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gudowon님의 다른글 더 보기 :: 총 1048
목록 닫기목록닫기 목록 열기목록열기
문화/창작

“ 애기가 된 엄마 ”

2020.12.09




              “ 애기가 된 엄마 ”  


 30代 후반의 올드 미스인 미스 박은 간호사로 근무 중인 아가씨이다. 처음에는 의류디자인을 전공하여 디자이너로 몇 년 일하다 적성에 맞지 않아 뒤늦게 진로변경을 하여 간호사가 되었다. 이러다보니 결혼도 늦어지게 되었다. 필자를 찾을 때는 항상 어머니와 함께였는데 금년에는 어찌된 일인지 혼자서 필자와 마주했다. 


아무 말 없이 먼저 어머니의 올 해 신수가 어떠한 지를 묻는다. 필자가 어머니 되시는 분의 생년월일 시에 따라 쾌를 잡으니 “정지감”의 쾌다. 즉 “과거가 그립다. 고생스러웠던 시절이 오히려 복이려니 몸이 편해지니 정신이 사나와진다” 로 풀이 될수 있는 쾌다. 필자 왈 “어머니의 금년 신수가 참으로 좋지 않게 나오는군요. 옛말에 고생 끝에 낙이라고 했는데 어머니의 경우 고생 끝에 몸에 병이라! 참으로 설명하기 곤란한 쾌입니다.” 라고 하니 “선생님! 어쩌면 좋지요?” 라고 하며 울먹인다. 사연은 이렇다. 

 

미스박의 어머니는 미스 박 2살 때 청상과부가 되었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일이 터진다. 공사장 인부였던 남편이 공사현장에서 발을 잘못 딛어 추락사 한 것이다. 이때부터 딸하나 데리고 평생을 살았다. 주위에서 재가 하라고 성화였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눈한번 팔지 않고 오로지 딸 하나만 정성껏 키우며 늙었다. 여자 혼자의 몸으로 자식을 키우며 살자니 어려움도 이루 말 할 수 없이 많았지만 딸 자식의 총명함을 보며 이겨냈다. 


미스 박은 어릴 때 부터 총명했다. 반에서 항시 1등을 놓친 적이 없으며 엄마의 외모를 닮아 무척이나 이뻐서 남학생들 사이의 우상이였다. 초.중.고를 마치고 대학 2학년 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미국에 유학을 오게 된다. ‘바늘 따라 가는데 실’ 이라고 당연히 어머니도 따라 온다. 미국에 와서도 어머니는 일 밖에 몰랐다. 미스 박이 학비에 조금이라도 보태려고 아르바이트라도 할라치면 펄쩍 뛰며 “너는 그저 공부만 하는겨! 그게 에미 도와 주는겨!” 라고 하며 평생 그러했듯이 공주처럼 살라했다. 어머니에게는 이 세상에 오직 하나, 딸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오로지 딸 뒷바라지가 인생의 유일한 낙이였다. 미스 박이 과년 해지자 오로지 시집타령으로 관심사가 바뀌였을 뿐! 어려운 공부 끝에 미스 박이 간호사가 되자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했던 어머니가 이상해지기 시작한 것은 올 초 부터 였다고 한다. 


가끔 정신를 놓고 멍하니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 듯 해서 “엄마! 뭐해?” 라고 옆에서 소릴 지르면 깜짝 놀라며 ‘아니 왜?’ 무슨 일 있어?‘ 라고 되묻곤 했다 한다. 이러더니 그 증세가 심해져서 설거지를 하다 말고 ‘내가 여기 왜 서 있지?’ 라고 하며 혼란스러워 했다. 미스 박의 성화 끝에 병원을 찾아 나온 결과는 치매였다. 아직은 60代 초반의 나이여서 설마 했으나 결과는 절망적이였다. 미스 박의 수입이 점점 좋아져서 이제는 걱정 안 하고 살만해 지자 찾아온 불행이였다. 


처음에는 그 나이에 그저 생길 수 있는 ‘건망증’ 정도 라고 생각해서 무심코 넘겼으나 그게 아니였던 것이다. 그 증세가 심해져서 마켙 갔다가 길을 잃어버릴 지경에 이르자 이제는 혼자 둘 수도 없어 도우미 아주머니를 써야 할 형편에 이르렀다 한다. 치매에는 그 증상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분의 증상은 미스 박이 어릴 때 주로 했다는 이쁜 짓이나 미스 박의 유아기 때의 말투 등 어머니가 옛날을 회상하며 어린시절의 미스 박에 대해 들려 주었던 그 행동 그 말투 그대로였다. 왜 엄마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흉내 내는 것인지 그 이유는 병원의 의사도 모르겠다고 하고, 다급한 마음에 찾은 한 무속인은 “애기 귀신이 쓰여서 이니 거금을 들여 굿을 해야 한다”며 큰 돈을 요구하는 판이여서 고민 고민 하다 필자를 찾은 것이라 한다. 


필자 왈 “어머니에게 귀신이 씌였다는 말에는 현혹되지 마십시요!” 제가 보기에는 평생 따님에게만 집착하고 사신 분 이여서 평소에 미스 박의 어린 시절을 수천 번 수만 번 회상하며 흐뭇해 하시던 분이라 정신줄을 놓게 되자 그 모습이 자신에게로 투영 된 현상이라고 보여집니다. “시간이 나실 때마다 옛날 두 분이 찍었던 사진이나 비디오 등을 보여 드리면서 기억을 더듬는 쪽으로 자꾸 반복하다 보면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는 말로 상담을 마무리 지었다. 갑자기 애기가 된 엄마의 사연이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좋아요
태그
인기 포스팅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