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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어항 속의 금붕어

2020.12.07



              어항 속의 금붕어


 캄튼 지역에서 리커 스토어를 운영 하시는 박 사장님은 필자의 오래된 고객이시다. 속이 답답해서 터질듯하면 필자를 찾아와 상담 겸 신세 한탄을 하고 가신다. 그러면 조금은 살 것 같다 하신다. 50대 초반의 박 사장님이 미국에 오신 것은 십여년 전 일이다. 오고 싶어 온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도망치듯 온 이민길 이었다. 한국에서는 첫 직장이 신문사 였다. 수 십 대 일의 경쟁률 속에 기자 시험에 합격 했을때는 세상을 다 얻는 듯 했다. 그러나 ‘사회의 소금’ 이라는 언론에 들어가 속을 들여다보니 '썩은 소금' 이였다. 고분고분 하지 못한 성격에 이런저런 문제로 상사들 눈 밖에 나자 직장생활 하기 가 어려웠다. 


과감히 때려 치우고 맘 편하게 내 장사를 하자는 결심에 서울 변두리에 조그마한 치킨 집을 차렸다. 맥주도 팔고 통닭도 파는 테이블 4개의 작은 규모 였지만 그래도 수입은 짭잘 해서 월급쟁이 보다는 수입이 더 좋았다 그런데 장사가 조금 되는 듯하자 건물 주인이 이런저런 트집으로 괴롭히기 시작했고 싸움 끝에 쫓겨나고 만다. 역시 장사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서 모 건설업체에 지원하여 몇 년 근무 했으나 군대식 회사 분위기가 너무 무식하여 적응하기 어려웠다. 


이러다 친구와 함께 대기업에 아주 작은 품목을 납품하는 영세기업을 차려 몇 년 만에 중소기업 수준까지 끌어 올렸는데 대기업의 횡포는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니어서 물건에 조금만 흠이 있어도 전체 물량을 반품 처리하고, 흠이 없는 제품은 받아 달라고 애원해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응하지 않고 뒷돈을 요구 하며 어렵게 납품을 끝 내도 3개월 짜리 부터 심지어 6개월 후불 어음만 교부하니 납품 규모가 늘어날수록 자금 경색이 심하고 어음 할인으로 없어지는 돈이 이만 저만이 아닌데 대기업에서 자신의 회사를 담당하는 놈들은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이런 저런 방법으로 상납을 요구 하였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가식과 위선의 탈을 뒤집어 쓰고 부패의 강에 온몸으로 들어가 함께 휩쓸려야 살아 남는데 박 사장님은 그렇지 못했다. 결국 회사는 부도를 냈고 부정수표 단속범에 의해 피해 다니는 처지로 미국에 도망쳐 오게 되었다. 부인과 두 딸을 한국에 두고 이곳 미국에서 바닥을 헤메이다 생명의 은인과 같은 공 영감을 만나게 되는데 이분의 리커 스토어 에서 일 하다가 자식과 부모처럼 서로 정이 들었고 공 영감님의 배려로 공 영감님 가게를 맡아서 운영하게 되었다. 이 가게가 위치한 캄튼 지역은 흑인들 지역으로 바닥이 무척이나 거칠어서 강도를 당하지 않으려면 매우 주의가 필요하였다. 방탄유리로 둘러 싸여 있는 케시어 박스 속에서 창틈으로 만든 조그만 구멍으로 계산을 주고 받아야 했고 화장실을 잠깐 다녀오려고 해도 웬만하면 참고 참았다가 밖에 누가 없는지를 살펴보고 후다닥 뛰어서 다녀와야 했으며 가게 문을 닫고 집에 가려할 때도 주의 깊게 살펴 본 뒤 급하게 차에 오른 뒤 차문을 얼른 닫고 잠금 버튼을 눌러야 했다. 긴장의 연속인 이런 생활이 계속되었다. 


리커 스토어 속성상 휴일은 없고 당연히 365일 연중 무휴로 일해야 했는데 매달 한국에 있는 두 딸과 부인 생활비로 2천불 정도를 보내주고 공 영감님에게 오너 케리로 매달 드려야 할 돈 떼고 은행 융자금과 이자 얼마 떼내고 하다 보면 항상 빈손 이였지만 예전에 비하면 호사였다. 하루쯤 쉬고 싶어도 인건비가 아까워서 마음이 편치 못했고 쉰다 해도 만날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없으니 차라리 가게에 나와 있는 것이 편했다.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18시간을 가게에서 일하는 셈이었다. 그것도 365일 연중 무휴로! 인간의 삶이 아닌 것이다. 박 사장님은 가끔 이런 자신의 삶이 '어항속의 금붕어'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하셨다. 


필자가 이유를 물은 즉 "어항처럼 생긴 투명한 유리관 속에서 밖으로 던져지면 죽어 버리는 물고기 처럼 혼자서 종일 중얼 거리는 모습이 금붕어가 어항 속에서 뻐끔 거리며 똑같은 행동을 1년 열두달 계속하는 것과 너무도 똑같아서 가끔 제가 어항속의 금붕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라고 하셨다. 이런 박 사장님이 얼마 전 필자를 급하게 방문 하셨다.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선생님! 이제 금붕어 생활도 그만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사차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묻고 싶은 말씀도 몇 가지 있고요." 라고 하신다. "올해로 막내애가 대학을 졸업 합니다. 이제 제 역할은 다한것 같습니다. 애들 대학 졸업 시킬 때 까지만 외로워도 참기로 했거든요. 벌써 15년 세월이네요! 그동안 다행히도 마누라가 딴 짓 안하고 열심히 생활해준 덕분에 시골에 텃밭이 꽤나 넓은 집도 하나 지었고요. 이제 한국으로 가려 합니다." 라고 한 뒤 한국에 가서 있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묻는다. 


참으로 잘 된 일이다. 그동안 너무 외로우셨을 거다. 이제 한국에서 따뜻한 삶을 누리시길 기원해 본다. 흐뭇한 마음에 괜시리 눈시울이 뜨거워 지려한다. ‘고생 끝에 낙’ 이라 더니 이 경우에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한국 가셔서도 꼭 소식 전해 주세요! 박 사장님 파이팅! 박 사장님 에게 이렇듯 인간적 정이 많이 간 이유는 생활 패턴이 필자와 유사 하였다. 필자도 365일 연중무휴 로 20여년 일에만 매달려 왔었다. 필자 주변 사람들 모두 알듯이 지독한 워커홀릭, 알콜릭, 북홀릭인 필자는 일하며 공부하며 술 마시며 세상 모든 상념을 잊어 왔었다. 몇 년 전 부터 주변사람 들의 간곡한 만류로 일요일 상담은 빼고 쉬게 되었지만 일요일 역시 상담만 안했지 이런저런 이유로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필자에게도 필자 스스로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 구도원 파이팅!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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