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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실학자와 역학(實學者와 易學)

2020.10.09



                  실학자와 역학(實學者와 易學) 


 우주만물의 근본원리인 음양오행(陰陽五行)의 본격적인 탐구는 조선조 중기 주기론(主氣論)의 선구자인 화담 서경덕 선생으로부터 시작됐다. 화담선생의 사상은 사서삼경 중 대학(大學)의 궁리와 격물치지에 근간을 두었는바 이는 중용(中庸)과 주역(周易)의 순성명지리(順性命之理)로 이어진다. 음양오행에 대한 탐구과정에서 화담선생은 북송의 유학자 주돈이, 강절선생 소옹, 횡거선생 장재, 등 대가들의 학문을 깊이 연구하게 된다. 특히나 소강절 선생의 ‘황극경세’ 사상을 깊이 탐구한다. 화담선생은 자신의 저서 <태허설(太虛說)>에서 우주의 근본원리를 태허 ‘선천(先天)’이라 하고 태허에서 생성되고 파생되어 나온 삼라만상을 후천(後天)이라 하였다. 이는 주역과 황극경세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또한 <귀신사생론(鬼神死生論)>에서는 생사일여(生死一如)를 주장한다. 


화담선생은 일생을 은둔하여 학문만을 탐구했는바 그 이유는 학문을 탐구하는 자의 자세로<중용>이 강조하는 은둔사상에 바탕을 둔다. 진리란 일생을 바쳐 탐구해야 하는 과제이므로 은둔하여 전념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기에 평생 은둔하여 학문만을 연구한 것이다. 이 은둔사상은 <중용>에서 뿐만 아니라 <주역>에서도 건쾌(乾卦), 문언(文言)과 대과쾌(大過卦) 쾌사에서 강조되며 <논어>에서도 공자와 제자들이 대나무 도시락에 담은 밥과 표주박의 물만 마시면서도 학문만 할 수 있다면 만족하는 탐구의 삶을 강조하는 것에도 나타난다. 유가의 이러한 은둔적 삶의 태도는 은둔하여 학문의 길을 걸어간 실학자들의 삶에서 나타난다. 화담선생의 제자로는 허엽, 박순, 민순, 박지화, 서기, 한백겸 외에 우리에게 익숙한 토정 이지함 등이 있었는데 이들은 북인의 사상을 형성하는데 큰 바탕이 되는 영향을 준다. 


이중 토정 이지함은 서화담의 상수학(象數學)을 크게 발전시킨 인물이다. 그의 이론은 후에 송화산 도인에게 이어진다. 음양오행의 이론과 명리학은 조선에서 깊은 연구가 있었는바 실학자들이 전적으로 탐구한 분야는 아니지만 학문적 호기심에 많은이들이 이를 연구하였다. 명리학 연구의 본격적 기초는 실학을 최초로 체계화한 반계 유형원(1622-1673) 선생에서 시작된다. 반계 선생은 성리학에 바탕하여 문학‧역사‧지리‧병법‧음악‧신선도 등등 방대한 분야를 연구하였다. 반계선생의 이런 백화점식 쇼핑하는 듯한 전 분야에 대한 탐구는 이익(1681-1763), 홍대용(1731-1783), 정약용(1762-1836)선생으로 이어진다. 정약용선생은 역학도 깊이 연구하여 주역심전(周易心箋), 역학제언(易學諸言), 의리역(義理易) 등의 저서를 남기기도 했다. 


이전에 성호 이익선생은 성리학에서 출발하여 이율곡, 유형원의 학문을 따라갔는데 유형원의 백화점 쇼핑식 학풍을 따라 천문, 지리, 의학, 방술, 서학, 역학 등에 까지 학문의 넓이를 확대했다. 선생은 역학과 오행 점술에도 밝아 자복편(自卜編)에서 이를 밝히고 있다. 이익의 제자로 유명한 안정복(1712-1791)은 경학과 사학에서 발군의 연구업적을 남겼는데 명리학에도 조예가 깊어 명리정종에 진상관과 가상관에 대한 깊은 연구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와 같이 많은 수의 유학자들이 명리학을 연구했던 이유는 명리학의 개창자 이허중이 유학자였고 그 중흥조 만민영 역시 상서 벼슬까지 지낸 유학자였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유학자들은 음양오행 명리학을 미래를 예측하는 단순한 점술로만 보지 않고 인격수양의 한 가지 방법론으로 인정했으며 내적수양의 도구로 생각했다. 이처럼 실학자들은 유불선, 의학, 군사학, 역사학, 서학, 역학 등 백과사전식 지식을 추구하여 그들의 핵심사상인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실천하려했다. 


이렇듯 천재급 학문의 대가인 많은 선비들이 역학에 관심을 갖고 이를 깊이 연구하여 그 이론을 발전시켜왔지만 예나 지금이나 역학은 천시 받는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옛 양반 가문에서는 역술에 관련된 서책을 극히 기피해왔는바 이는 혹여 자녀가 이런 깊은 사상적 바탕을 지닌 역학에 관심을 가져 과거공부에 소홀해지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대학, 논어, 중용, 맹자, 사서(四書)와 시경‧서경‧역경인 삼경(三經)중 역경에 해당하는 역학은 공부를 어느 정도 깊이 연구한 선비라면 기본적인 역학에 대한 지식은 갖추게 된다. 그런데 이 역학이라는 것이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공부보다 무척이나 흥미롭고 깊이가 있는 분야여서 한 번 빠져들면 이른바 ‘날 새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노름’과 같은 흡인력이 있었다. 


양반가문에 있어 과거 급제는 당사자의 영광에 국한되지 않고 가문의 사활(死活)이 걸린 중대차한 문제였다. 아무리 명문 양반가라도 4대째 과거급제자가 없으면 양반 취급을 받지 못하고 몰락한 양반가로 치부되기에 가문의 사활을 걸고 과거급제자를 배출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과거공부에 열중해야 할 자제가 혹시나 역학 쪽에 관심을 둔다면 그야말로 ‘집안 말아 먹을 놈!’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역학에 관련된 책을 의식적으로 기피하게 되니 역학은 음성적 학문이 되고 말았다. 최근에도 이런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스스로 역학의 대가라 자처하며 주변에서 그리 인정받는 유명 역학자인 필자 같은 사람조차도 어떤 이들은 ‘점쟁이’ 취급을 하며 멸시하려 든다. 하지만 희망도 보인다. 많은 대학에서 학부와 대학원 과정에 명리학과를 설치하고 있고 역술연구로 박사학위를 받는 이들도 여럿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심오한 이론의 깊이를 지닌 역학이 미약하나마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희망이 조금은 보이기에 그러하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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