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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曖昧模糊 (애매모호)

2020.12.04




       

           曖昧模糊 (애매모호)

                                                                                                                                    애매모호란 사자 성어가 있다. 나누어 설명해 보면 曖昧(애매)란 둘 중 하나는 분명 하나 어느 쪽인지 확실하지 않을 경우이고, 模糊 (모호)란 안개 낀 저만치에 어떤 물체가 보이는데 그 물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를 말한다.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이쪽이나 저 쪽 확실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있을 때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한다.’라고 하거나 이것도 저것도 아닌 판정이 불확실 할 때도 ‘애매모호한 판정을 내렸다’라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이와 관련한 상담 사례가 있어 여기에 소개 코저한다. 필자와 오래 전부터 자주 상담을 하시는 하여사님은 남편이 변호사이시고, 자신은 의류 디자이너로 일하시고 계신 분이다. 두 분은 대학시절인  20대 초반에 만나서 열애끝에 사랑의 결실을 맺은 분들이다. 두분 다 두뇌가 총명하고 외모도 번듯해서 선남선녀의 만남이라 할만했다. 또한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챙기는지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닭살이 돋고 손발이 오그라질 정도라고 할정도로 서로에 대한 애정 표현도 적극적이고 신세대도 아니면서 신세대 마냥 행동이나 의식이 개방적인분들이셨다.


필자에게  처음 상담을 하러 오셨을 때도 부부가 함께였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상담실에 들어설 때부터 둘이 손을 꼭 잡고 있었고 손을 꼭 잡은 상태에서  “안녕하십니까?” 하며 큰 목소리로 인사하며 고개를 숙였는데 둘이 손을 꼭 잡고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져서였고, 상담내내 두 분이 손을 꼭 잡고 있어서 당시 여름더위가 한창인 때 인지라  필자가 농담으로  “두분 손바닥에 땀띠가 잔뜩 나있지 않나요?” 라고 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아무튼 보기좋은 모습이었다. 이런여사님께서 심각한 표정으로 필자를 찾으신 것은 작년 말 경이었다. 오셔서 아무 말없이 두 분의 최근 운세를 묻는다.  필자도 별말없이 쾌를 뽑아 들었다.  ‘정지대유’의 쾌다! ‘미가규여 봉루불당’이니 ‘이성으로 인한 문제가 집중적으로발생하고 집안 위아래가 불신하니 터가 불안하다’는 쾌 상이다. 


다른 문제는 몰라도 필자가 아는 한 이 두분사이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 해 왔던 지라 두 번 세 번 다시 쾌를 살펴 보았지만 쾌상을 잘못 짚은 것은 아니라고 보여졌다. 하는 수 없이 나온 대로 풀이 할 수 밖에 없었다. 필자 왈 “두 분 사이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나오고 그 이유는 바깥양반께서 경거망동하여 이성문제를 만드는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에 그런 일이 있으셨습니까?”  라고 한 즉 하여사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더니 황급히 상담 책상에 놓인 티슈를 집어든다. 한참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닦아내더니 “ 죄송합니다  제가 감정이 격해져서……” 라고 한 뒤 사연을 이야기 하신다. 평생 눈꼽만치도 실수가 없던 남편이 아무 연락 없이 갑자기 외박을 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중반무렵 부터 였다고 한다. 남편을 철썩 같이 믿기에 그때 그때 얼렁뚱당 둘러대는 남편의 말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갑자기 급한 출장 일이 생겨서 다녀와야 했는데 전화 배터리가 나갔고 너무 경황이 없어 신경 쓰지 못했다는 등 그때그때 둘러대는 핑계가 너무 의심스러우나 믿는 남편이기에 스스로 의혹을 눌렀다고 한다. 그러면서 남편의 태도가 영~ 이상했다. 명랑했던 사람이 갑자기 말이 없어졌고 멍하니 정신을 놓고 무언가 깊이 생각에 빠져 있기도 했다. 처음에는 지나친 격무에 몸이 좋지않아 그러는가 싶어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 등 이것저것 챙겨서 먹여도 보았지만 별로 달라지는 게 없었다. 그러나 어느 날 남편이 할 말이 있다고 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을 뜸 들이다 털어놓는 말이 여자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하여사 생각에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도 할 수 있지, 평생을 모범적으로 살아온 남편이 순간 적으로 어떤 실수에 빠졌었구나 그리고 자신에게 고백하고 참회하려는 것이구나 하고 미리 짐작하고 가만히 듣고 있는데 이어서 하는 말이 그 여자와의 사이에 딸 하나 있는데 그 아이가 이제 겨우 돌이 지났는데 얼마 전 아이가 많이 아파서 아기 돌보느라고 집에 오지 못했던 일이 여러 번 있었던 것이라고 하며 아이가 불쌍해서 아무래도 당신하고 이혼하고 그 여자에게 가야겠다고 하며 자신을 용서해 달라는 것이었다. 청천벽력 같은 말에 정신이 까마득 해지는 것을 겨우 수습하고 나서 집에 있는 아들딸은 어쩌라고 그 애기 생각만 하냐고 따졌더니, 우리 애들은 이제 다 커서 대학생이고 하니 자신이 정성을 다 할만큼 했다 그러니 이제는 자신들의 삶을 자신들이 책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여사에게 사실은 자신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며 혼란스럽다고 울먹이더란다. 자신의 갈길이 여기서 보면 저기인 것 같고, 저기서 보면 여기인 것 같아 말 그대로 혼란스럽다며 가정을 지켜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저쪽 애기를 책임져야 할 것 같다고도 하고 참으로 애매모호 하다고 했다. 그가 쓴 애매모호 표현이 여기서 합당한지는 모르겠으나 그 애매모호한 쪽에서 계속 서성이고 있었던 것이다. 수 십 년 함께 해 온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면 당장 새로 생긴 여자를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옴이 천번만번 당연한 일이었지만 새로 태어난 아기와 아무 능력없이 자신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고 있는 젊은 여성의 인생을 생각하면 그들을 무책임하게 내치지도 못하겠고 생글생글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난만 하게 아빠를 보고 웃는 아기의 모습은 하여사 남편분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막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나중 이야기이지만 결국 하여사님 남편은 젊은 여인과 아직 아기인 딸을 선택했다. 직업이 변호사인 만큼 지저분하게 재산문제로 하여사님과 다투지도 않았으며 전재산 거의 전부를 하여사님에게 주고 거의 빈몸인 채로 집을 나섰다. 자신은 변호사로서 인정받고 있던 터라 얼마든지 앞으로도 돈을 벌 수 있으니 모든 재산을 부인에게 양보함 으로서 부인과 아들 딸 에게 사죄한 것이었다. 하여사님에 따르면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 주말이면 집에와서 묵고간다했다. 물론 아들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런저런 아빠로서의 충고도 해주며 아들 딸과 잘 지내고 있다했다. 하여사님과도 친구처럼 지내며 서로 이런저런 충고와 도움을 주고 받고 있다했다. 이혼하고 나면 죽일듯이 원수가 되는 보통의 우리네(한국사람)와는 다른 어찌보면 합리적인 모습이었다. 하여사님 에게도 외롭게 살지말고 재혼 하라고 충고하는 X남편이 고마운 건지 어떤건지 모르겠다며 슬픈 미소를 짓는 하여사님의 모습도 후에 보았다. 아무쪼록 모두 나름 행복하시길!...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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