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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오원제의 반란과 배탁

2020.10.05




                오원제의 반란과 배탁 


 당나라 현종 때 재상인 배탁은 어려서부터 매우 총명하여 학문적 성취가 빠르고 높았다. 그가 소년시절 장마당을 지나고 있다가 장마당 한 구석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는 늙은 점쟁이를 한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늙어서 허리는 굽어있고 입성은 추레한데다가 제대로 먹지도 못해 삐쩍 마른데다 눈에는 눈곱마저 끼어 있었다. “흥! 저 꼴을 하고서 남의 운명을 봐준다는 게 다 뭐야? 지가 운명을 볼 줄 안다면 저 모양 저 꼴이 되어 있겠어? 한심하고 가소로운 늙은이 같으니!” 이렇게 한심스런 눈으로 쳐다보고 있자니 이 늙은이가 손짓으로 배탁소년을 부른다. 마지못해 다가가보니 흘깃 배탁의 관상을 쳐다본 늙은이가 아무 말 없이 또 손짓으로 휘휘 저으며 가라는 표시를 한다. 


“아니? 오라고 할때는 언제고 또 가라는 건 뭐예요? 왜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 게요?”라고 배탁이 항의하자 이 늙은이 왈 “관상을 보아주려 불렀는데 상을 보니 굶어 죽을 관상인데 보아서 뭐하겠는가?”라고 한다. 성질이 머리끝까지 치솟은 배탁은 “이런 빌어먹을 늙은이가 무슨 망말을 하는게야?”라고 한 뒤 이 자리를 떠난다. 그 후에 배탁이 우연히 그 장마당에 나갔다가 이 늙은이를 다시 우연히 마주쳤다. 전날의 기분 나쁜 기억이 있어 모른 체 하고 지나가려는 배탁을 본 늙은이는 깜짝 놀라며 “자네는 요근래 아마도 크게 착한 일을 하였을 게고 그래서 자네의 관상이 크게 변했네! 장래에 꼭 귀하게 되어 조상의 이름을 빛낼 뿐만 아니라 국가를 보호하고 백성을 행복 하게하는 훌륭한 재상이 될 것이네!”라고 하였다. 


이 늙은이가 사람을 가지고 이랬다저랬다 희롱하는듯하여 한 대 쥐어박으려다가 문득 생각해 보니 얼마 전 물가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할머니 한분을 모두가 모른 체 하는데 배탁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했던 일이 생각났다. “이 늙은이가 어찌 그 일을 알았을까?” 배탁은 고개를 꺄우뚱거렸다. 사실 이 늙은이는 나이가 200살이 넘었다고 소문이 도는 유명관상가인 월하도인 이였다. 세월이 흘러 배탁은 늙은이의 예언대로 재상의 지위에 올랐다. 당나라 헌종(憲宗) 때 화서 지방에서 오원제가 반란을 일으켰다. 토벌하려던 관군이 계속 패하여 조정에서는 뭇 신하들이 전부 놀라서 철병하고 화친하자는 주장일색 이였다. 이때 오직 재상인 배탁만이 강력히 군사를 증원 하여 반드시 토벌을 완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황제가 즉각 그로 하여금 출정하게 하였으나 그때는 이미 반란군의 기세가 드높고 토벌군을 여러 번의 패전으로 주눅이 들어있던 때였다. 


배탁은 비록 자기가 강력한 토벌을 주장하였지만 성패에는 자신이 없어 부득불 신중히 작전을 행할 수밖에 없었다. 장기전에 대비하여 진지를 구축하기위해 병사들이 땅을 파던 중 뜻밖에도 땅 속에서 작은 비석하나가 나왔다. 비석에 묻은 진흙을 깨끗이 씻어내고 보니 「계미비주미숙(鷄未肥酒未熟)」이라는 여섯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모두가 옛날사람들이 「주역」과 수리를 이용하여 미래를 예측하였고 그 결과를 후손들에게 알려주려 비석에 새겨 묻어두는 일이 종종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이 비석은 틀림없이 역수(易數)와 관련이 있는 예언이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이곳에서 비석이 발견 된 것은 이번 토벌과 관련된 내용이 틀림없다 여겼고 이번 반란토벌은 당왕조(唐王朝)의 존망과 관련이 될 정도의 중대차한 일이였기에 이 내용이 뜻하는 바가 모두 궁금하였다. ‘닭은 아직 살찌지 않았고 술은 아직 익지 않았다.’ 는 이 글을 놓고 배탁은 이런저런 해석을 해보려 했으나 도통 그 뜻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능하기로 소문났다는 여러 역술인을 불러 물은 즉 어떤 역술인은 “오원제는 닭띠이고 소위 오원제가 이때까지 죽지 않았으니 그를 토벌하여 죽일 수 없다는 말입니다.”라고 했고 어떤 이는 ‘계미숙 정미숙은 을미해로서 곧 반란을 평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글자를 글자 그대로 단순하게 푼 것 이여서 배탁은 믿을 수가 없었다. 


이때 문득 생각난 이가 옛날 소년시절 만났던 「월하도인」이였다. 배탁은 평복을 하고 말을 달려 고향 장마당의 그 늙은이를 찾았다. 당시 200세가 넘었다는 소문 이였는데 과연 그가 살아나 있을지 의문 이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늙은이는 그 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 쭈그려 앉아 있었다. 배탁은 그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늙은이는 허허 웃더니 “그대가 지금은 재상이 되어있을 터인데 이렇듯 평복을 하고 이 늙은이를 찾은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했다. 배탁이 사정을 이야기하자 늙은이 왈 “계미숙이란 것은 고기가 없음, 즉 아직 살찌지 않고 빼빼 말랐다인데 그러면 비만 비(肥)에서 달월(月)을 빼면 파(巴) 자가 되고 그 중 한 획마저 빼어버리면 즉 기(己) 자 하나를 얻고 똑같은 이유로 주미숙(酒未熟)이란 것은 술 같지 않음이니 아직 익지 않아 발효되지 않은 것이 무슨 술인가? 그래서 주(酒)자의 삼수변(氵)을 떼버리면 유(酉)자 하나를 얻게 되니 따라서 己酉 이 두 글자가 이 비석 상에서 암시하는 글자이다. 따라서 이 반란은 2년 후 8月에 평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대는 그 자리에 없을 것이네!”라고 해석했다. 


배탁은 이 해석을 믿기가 어려웠다. 그토록 오랫동안 반란이 계속되지는 못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나라가 망하든 역적이 망하든 이 전쟁이 어찌 그리 길게 이어질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생각 때문 이였다. 결과는 이 반란은 당 헌종 10년부터 12년까지 이어졌고 헌종 12년 8月에 배탁은 장군 이소에게 토벌군 사령관직을 인계했고 이소는 사령관직을 인계받자마자 병사들을 총동원하여 채주를 야습하여 마침내 오원제를 생포했다. 이리하여 월하도인의 예언은 자로 잰 듯이 들어맞았다. 이후 월하도인은 있던 자리에서 사라졌는데 그가 언제부터 그 자리에 없었는지 아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산속으로 다시 들어갔다는 말도 있고 아무도 보지 못하는 외진 곳에서 객사했다는 말 등도 있었는데 아무것도 믿을 것은 못 됐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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