간호사라고 거짓말을 해서 그의 부모님들은 한국에서 온 며느리가 간호사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신문에 나오는 사진을 보니 사고를 친 여성은 연예인 마냥 미모가 뛰어났고 숨진 남성은 더부룩한 머리에 순진해 보였다. 아마도 술집여자라고 하면 부모가 펄쩍 뛸 것이 뻔하므로 속였던 모양인데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게 된 이 남성의 부모님들이 너무도 안타깝다. 자식을 둔 부모들 입장에서는 이 사건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를 포함한 이곳 미국에 사는 한인 올드 타이머들은 자식의 결혼에 대해 대개가 비슷한 바람을 지닌 듯하다. 며느리나 사위로는 이곳에서 자란 한인을 우선바라고 있다. 만약 한인이 아닌 외국인이라면 동남아인이 아닌 동양계(일본·중국)이거나 백인이길 원한다. 흑인이나 남미계통 사람은 대체로 꺼리는 것 같다. 한인 모두가 인종차별 주의자인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시각을 아니라고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부모들의 바람일 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어느 나라 사람이건 자식이 좋다고 우기면 이를 억지로 반대할 수도 없다. 자식이 배우자를 같은 한인으로 맞았으면 하는 이런 바램에도 약간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 되는 유학생이나 한국에서 데려와야 하는 배우자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다. 첫째는 상대가 혹시나 영주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둘째 자라온 환경이 달라 서로 잘 화합하며 살 수 있을지? 라는 두 가지 걱정으로 대별(大別)된다. 예전 일이다. 홍사장님 내외분이 아들 문제로 필자를 방문하셨다. 예일대를 졸업하고 굴지의 미국대기업에 근무 중인 아들이 휴가를 맞아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곳에서 한 여성을 만났고 급속도로 가까워져서 결혼까지 하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녀석이 어떻게 여자를 꼬셨는지(?)도 의아했지만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결혼까지 결심했는지가 궁금했다고 한다. 


어떻게 만났는지를 묻자 놀러가서 만났다고 했다. 어디를 놀러갔냐고 물으니 홍대 앞의 클럽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선입견인지 몰라도 춤추러 갔다가 만났다면 혹시 날라리?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나이든 사람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편견일 수 있다. 왜 그렇게 빨리 결혼 하려고 하는지 묻자 아가씨가 미국에 빨리 와서 살고 싶다고 해서 빨리 결혼하면 빨리 와서 살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이곳에서 자란 2세들은 대개가 순진하고 거짓말을 잘 못하는 특성이 있다. 한국에 있는 영악한 아이들하고는 조금 다르다. 아가씨의 집안 환경을 묻자 아빠·엄마는 이혼했고 새 아빠가 데려온 오빠와 자기 그리고 엄마와 새 아빠 사이에서 낳은 동생과 방 2개짜리 좁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는데 인사하러(?) 갔다가 그 집에 머무는 동안 너무 답답했다고 한다. 


그 집 형편은 대강 알 것 같았다. 엄마는 치킨 집을 하고 아빠는 공사장 집 짓는 곳에서 근무(?)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노가다 뛰는 사람을 지칭하는 듯 하다했다. 아가씨는 집이 답답해서 빨리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고 자기도 빨리 같이 있고 싶으니 잘됐다고 하며 씩 웃는 아들놈이 천진하기만 했다 한다. 어려서부터 플러튼에서 수영장과 테니스장까지 딸린 방8개짜리 저택에서 자랐으니 아가씨 사는 모습이 안돼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홍사장님 내외분은 섣불리 반대를 했다가는 아들놈이 더 엇나갈지도 몰라 우선 서둘러 둘의 궁합을 보기위해 필자를 찾았다 한다. 두 사람의 생년월일시를 물어 사주팔자를 뽑아놓고 궁합을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궁합이 너무 안 맞는 것은 물론 상대 아가씨의 사주팔자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 왈 “남의 집 귀한 자식을 보고 이렇고 저렇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 아가씨의 사주팔자는 너무 맑지 못하고 사주가 탁합니다. 초년에 이런저런 풍파를 많이 겪는 팔자이고 과음과 색정에 빠지기 쉬워 정조관념이 희박해 많은 남자와 교접하고 살아야하는 운명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창녀의 팔자라고까지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이용하려는 기질이 강하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아가씨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거기에다가 궁합 상 沖(충)이란 충은 죄다 끼여 있고 원진살까지 끼어있으니 이렇게 까지 나쁜 궁합은 처음입니다. 결혼하면 아마도 3년을 못 넘기고 헤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아가씨 운명은 배우자의 운을 꺾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아가씨와 결혼하면 되는 일이 없을 겁니다. 큰 우환을 집에 들이는 꼴입니다.”


어쨌든 이 아가씨도 부모에게는 귀한 자식일 텐데 이렇게까지 진단하는 게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진단이 이렇게 나오니 나오는 데로 이야기해 드릴 수밖에 없었다. 필자에게 다녀가신 뒤 홍사장님 내외분은 펄펄 뛰며 반대했지만 결국 아들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고 하시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택일을 하러 오셨다. 날이라도 좋은날을 잡아 주어야겠다고 하시며 결혼날짜를 묻는데 두 분의 표정에 근심이 한 짐이었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기는 바로 갖지 말라고 하십시오.”라고 하니 “글쎄요... 우리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아이는 절대 빨리 갖지 말라고 했는데 여자아이도 애를 빨리 낳을 생각은 없다고 하데요! 다행이지 뭡니까!”라고 하신다. 결론은 이렇다 결혼 후 3달 만에 아들은 잘 다니던 직장에서 짤렸다. 피임에 실수를 했는지 며느리가 임신해서 딸을 낳았다. 


아들은 취직해보려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냈는데 과거가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장애가 되어 몇 년이나 취직을 못했다. 홍사장님 내외분이 생활비를 도와 줄 수밖에 없었다. 생활이 어려우니 둘이 노상 싸우는 눈치였다. 정식 영주권이 나오자 여자가 도망갔다. 딸도 팽개친 채, 다행히도 아들은 예전같이 훌륭한 직장은 아니지만 취직이 돼서 안정을 찾았다. 얼마 전 어떤 여성과의 궁합을 봐달라고 홍사장님 내외분이 다녀가셨다. 액땜 한 셈치고 열심히 살았으면 한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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