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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진정한 친구란?

2020.12.08




                진정한 친구란?                                    


 필자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상담을 하시는 이 선생님은 LA다운 타운에서 여자 옷 도매상을 하시는 분이다. 성격이 호탕하고 사람 사귀기를 즐겨서 주위에는 항시 사람이 들끓었다. 이 사장님은 베풀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시고 경제적인 여유도 풍족한 상태라 항시 음식값이나 술값은 자신이 지불했다. 그러다 보니 항시 인기가 최고였고 어려운 부탁을 하는 이들이 주위에 많았는데 힘 닿는데까지 청을 거절하지 않고 들어주니 더더욱 주위에 사람이 많았다. 이렇던 이 사장님이 최근들어 갑자기 어려워져 어려움을 겪는다고 들었는데 문득 필자를 찾았다. 


흥분해서 얼굴이 빨개져서 하는 말이 “ 아니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그 동안 사준 술 값이며 밥 값이 얼마며 급할 때 도와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어쩌면 모두가 한결 같이 모른 체 하는지! 세상 인심 참으로 무섭네요! 그 동안 병신처럼 베풀고 산 것이 후회가 됩니다. 얻어 먹고 마실 때는 친형제마냥 우리 형님! 우리 동생! 하더니 제가 아쉬운 입장이 되니까 모두 한결 같이 안면을 싹 바꾸는군요 아이고! 세상에 이렇게 괘씸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며 흥분해서 침을 사방에 튀기며 거품까지 생긴다. 이 사장님 형편이 어려워지자 이 사장님이 아쉬운 소리할까 봐 발길을 딱 끊고 만나자고 청하면 한결 같이 피한다는 말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필자 왈 “그래서 제가 전부터 이야기 안 했습니까? 실속을 차리셔야 한다고! 내가 잘 풀릴 때 주위에서 알랑거리는 사람들은 내가 어려워지면 모두 도망간다고! 내가 어려울 때 같이 고통을 겪어 주는 이가 참된 친구지, 내가 출세해서 잔치 벌일 때 같이 즐기는 이 중에 참된 친구는 적은 법입니다. 그래서 옛말에 정승 집 개가 죽으면 사람이 줄을 서지만 정작 정승이 죽으면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다는 말이 그래서 생긴 겁니다” 라고 하니 이 사장님 한숨을 길게 내쉬며 가슴을 진정시키는 듯하다. 이와 관련하여 옛 이야기 하나가 생각난다.


옛적 한 마을에 근면하고 유일한 취미라고는 책 읽는 것만을 좋아하는 선비가 있었다. 낮에는 힘써 밭을 가꾸고 밤에는 독서하는 것이 전부인 단조로운 삶이었다. 헌데 선비의 아들은 아버지와는 반대였다. 늘 나가서 친구들과 만나서 술타령이 일과였다. 아버지가 불러서 훈계를 하자 아들 왈 “아버지는 친구도 없이 일과 책 밖에 모르시지 않습니까? 저에게는 많은 벗들이 있습니다. 벗을 많이 사귀는 것도 투자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과 내기를 하였다. 

선비 왈 “너에게 진정한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계속 나가 놀아도 좋다. 허나 진정한 친구가 한 명도 없다면 생활 태도를 바꾸도록 해라” 라고 한 뒤 가마니에 사람크기만 한 것을 싸서 지게에 지고 아들 친구들 집을 하나씩 방문하였다. 친구가 나오자 아들이 하는 말이 “여보게 날세! 내가 잘못해서 사람과 시비가 생겨 그만 살인을 했네! 자네 집에 오면 숨길 수가 있을 것 같아 찾아 왔네! 믿을 것은 자네 뿐이니 같이 송장을 어디에다 묻고 자네 집에 나를 좀 숨겨주게!” 라고 하니 한결 같이  “야! 어디서 남까지 못살게 하려고 그래 다시는 나를 찾지 마라!”라고 하였다. 열 집, 스무 집을 돌아다녀도 똑같았다. 술 마시고 어울릴 때 듣기 좋은 말로 사귄 친구가 생사를 같이 할 수 없으니 이는 당연한 결과였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유일한 벗으로 지내는 한 친구의 집을 찾아가서 친구를 불러 아들과 똑같은 말을 하였다.  “여보게 내가 실수를 해서 남과 다투다 살인을 했네! 급한 김에 아들놈 시켜 시체를 지게에 지게하여 이렇게 찾아왔으니 시체를 좀 묻어주고 나를 숨겨 주게!” 라고 하자 친구는 얼른 옷 소매를 잡아 당기며  “어서 들어오게, 자네와 나는 친구 사이인데 자네의 잘못이 곧 나의 잘못 아니겠나? 얼마나 놀랬나? 들어와서 쉬고 있게! 그 시신은 내가 처리 할테니” 라고 말하더니 지게를 자기가 지고 혼 자 시체를 처리하러 나가는 것이었다. 그제야 아버지는 자초지종을 친구에게 이야기하고 가마니를 풀으니 삶은 돼지고기와 술과 안주가 가득 들어 있었다. 아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분은 평소 별로 왕래가 없었고 가끔 서찰을 주고 받으며 격조하게 가끔 만나는 사이였지만 그 마음만큼은 항시 서로의 곁에 있었던 것이요, 자신은 주막집 기생집에서 항시 어울려 친구들과 놀았지만 그것은 좋을 때 뿐이요, 어려움이 있으면 모두 언제 다정했냐 하며 고개를 돌릴 사람들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그들은 유흥과 술자리에서의 잔치 친구일 뿐 고난을 같이 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었던 것이다.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깨달은 아들은 그때부터 공부에 열중하여 새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과연 고난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가 나에게 얼마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 번 해보고 싶은 사연이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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