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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선생님은 거짓말쟁이야!

2020.12.05





          선생님은 거짓말쟁이야!                                                                                                                                                  

 필자가 손 여사님을 처음 만난 것은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 됐다. 손 여 사님이 처음 필자를 방문 했을 때 두 딸과 함께였다.  큰 딸 은 한국말을 제법 잘 했지만 언니 보다는 4 살 아래인 작은 딸은 당시 중학생 이였고  4살 때 미국에 건너 온지라  한국말이 매우 어색했다. “아저씨! 나 애기 몇 개 나? “모자 신어!” 정도의 수준 이였다. 당시 큰 딸은 대학 진학을 눈 앞에 둔 고등학교  시니어였고  진학 문제로 여러 가지 고민이 많아 필자를 찾게 된 터였다.

손 여사님은 한국에서 이혼하고 난 뒤 살길을 찾아 큰 언니가 살고 있던 LA에 두 딸과 함께 오게 된 분이다. 언니가 이 곳 LA에서 제법 규모가 큰 마켓을 운영 중이여 서 이 곳에서 일 하면서 영주권 스폰서도 받아 신분 문제도 해결했다. 다행스럽게도 두 딸은 영특해서 미국 생활에 잘 적응 해 주었고 학교 성적도 매우 우수해서 손 여사님의 미국 행은 일단 성공적 이라 할 만 했다. 처음 방문 했을 때 두 딸의 진로 문제 와 배우자 문제 등을 중점으로 상담을 하였고 두 아이 다 부친 궁과 연이 약한 것을 빼고는 미래의 배우자나 진로 등이 무난해 보여 이를 설명 해 주자 손 여사님 무척이나 흐믓해했다.


언니 가게에서 남보다 월등히 좋은 보수로 특별 대우를 받고 있지만 여자 혼자 몸으로 두 자녀 뒷바라지며 생활비, 방세 등을 감당하다 보니 돈이 부족해서 근검, 절약 해야 했는데 그런 사유로 첫 방문에서는 딸들만 상담 했고 자신은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그때 가서 (사주 팔자를 )보겠다고 한 뒤 상담실을 나섰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 두 번째 방문이 있었는데 이 때도 예전의 그 딸들과 함께였다. 처음 방문 과는 달리 이들의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었는데 손 여사님의 최근 운세를 짚어보니 이 주역상 ‘구지돈’의 쾌가 나온다.  ‘화급동량 연작안지’의 운이니 이를 풀이 해 보면 ‘외기러기 홀로 퍼덕거리며 힘겨운 날개짓으로 하늘을 힘겹게 날고 있는데 사냥꾼의 활에 날개마저 다치니 더 이상 날 힘을 잃고 떨어지는 형상’ 이어서 느낌이 불길했다. 


이 쾌를 있는 그대로 설명 해 준 뒤 “최근 갑자기 놀랄 일을 당하는 쾌 상이어서 불길한데 혹시 여사님 신변에 이상이 없습니까?” 라고 필자가 물은 즉 손 여사님과 두 딸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물이 번진다. 손 여사님이 아이들의 손을 잡아 주며 “괜찮아. 엄마는 괜찮아!”하며 달랜 뒤 체념하는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이 “ 몇 달 전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무엇을 먹기만 하면 토 하기를 반복해서 동네병원에 가서 진찰을 해 보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요!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상태가 계속 안 좋아서 의사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종합 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해보니 암이라지 뭡니까! 말기 위암이라고 몇 달 밖에 안 남았다고 하니 참 어처구니가 없었지요. 애들은 울고 불고 난리인데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어떡하겠어요. 조용히 준비 해야지요. 


오늘 오게 된 것은 병원에서는 몇 달 밖에 안 남았다고 하시는데혹시나 해서 오게 되었어요. 앞으로 몇 달이나 더 살 수 있을까 해서… “  라고 하시는데 얼굴을 보니 처음 만났을 때 보다 많이 야위었고 눈 밑이 거무스름하게  짙은 기미가 끼어 있어 더욱더 불안해 보였다. 옆에 있던 두 딸들이 이구동성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큰 딸은 “우리 엄마 괜찮지요? 그렇지요?”라고 묻고 작은 딸은 “my mom ok? 라고 영어로 애절하게 무엇이라 하는데 감정이 복 받쳐 있는 영어라 잘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필자 왈  “병원에서 몇 달 밖에 안 남았다고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건강이 매우 나빠져서 생명에 위험이 있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죽고 사는 가능성은 5:5정도라고 봅니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면 그 비율은 사는 쪽으로 점점 높아질 겁니다. 아직 애들도 어린데 애들 보아서라도 꼭 회복하셔야 지요. 아빠도 없는데 엄마마저 떠나가면 애들은 어떡합니까? 라고 하며 일부러 母性(모성)을 자극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을 향해서 “엄마 괜찮을 것 같다. 너무 염려 하지 말고 공부에 열중해라! 지금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엄마에게는 좋은 약이 될 것 같다 내 말을 믿고 안심해도 좋아! 엄마는 반드시 괜찮을 거야!” 라고 안심시켜 주었다. 그리고 회복 되시기를 마음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늘 그렇듯 바쁜 생활 속에서 이 일을 잊고 있었는데 상담실로 손 여사님의 두 딸이 들어섰다, 자리에 앉자 마자 큰 딸은 “선생님은 거짓말 장이야! 우리 엄마 괜찮을 거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우리 엄마 죽었어요!” 라고 하며 항의한다.  작은 딸은 영어로 “You are a liar” 뭐라 뭐라 하며 속 사포 영어로 항의한다. 곤혹스러운 시간이었다. 늦었지만 고 손여사님의 명복을 빌어본다. 


10여년이 지났으니 그때 이땅에 고아로 남겨진 그 아이들도 이제 나이가 꽤 들었을 것이고 그때 필자가 본대로 잘되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렇듯 아주 특수한 상황인 경우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 주는것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듯 두루뭉실 하게 희망적으로  이야기 해 준것이 훗날 필자를 곤혹 스럽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랴! 이또한 나의 업보 이거늘…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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